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진실하게 여자의 이름으로 성공하라
김효선 지음 / 푸른숲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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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이제 8년째에 접어드는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이 너무나 절실하게 다가왔다. 다가오는 승진의 시기와 조직 내에서의 나의 위상 및 미래, 회사 내에서의 나의 비전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요즘, 여기에 나오는 많은 부분들이 시사해주는 것이 참 많다. 물론, 좀 더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을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부분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많은 처세의 방법을 그래도 8년 동안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스스로 터득해 이미 체험적으로 깨닫고 있는 부분들도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커피에 대한 태도라든가, 술자리에서의 진한 농담들에 대한 대처라든가, 아래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방법 들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리더로서의 갖추어야 할 요건들, 조직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건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구나 라는 것들을 실감하게 되었다. 전문가로서의 능력보다 업무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 그에 대한 실력이 없으면 남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지 몰라도 여자들에게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정확한 지적이었다고나 할까. 가만히 돌아보니, 나도 주변에서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있는 것이다. 그 때는 정확히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개인의 특성이려니 하였으나 지금 생각하니 그건 남녀의 차이였다는 걸 알았다.

‘여자’로 길러지는 과정에서 남자들에 대해 배우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조직 생활 자체에 적응하기 힘들게 되는 요소라는 것도 참으로 신선한 해석이다. 현재의 대부분의 조직이 남성들의 정글이고 우리는 홀홀 단신 그 정글 속으로 모험을 떠난 사람들이라는 것, 따라서 남자들은 스스로 그 정글의 법칙을 알지만, 우리는 그 정글의 법칙을 배우지 못하면 결국에는 중간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여자들이 져야 할 많은 짐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알게 한다.

물론, 궁극적인 목적은 남자들의 정글을 인간들의 정글로 만들어 굳이 남녀 가리지 않고 똑같이 법칙을 배우고,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중간 과정은 여자들의 힘으로, 더 많은 노력으로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성’의 규정에 있어서 그 규정 자체가 또한 여성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실 말이다. 여성은 이런 특성이 있고 저런 특성이 있는데, 오히려 이게 강점이 될 수 있다… 라는 것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특성들이 여성 고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특성들이 여성들만의 것이라고 누가 이야기했는가? 누구에게 배웠는가? 그걸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직장생활이 아직은 서툰 많은 여자 후배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그리고 과감히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정글의 법칙을 배우고, 그것들을 보편적 인간들의 정글로 되돌리는 작업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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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Society 한경 클래식 3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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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의 추천으로 이 책을 샀을 땐 Next Society에 대한 어떤 혜안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피터 드러커의 명성도 일종의 보증 수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었고. 하기사, 학자가 점쟁이나 예언가가 아닐 바에야, 어떻게 ‘미래’에 대한 모습을 함부로 그리고 함부로 말하겠냐마는, 그래도 그렇지 이 책은 정말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기대가 컸기 때문에 갖는 실망이기에 전혀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식 근로자에 대한 최고 경영자의 관점이라든가, 혁신에 대한 강조, 마치 사람들이 영원할 것처럼 여기는 현대 산업사회의 모습들에 대한 경고, 역사의 사이클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등장할 어떤 거대한 흐름 등. 새겨서 보아야 할 대목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책의 구성과 번역이 너무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일관된 맥락 없이 반복적으로 튀어나오는 이야기들이 지루함을 갖게 한다. 이 책의 1/3 정도의 분량이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너무 반복적으로, 산만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강 뛰어 넘으면 지나가는 부분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또한 번역의 탓인 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로 된 말이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종종 있다.

또한 옥의 티라면, 보이지 않게 드러나는 피터 드러커의 미국에 대한 편견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피터 드러커는 무엇을 근거로 선진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미국이 엘리트가 지배하지 않는 사회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보통 나는 이런 류의 실용 서적들을 잘 읽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얻은 책 선택에 있어서의 배움이 있다면 서술된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것이다. 저자도 지적하고, 우리 모두도 알고 있듯 굉장히 급속도로 변하는 시기에 1998년, 1999년 등의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물론, 그것을 통해 피터 드러커의 혜안(그 당시 그가 한 말이 많이 들어맞고 있으니까)이 돋보이는 면도 있고, 그 당시에 몰랐던 점들을 ‘아, 그 때는 그랬구나’ 하고 깨달을 수야 있겠지만, 도대체 제목이 의미하는 Next Society 와 맥락이 잘 안 닿는 것이다. 그건 책 구성에 있어서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현대 사회, 그리고 향후 도래할 사회의 다수가 될 지식근로자들의 특성과 그들의 성취를 이끌어내는 방법, 그리고 조직 내에서 그들에게 접근하는 방법 등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또한 인구 통계학적 접근을 통해 미래 사회를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도 신선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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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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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와 고고미술사를 공부하고, 기자 및 미술관의 큐레이터를 거쳐, 현재 간송미술관 연구위원 및 연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저자의 뿌리 깊은 한국 미술 사랑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단순하게 미술에 대한 지식으로 승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미술사를 공부한 실력을 발휘해 중국 및 일본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 놓은 것 하며, 주역에서부터 출발하는 동양의 철학을 곁들여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까지 아주 충실하게 진행된 강의이다.(강의한 내용을 녹취한 형식으로 옮겨 담은 책임)

