최초 색인의 조상이라 할 만한 것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다량의 책을 분류하며 사용한 방식이다. 돌돌 말린 책의 내용을 구분하기 위해 작은 양피지를 달아둔 것이 책 분류의 시작이었다. 이후 책의 역사를 따라가며 현대 색인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구텐베르크 활자가 발명되어 색인이 동일한 본문 위치로 안내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제는 디지털 작업을 거쳐 전자책의 경우 쪽수가 의미없어졌다. 색인을 이용하는 방식을 보는 재미도 있다. 색인은 크게 용어 색인과 주제 색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주제 색인은 처음 봤던 터라 그 악랄한 활용사(?)를 읽는 게 재밌었다. 간단한 어구로는 본문의 의도를 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역이용해 의도적으로 본문을 왜곡하기도 하고 본문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의 색인이 작성돼 누군가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카드를 일일히 작성하고 재정렬하는 고된 작업을 컴퓨터가 대체하며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간결함을 추구하며 주제 색인의 활용과 의미도 많이 퇴색되는 듯한데, 저자는 이를 아쉬워하며 아주 재치 있는 색인을 첨부해 책을 완성했다.+ 주방의 물건을 목록화하는 것도 일종의 색인 작업이라는 걸 알고 내가 하는 색인 작업이 있나 생각해봤다. 내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떤 책이 좋은 책이고 내 취향에 맞는 책인지 잘 몰라 택했던 방법이 있다. "책 속의 책"을 읽는 것인데, 지금 읽는 책 내용에서 언급된 책을 그 다음 독서 대상으로 삼아 연결식 독서를 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에는 꽤 여러 권의 다른 책이 등장해서 따로 '어떤 책이 어떤 책의 몇 쪽에서 언급됐는지'에 대한 목록을 정리해뒀었는데, 나름의 색인 작업을 한 셈이었다. (지금은 다 없어져서 참 아쉽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