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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너 어디 있었니?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지음, 장혜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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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멋진 소년, 로베르트와 함께 긴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나도 영화나 TV화면을 보거나 그림을 무심코 바라볼 때  그 속으로 끌려 들어가 무한한 시간 세계 속을 넘나들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며 며칠 내내 로베르트처럼 주머니 속에 내 잡동사니들을 넣어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문득 로베르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가 다시 한번 눈을 비벼서 지금, 내게로 와준다면 그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떨어진 그가 얼마나 황당해할 것인지 상상하면 웃음이 배어나온다.

유럽의 역사와 풍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고, 언어와 문화의 상관성,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본성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주는 재미난 책이다.

되돌이켜보면 나도 어릴 적에 로베르트처럼 눈을 살며시 감고 가지각색의 무늬와 점들이 현란하게 돌아가는 듯한 환영 속에 빠져 있었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가끔씩 눈을 감고 여러 점들과 줄무늬, 여러 기하학적인 모양들이 춤을 출 때마다 로베르트를 기억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로베르트처럼 다소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고 싶어 마음이 설레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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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가 익을 무렵 - 효리원 대표 작가 대표 동화 01 효리원 대표 작가 대표 동화 16
이오덕 지음, 이태호 그림 / 효리원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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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다 지천으로 열리는 자연의 먹거리의 맛을 아는 아이들은 어땠을까? 학교 뒷마당에서 버찌를 따먹고, 살구, 오디, 감, 밤, 고욤 같은 것을 따먹던 옛날 아이들의 세계는 어땠을까? 이른 아침 아직 어둑어둑한 산길을 걸어 깊숙한 오솔길을 따라 학교에 갈 수 있었던 아이들은 오가는 길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득 그 옛날 아이들의 세계가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서 상가건물들과 숱한 자동차들의 소음을 벗삼아 학교길을 오가는 요즘의 도심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가 궁금해진다. 도식적인 비교가 될른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훨씬 덜 풍성하고, 훨씬 더 획일적이며, 훨씬 더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검붉은 '버찌'의 맛과 색감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듯한 정겨운 그림과 함께 이오덕 선생님의 고운 우리말이 어우러진 책을 읽고 있노라면 더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진다.

권위적인 교장선생님마저 자연이 주는 풍성한 사랑과 추억에 마음이 동해 아이처럼 나무에 올라 아이들에게 버찌를 따주고 함께 나눠 먹는, 그야말로 한바탕 버찌 잔치에 초대된 듯한 결말도 근사하다. 시골초등학교의 평범한 일상을 수채화처럼 그려놓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확 풀어주는 청량감도 살아있어 좋다.

아이에게 읽어주고, 함께 버찌 따먹으러 가는 생각만 해도 흐믓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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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겨울 방학 - 소년한길 소년소설 3
이소완 지음, 양상용 그림 / 한길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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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는 부모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영수의 마음,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경태의 마음, 시계를 잃어버리고 친구를 의심하기도 하며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는 태수의 마음, 오랫동안 앓던 할머니의 죽음을 맞고 복잡한 감정들의 늪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순영의 마음.....

작가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이야기 세편을 들려준다. 

멋을 부리려고 한 흔적이 없으니 아주 가까이에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작가의 목소리가 더욱 친근하다. 별반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도 아니면서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좀처럼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도 꽤 강하다.

흑백 사진같은 그림도 이 책의 느낌을 살리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그림 속 순한 눈매의 아이에게 나지막히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도 너같이 느낄 때가 있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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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선생님의 공동육아이야기
이철국 지음 / 내일을여는책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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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인간을 특히 아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아이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여태껏 나는 그래도 다른 부모들에 비해 아이 편에 서서 이해하고 아이를 잘 알고 있다고 믿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 하는 대로 그저 따라하지 않고 늘 고민해 왔고 급기야 공동육아에까지 이르렀다고 자부해 왔다. 아이가 나와 있으면 행복하겠느니, 아이가 늘 편안하고 안정되리라 믿으며 내가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점차 나의 무력함과 무능함을 깨닫기 시작한다. 다른 부모들이 자기 좋은 대로 아이를 키운다며 흉보면서도 나 역시 내가 정한 틀로 아이에게 강요한다. 온갖 해악으로부터 보호한다면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여 선별할 기회조차 주기 꺼려한다. 밤새 아이에 대한 정보와 책자에 묻혀 골몰하면서도 실제로 아이가 놀아 달라고 조를 때는 이것저것 변명하기 일쑤다.

벌거벗은 마음으로 조용히 돌이키면 대체 내가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분명한 것은 아이 자체에 대한 이해와 열린 눈이 없으며 그저 내가 나의 뜻대로 내 소신을 펴는 어떤 대상으로 다루는 것이라는 고백이 나온다. 별 수없이 나도 그저 그런 엄마에 지나지 않았구나 라고....

그래서 이철국님의 글을 읽는 동안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청사진을 확인하며 우리 아이들의 신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에 대한 겸허한 마음과 열린 눈, 아이를 위한 조력자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보다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열린 방식, 교육보다 선행되는 만남의 의미, 그리고 자유로운 인격의 교감의 중요성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앞으로 실제 공동육아 어린이집 운영을 하게 되면서 많은 어려움과 갈등의 상황이 주어지겠지만, 그때마다 아이를 그 모습 자체로 이해하고 무엇인가 규정된 틀로 속단하거나 계획하지 않는다면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어진다. 그러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에 대해 솔직한 앎의 과정을 거쳐 조금이나마 성숙한 부모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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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살아있다
박준용 지음 / 폴리포니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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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오페라를 듣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아리아의 가사가 어떠한지 궁금하기 시작한다. 이책저책 뒤적여 보며 가능하면 좀 재미있고 쉽게 쓰여진 책이 있기를 바랬다. 쉽다고 해서 알짜배기없이 대충 훑는 느낌도 없고 잘 소화된 것을 생생하게 들려준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오페라의 역사와 뿌리부터 시작해서 모차르트 등 여러 작곡가를 거쳐 현대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 속의 읽기 편한 큼직한 자체로 옆에서 이야기하듯 잘도 풀어 놓았다. 그래서 책 한권 재미나게 읽고나면 모르는 사이에 오페라에 대한 정감이 생긴 듯 뿌듯해진다.

책과 함께 있는 CD는 옛시대의 명반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님버스 프리마 보체'시리즈에서 선곡한 것으로 다소 음질이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역사적인 성악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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