화인열전(유홍준 저)을 읽을 때도, 우리 나라 역사 속의 많은 화가들에 대한 훌륭한 그림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의 전통 회화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홍도 하면 풍속화가(혹은 거의 민화에 가까운 평민용 그림을 그린 사람), 신윤복 하면 기생 그림 들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 현재의 미술 교육 풍토를 생각하면, 우리 나라의 많은 미술 선생님들이 이러한 책들을 좀 많이 읽고 보다 전통 문화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바람도 가져 본다.

아무래도, 미술 선생님들이 미대에서 주로 서양회화 위주로 공부를 했기 때문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 미술대학을 꿈꿀 당시 화실에서 제일 처음으로 시키는 데생부터가 우리 나라의 전통에 뿌리는 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대학을 다 졸업하고 다 늙어서야(?) 이런 것들을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가슴 아프다.

저자는 특히나 ‘김홍도 전문가’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그쪽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관계로, 주로 책에서 등장하는 그림들이 김홍도의 그림이 많다. 나 또한 김홍도를 씨름, 무동, 벼타작 등만 연상했지 정조가 무척이나 아껴서 자주 불러서 그림을 그리도록 했던 당대의 명망가였음은 저 뒷전으로 거의 잊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벼타작>을 보아도 평민용과 양반용을 따로 그릴 정도로 그림을 즐기는 대상에 따라 다가가기 쉬운 그림, 정신세계를 담은 그림을 그린 정말 훌륭한 화가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기로세련계도나 시흥환어행렬도는 김홍도의 그림이라고 배운 적이 있었던가 생각될 정도로 낯설기까지 하다.

호랑이 한마리를 가지고 당대의 정서를 논하고, 일월오봉병 그림을 가지고 주역의 음양오행설을 풀어낼 정도로 저자의 지식 깊이는 놀랍다. 또한, 송하맹호도의 말도 안 되는 일본식 표구나, 논개나 춘향, 이순신의 초상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 초상화 속의 인물을 밝혀내기 위해 피부과 의사까지 동원하는 열정 등이 책 속에 오롯이 녹아 있어 정말 순식간에 읽어내릴 수 있을 재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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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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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다지도 허탈할 수가. 그래도 나 또한 대학까지 졸업한 멀쩡한 직업 여성으로서 나 자신과, 내 자신이 속한 여성이라는 계급(?)에 대하여 정체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살아간다고 자부하고 있었건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하였을 뿐…

이 책은 ‘그래 난 못된 여자다’ 와 형식이 아주 유사하다. 특정 경험담을 하나씩 들려주는 형식. 하지만 ‘그래 난 못된 여자다’ 에서는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여성들의 생활 혹은 스스로의 가치관이라는 부분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면, ‘아주 작은 차이’ 에서는 보다 성(性)적인 면에 focus를 두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그것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여성의 자아 찾기를 만들어가자는 성격이 좀 더 강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여기에 나오는 대다수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정도가 조금씩 다를 뿐 요즘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이야기들이 독일의 25년 전 모습이라는 것이다. 25년! 독일은 그렇다면 그 25년 동안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는 확신할 수 없다. 아무리 발달한 유럽 서구 문명이라 해도 여성의 운명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긴다면 너무나 비관적인 견해일까? 어쨌든, 이 책을 읽다보면 독일의 25년 전 모습과 우리의 현재 모습이 너무나도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자의 말대로 그 25년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이 책이 나온 것이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갈 길이 먼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가사 노동에 대한 인식, 동성애를 바라보는 관점, 성의 평등, 가정 주부의 지위, 현재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여성운동의 진정한 의미, 프로이트적 정신분석학의 치명적 오류들, 그로 인해 수십년 간 고통받으며 살아온 여성들의 삶…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는 나와 있다. 중요한 것은 “아주 작은 차이”를 인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 또한 진정한 평등이란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없는 것이라고 여겼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차이”란 무엇인 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차이”라고 여겼던 것조차 나도 모르게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개념이 아니었을까, 나 자신에 대해서조차 편견을 지닌 채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상상 외로 여성이라는 자기 정체성에 무지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지만, 그것 또한 인정해야 할 현실인 것 같다. 그 와중에 내게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여성들의 네트워크” 라는 사실이다. 그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아픔을 감싸안아주는 활동이 여성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는 데 얼마나 힘이 되는 지이다. 결국, 여성의 문제는 여성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 스스로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것, 그 네트워크들이 다시 더 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거대 네트워크 자체가 여성들의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주변의 여성들을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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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 미암일기 1567-1577
정창권 지음 / 사계절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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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중기인 16세기에 살았던 미암 유희춘의 개인적 일기를 바탕으로 그 당시 양반들의 생활상을 비교적 상세하게 풀어 쓴 책입니다. 저자가 국문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소설의 형식을 빌려오기도 하였고, 많은 양의 각주를 통해 직접 원문을 해석과 함께 실어 놓기도 하여서 읽는 데 지겨움이 전혀 없지요.

