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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2001년 1월
평점 :
" 할머니, 이번 설날에도 만두 많이만드실 거죠?"
" 물론이지. 그래야 다 같이 나눠 먹잖니! "
손 큰 할머니네 만두 만들러 가야지~

" 뭐니뭐니 해도 김치가 많이 들어가야 맛이 나지! "
" 김치가 많이 들어가니 숙주나물도 넉넉히 들어가야지! "
" 숙주나물이 많이 들어가니 두부도 그만큼 들어가야지! "
할머니는 참 바쁘십니다. 만두 만드는 일이 이것저것 넣고
꾹꾹 눌러 뚝딱 쪄내면 되는 줄 아는데, 이것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일도 없지요.
그래서 저는 아직 한번도 해보지 않았답니다. 실은 음식
잘하기로 동네 소문난 우리 시어머니도 아직 만두는 만들기 어렵다고 하시기도 해요.
김치넣고 숙주나물 넣고 또 두부 들어가고 버섯도 양껏
들어갑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운율이 느껴집니다. 노래 한 자락
뽑아내는 듯한 책읽기가 되지요.
글밥이 적지 않은 그림책이지만 꼬꼬마 친구들도 즐기는
이유가 바로 이런 노래부르는듯한 짜임때문이 아닌가합니다.

어쩌다보니 엄청난 양의 만두소가 만들어지고 이제 만두소를
뒤적거려야할텐데 어쩌나 하다가 할머니는 헛간 지붕으로 쓰이던 함지박을 가져다 놓습니다.
아이들이 빵빵 웃습니다. 이제 만두소도 다 되었고 모두
모여 노래를 부르며 밀가루 반죽을 합니다. 엄청난 양의 반죽이지요.
자, 이제 만두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만두소 양이 엄청나서
일까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만두소는 아직도 봉긋~
처음에는 만두 빗기에 신이 나던 동물들도 이제 시름시름
합니다.
" 정말이지. 할머니 손 큰 것은 알아주어야 한다니까. "
" 만두는 먹어 보지도 못하고 만두 귀신 되겠다. "
" 그런데 저 만두소는 만들면 만들수록 커지는 것 같아. "
동물들 투덜거림에 할머니는 용단을 내리시네요. 만두를
아주 크게 만들자고 하세요.
사과만큼 그러다 호박만큼 그러다 항아리만큼 그러다 자기
몸보다 더 큰 만두도 말이지요. 그래도 만두소는 좀처럼 줄지가 않아요.
이제 남은 만두소를 전부 모아 큰 만두하나를 만들자고
합니다.
"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요? "
" 그렇다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만두! "

" 이러다 쟤네들까지 만두소가 되겠어!! " 라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 동물들도 아주 재미있어요. 곱게 벗어놓은 할머니 신발도 재미있습니다.
아주아주 큰 만두가 익어갑니다. 만두가 익어 갈수록 섣달
그믐날 밤도 푹 익어갑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음력으로 한 해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밤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저 할머니네 집 가기 전날 밤 정도?
저 역시 아이들과 설전에 잠시 들러 일도우고 다시
우리집에 왔다가 설날 당일에 가 어머님이 해놓으신 음식만 한보따리 싸서 가져오지 이렇게 섣달그믐을 다 함께 준비하지는 않아요.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왜 이렇게 큰 만두를 만드는가
생각해봅니다.
더불어 우리 어머님은 먹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뭔 음식을
그리 많이 하시는가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 손이크다 > 라는
관용구를 그리 나쁘게 여기지 않습니다. 손이 크면 클수록 그 넉넉한 마음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니까요.
우리 어머님도 며느리 바리바리 싸주시고 동네 어르신들
죄~ 나눠드리고 친척들 가방에 켜켜이 담아주시는 맛에 음식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손이 정말 크시지요.

할머니의 엄청 큰 만두덕에 모두 즐거운 설날 아침을
맞습니다. 배부른 설날 아침이에요.
모두 모여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할머니는 여전히
앞치마를 두른채 흐믓하게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 모습이 꼭 울 어머님 같아서 괜스레 짜증이 납니다.
몸 힘들게 뭣을 그리 많이 하시냐고 어차피 다 퍼줄꺼면서
몸 아픈거 생각안한다고 타박아닌 타박을 하는 며느리거든요. 고만 좀 하시라고 하면 그러십니다.
" 내 좋아 하는 일" 이라시는 어머님. 니들이 먹을
거고 내 손주들이 먹을거라 좋다는 말씀.
잘 먹여놓고 잘 노는 모습 보면 흐믓하다는 저 손 큰
할머니도 딱 그 마음이시겠지요?
예쁜 시 한편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입니다.
재미있고 입맛에 착 붙는 표현들이 가득한 책이에요.
아이들의 기본적인 질문이 될 " 엄마, 손이 크다는 게
뭐야? " 에 답을 하려고 사전을 뒤적거리거나 고민에 빠지는 분들이 계실까요?
일일이 답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찬찬히
읽고 나면 모두를 먹이기 위해 큰 만두를 만드는 할머니의 그 넓고 포근하고 따듯한 마음을 보며
바로 이게 손이 크다~ 커도 엄청 크다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손 큰 할머니의 세상에서 가장 크고 맛이쓴 만두 만들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