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아직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병입니다. 그렇기에 기존 약으로는 증상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뿐 치료는 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 책에도 그런 내용들이 나옵니다. 약을 얼마나 복용해야 할지,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들을 어디까지 해야 할지 등의 실질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은 '정답이 없다'인데요. 아직 이렇다 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치매 검사와 약 처방 등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는 솔직한 답변이 나옵니다.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고 가까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은 참 안타까운데요. 치매 환자에게 진실을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봤던 유튜브 영상이 기억났습니다. 임신한 딸이 치매에 걸린 엄마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영상이었는데요. 엄마는 딸의 임신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뻐하며 축하해 줍니다. 하지만 곧 이 사실을 잊죠. 이 영상은 딸이 여러 상황에서 엄마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장면들을 계속 보여줍니다. 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엄마에게 임신했다고 얘기하고 엄마는 그때마다 진심으로 축하해 줍니다. 그렇다고 딸이 엄마를 기만하거나 놀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딸은 엄마의 치매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고, 자신의 임신 소식이 엄마를 기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임신 소식을 반복해서 알려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죠. 이런 엄마를 보고 딸도 기뻐합니다. 이 영상을 보고 치매에 걸려도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치매에 걸린 환자는 가족의 죽음이나 주변에 있었던 중요한 일 등을 기억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보호자가 환자에게 정확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환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진실을 말한들 믿지도 못할 테고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진실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진실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환자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때로는 착한 거짓말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누구나 치매 환자가 될 수 있고, 환자의 보호자도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책은 평소에 읽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치매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보호자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환자도 보호자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주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