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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베가 박물관을 만들었어요! ㅣ 모두가 친구 27
오실드 칸스터드 욘센 글.그림, 황덕령 옮김 / 고래이야기 / 2014년 7월
평점 :
오실드 칸스터드 욘센은 이 그림책은 2011년 노르웨이에서 뽑은 '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책' 이 되었다고 합니다. 책표지부터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물건들이 ( 혹은 잡동사니,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 꽉 차 있지요. 그렇다고 답답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눈에 편안한 초록빛을 띄고 있으니까요.
지은이의 배려도 녹아있겠고, 쓸모없다 생각이 들어 버려지는 것들이 생각만큼 더럽거나 아름답지 않은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듯 했어요.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주인공 쿠베. 귀여운 표정과 통나무 몸통은 앙증맞은 우리 아이들 모습 같아요. 우리 아이들도 쿠베처럼 무언가 모으는 것을 좋아하지요. 보관해야할 상자를 만들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싱크대 선반을 뒤져 반찬통을 슬쩍 가져가기도 해요. 아니면 침대 머리맡에 주우욱 전시를 해놓기도 하죠.
엄마입장에서 보면 '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들' 의 항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쓰레받이에 훅~ 담아 한번에 말끔이 치워버리고 싶은 욕구를 하루에도 몇번씩 억누른다지요. 이런 엄마마음과는 달리, 물건하나하나 추억이 있고, 이름이 있고, 할일이 있는지 아이들은 너무 곱게 소중하게 모셔둔다지요.

쿠베의 수집품을 보면 아이들이 어떤 것을 모으는 지 알 수 있어요. 우리집 아이들도 비슷한 것들을 모으니까요. 플라스틱 조각. 옷에서 떨어져나온 빤짝이. 어디서 떨어진 건지도 모를 동그라미 따위들이 잔뜩입니다. 쿠베는 그래도 어느정도 정리를 할 줄 아는 친구네요. 바닥에 늘어놓으면 저가 밟든 남이 밟든 할꺼 아네요? 크기와 쓸모에 따라 분류한 후 상자마다 꼼꼼하게 네이밍도 해놓고, 이게 바로 정리의 기본이 아닌가요? 가장 기본적인 정리개념을 쿠베는 알고 있네요.
요 정도의 정리개념은 우리 아이들도 있다지요. 미술용품들 가위,풀,지우개,연필,스티커,색종이,여러 지류 따위를 네 개의 상자에 담아 정리를 해놓고 이름도 붙여주었어요. 제가 해도 될 일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정리하고 이름을 붙여넣으니 아이들이 즐거워했다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주워모은 물건들은 아직도 처지곤란이라지요^^;;; 쿠베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본 후에 아이들과 물건 정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지요? 쿠베는 모으고 모은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했을까?

정리의 기본개념을 알고 있는 쿠베에게도 고민이 생깁니다. 너무나 많은 물건을 가져왔고 더 이상 정리할 상자도 없기때문이죠. 그때 할머니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현명함을 보여줍니다. 언제나 바쁘고 맘이 급한 엄마들은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신의손'처럼 다가와 도와주곤 하죠. 그건 아이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앗아가버리는 짓 같아요.
쿠베처럼 우리 아이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방법을 강구하는 가운데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쿠베 할머니처럼 현명한 어른은 적절한 방법을 제안하겠지요?

쿠베의 기가 막힌 한 수는 바로 ' 박물관 '을 만드는 거에요. 참 멋져요~!! 집이 박물관으로 변신한다니 말이에요. 동네 사람들에게 정리정돈 잘 된 쿠베의 멋진 수집품들을 펼쳐 보여줄 수 있어요. 쿠베는 열심을 내어 박물관을 운영합니다. 본인에겐 의미있는 물건들이지만 처음 보는 이는 잘 모를 수 있으니 열심이 몸을 아끼지 않고 설명합니다. 쿠베의 이야기 속에 자신이 헤쳐나가며 얻은 삶의 지혜가 속속 녹아있어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책 이야기나누면서 현명한 쿠베의 이야기를 새기면 좋을 듯 해요.
하지만, 박물관 운영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쿠베는 또 할머니께 전화를 걸지요.
할머니는 적절한 낚시법을 알려줍니다. 물고기 잡아서 주는 게 아니라 현명한 부모가 그러하듯이 낚는 법을 넌지시 알려주어요. 쿠베는 그래서 좀더 멋진 아이디어를 내지요. 그게 무얼까요? 바로 사진첩이에요.
자신의 수집품을 도록으로 만드는 거죠.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고 필요없는 것들은 분리수거하거나, 재활용만들기를 하겠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혹시 모르죠. 지은이가 쿠베의 재활용만들기에 대한 책을 펼쳐낼지도요.
아이들의 눈은 바로 앞의 것만 보는 것 같아 어리다 하나요? 그래서 사물을 더 깊이 있게 자세하게 애정담아 보는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어른들은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려고 하잖아요. 아이들처럼 한번에 하나씩 보려고 하지 않죠. 그 아이들의 시선이 꽂힌 여러 물건들을 혹시 하찮은 것이라 여겨 슬그머니 쓰레기통에 버려버린 적은 없나요? 저도 아이들 몰래 뒤로 버린적 많다지요.
이 책은 쿠베의 기발한 정리법과 기록법을 소개하며 어른들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주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하찮은 건 없어요.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엄마아빠도 그렇게 여겨주세요~ 하는 것 같아요. 혹은 우리는 어리고 작아 큰 힘이 없어보이지만, 소중한 존재라는 것, 빛난 존재라는 걸 잊지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바라봐주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