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는 소설 속 인물들 중 한 명 이상은 어두운 가정사를 갖고 있습니다. 부모의 학대, 가정 폭력, 이혼, 성폭행 등의 힘든 가정사 때문에 부정적이고 자신감이 결여된 인물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의 소재 또한 넘쳐납니다. 고부갈등, 가장의 무게, 취업난, 텃세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연속해서 보여줍니다.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아온 인물들이 이렇게 힘든 상황에 놓이면서 겪게 되는 일들 또한 트라우마가 되겠지요.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운 심정으로 마음 졸이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가정폭력이 가족 구성원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굴레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무엇인지, 충격적이지만 공감 가는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그야말로 완벽한 이별이었지만 소설이 끝난 후의 이야기도 상상하게 되는 안쓰러운 내용이었습니다. '잘못한 사람들'과 '그믐밤 세 남자'에서는 사람 좋음과 호구의 중간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느 선까지 잘해줘야 하는지, 호구 잡히지 않으려면 어디서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항상 고민되는 저로서는 감정이입을 하며 읽게 되는 소설이네요. '숨어 살기 좋은 집', '엄대리', '개들이 짖는 동안'은 추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장감의 연속이었지만 주인공의 희망이 보여 응원하며 읽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소설들은 일이 진행될수록 긴장도 증폭되고 결말이 어떻게 날지 종잡을 수가 없는데요. 이야기 속 폭력, 비속어, 이기주의 등이 마음을 무겁게 하면서도 단편소설 특유의 빠른 진행 덕분에 끝까지 읽게 됩니다. 몰입도가 높은 단편소설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