왜 16세기의 미암일기인가에 대해서 저자가 초반에 설명을 해 놓았듯이, 우리가 보통 조선이라는 왕조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생활상과 실제 16세기의 그것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 이 책이 나오게 된 기본 바탕입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조선은 17세기 이후의 조선 후기를 의미하는데, 이 때가 누구나 다 알고 있듯 철저한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사회인 것이며, 16세기만 해도 '태조 왕건'에서 말타고 전쟁하는 여인들의 모습에서와 같은 고려의 기운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이죠. 따라서 여성의 지위도 거의 남성과 대등하였으며(물론 벼슬은 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비교적 소신 있게 피력하였고, 결혼 후 처가에서 사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현상이었습니다.

미암 유희춘은 주로 홍문관 쪽의 벼슬을 맡아 하던 학자였는데, '여인천하'에도 잠시 나왔듯이 문정왕후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시기에 '양재역벽서사건'으로 귀양을 갔다가 선조가 즉위한 후 복권되어 그 후로 계속 벼슬을 맡아 하며, 왕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일도 맡아서 하곤 했던 사람입니다. 저술 활동이 활발하였는데, 그 어떤 저술보다 오히려 이 일기가 후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보았습니다.

미암의 부인은 '송덕봉'으로, 선비의 풍모를 갖춘 여인이었습니다. 미암과 곧잘 시로서 화답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하는데, 오히려 시 짓는 실력은 남편보다 뛰어나기까지 하였다고 하는군요. 그녀는 시로서 남편에게 건강을 생각하여 벼슬을 그만두고 내려오라고 충고하기도 하며, 남편에 대한 애틋한 정을 적어 보내기도 하고, 힘들어 하는 아들을 위로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어서 집안의 대소사를 비롯한 모든 일들은 덕봉의 책임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집을 짓는 일조차도 덕봉의 손끝을 통해 모두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 집안의 실질적 권력자라고 보아도 지나침이 없을 듯 하더군요.

이 시기에는, 부인의 집에서 사는 것이 보편적이었고 오히려 사정이 있을 때마다, 혹은 일이 생겼을 때마다 시댁을 근친을 다녀오는 것이 당연스레 받아들여 졌었다고 합니다. 미암 역시 남원의 처가에서 살았으며, 미암의 딸은 평생 미암과 함께 살았고, 미암의 아들과 손자 역시 결혼 후 처가에서 살면서 일이 있을 때마다 미암에게 달려오곤 하였습니다. 또한 재산 상속에도 남녀가 다르지 않았으며, 부모님의 제사는 모든 자식들이 돌아가며 지냈습니다. 따라서 덕봉도 친정 부모님의 제사를 빠지지 않고 지냈던 것이죠. 언제 다시 이런 시절이 올런지 부럽기 그지 없네요. ^^

이렇게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 보장 되다 보니, 남편이 첩을 얻었을 경우 부인과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합니다. 조선 후기에는 물론 부인이 투기를 한다 하여 오히려 죄인 취급을 당했지만, 이 때는 상황이 좀 다르더군요. 예를 들어 미암의 사위가 첩을 얻자 미암의 딸은 남편을 방에 들이지도 않아 불도 안 때는 사랑방에서 살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끝내 남편이 중풍에 걸리고 말지요. 그리고 미암과는 상관 없지만, 이 당시 기록을 보면 남편이 첩을 얻었다 하여 집에 들이지조차 않아 남편이 밖에서 기다리다가 지쳐 쓰러져 죽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자기 남편이 죽었다고 떠벌리고 다니기도 하며, 평생 같이 살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양반집에서 말이죠. 참 신선하지 않나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조선에 대한 선입견을 없앴으면 하는 마음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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