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시노폴리...그가 2001년 급서하지만 않았다면 현재 세계 지휘계에서 아바도의 뒤를 이을 거장으로 자리잡았을텐데, 그는 홀연히 '아이다'와 함께 저세상으로 떠나고, 우리에게 몇장의 음반들을 남겨놓았다.
그가 장기로 하는 분야는 오페라와 독일 후기 낭만파 음악인데, 물론 그의 브루크너나 말러 음반들도 대단한 명연이지만, 여기 소개하는 이 음반 또한 명반의 자리에 오를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음반이다.
흔히 멘델스존의 교향곡들은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장중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교향곡을 사랑하는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멘델스존이 남겨놓은 교향곡들 중 '스코티쉬'와 '이탈리아', 그리고 '종교개혁' 이 세 교향곡은 그의 음악세계를 함축하여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멋진 교향곡들임에 틀림없다. 특히 그 세곡중 4번인 '이탈리아'는 본인의 생각에는 가장 뛰어난 멘델스존의 교향곡이라고 생각되는 곡으로, 많은 작곡가들이 다루었던 이탈리아의 풍광과 아름다움을 '풍경화가' 멘델스존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탈바꿈시켜놓은 명곡이다.
'이탈리아'의 추천반으로는 아바도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DG에서 발매한 음반 (스코티쉬와 커플링된)이 있으나, 이 음반은 현재 절판으로 구하기가 쉽지 않고, DECCA에서 나온 아바도의 음반은 역시 런던 심포니와 함께 한 것이긴 하나 아바도가 좀더 젊었을때의 녹음이다. 물론 해석의 차이가 크지는 않아서 무난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또하나 명반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이 본 앨범인데, '이탈리아'와 함께 유명한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이 커플링되어 있는 것이 또한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시노폴리는 '이탈리아'의 4악장, 즉 유명한 '살타렐로'에서 템포를 빠르게 설정하고 있는데 가볍게 질주하는 현악 파트와 밝은 느낌의 관악 파트의 조합이 잘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생각되는데, 만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였다면 좀더 장중하고 무거운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탈리아'도 명연이나, 함께 커플링되어있는 미완성 교향곡 또한 명연이라고 생각된다. 이탈리아와는 다르게 시노폴리는 템포를 느리게 잡고, 천천히 한음한음을 쌓아올리는 듯한 느낌으로 지휘를 하는데, 유연하면서도 장중함을 잃지 않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동곡의 명연으로 일컬어지는 카를로스 클라이버/빈 필하모니의 녹음과 비교해보면 클라이버 쪽이 전체시간이 2분 정도 빠르게 녹음 되어 있다. 들어봐도 클라이버 쪽의 연주가 좀더 템포가 빠르고 가벼운 느낌이다. 물론 호불호가 갈릴 일이나, 본인은 시노폴리의 연주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우리시대의 위대한 지휘자 중의 한명이었던 시노폴리의 유산 중 기억될만한 음반이라고 생각되며, 사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DG 에서 시노폴리 박스세트가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