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란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영화 화차의 프로모션 때이다.
개인적으로 변영주 감독을 좋아하고 영화도 호평이었다. 트렌디한 모델형 배우였던 김민희도 재평가가 받는 등 영화는 그 모든 소재들의 완성품이었다.
그 때 처음 미야베 미유키란 일본 미스테리 작가의 존재를 알았고 한국에도 그녀의 팬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다.

여름도 됐고 미스터리물을 한번 읽어볼까 찾던 중 검색에 걸린 게 미야베 미유키였고 히가시노 게이코의 소설 몇 편과 함께 가장 호평받는 작품 모방범이 장바구니에 들어갔다.

어쩌다보니 일본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은 터라 좀 재미없는 스포일러를 당한 셈이었다. 영화가 줄거리 따라가기에 급급한 지루한 스토리가 되어 버린 속사정도 알겠다.

소설은 1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에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드라마를 만들어주고 있는 반면 영화는 거대한 줄거리 전달을 목적으로 하다보니 등장인물들 모두가 기능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의 내면은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소설이 같은 사건을 여러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교차해 반복하여 보여주면서도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던 것과 대조가 된달까? 거기다 뜬금없는 따뜻한 엔딩은 전체 맥락과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영화를 먼저 보았던 것은 득보다는 실로 재미있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알아버린 격이었다. 소설의 재미까지 반감되었달까?
그렇다면 소설 자체로만 평가한다면?

이 소설은 발간된지 10년이 넘은 소설이다. 나는 이 소설을 지나치게 늦게 읽었다. 만약 10년 전 이 소설을 읽었다면 신선하고 참신한 전개와 구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소설이 논점으로 삼고 있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범죄의 사회적 파장 등에 대해 조금 더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를 먹다 보니 사실 사회정의나 인간성 자체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면서 모든 문제에 냉소적이 되어버린다. 결코 좋은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연쇄살인범의 범죄심리란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사라졌다. 범죄가 사라진 세상이란 것도 그저 환상임을 알겠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아마 현대 사회에서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같다. 그리고 직접적인 피해자부터 간접적인 피해자까지 상처와 아픔,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겠지.

이런 생각을 이미 갖고 있다보니 모방범이 그리는 세계가 충격적이지도 낯설지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자신의 충격을 감내하며 타임의 아픔에 연민하고 동정하는 사려깊은 아리마 요시오 같은 사람이 세상에 더 많았으면...내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한 사람의 천재 연쇄살인범은 대중을 조롱하며 자신의 솜씨를 뽐내지만 결국 사회 전체의 덫에 걸리게 된다. 휴대폰을 주운 어린 아이, 부동산 중개업자, 도망치다 우연히 목소리를 들은 사람 등. 자신이 조롱하고 비웃던 사회의 구성원들이 결국 그를 포위한다.....

그래도 범죄는 일어나고 피해자는 나타다며 불행은 끝나지 않는다......

그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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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파운데이션 세트 (전7권)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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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분하기도 남에게 주기도 하는 사람들이 많건만 여전히 책을 버리는 것도 남에게 주는 것도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장르소설의 경우 E-BOOK이 출간되면 전자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자책으로 장편을 사서 읽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전자책 전 7권을 언제 구매했나 봤더니 2013년 12월 9일.

그날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장장 1년 반동안 7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중간중간 다른 책으로 빠졌다가 다시 읽다가, 한참을 손을 놓았다가 다시 읽다가를 반복했다.

재미없어서는 아니었고 이야기 자체가 수세기, 수천만 광년을 넘나드는 이야기이다 보니 한숨에 읽는 것은 것이 오히려 위화감이 느껴졌달까...시간의 텀이 있어서 한 편에서 다음 편으로 넘어가는 기분전환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던 소설은 SF소설에서 가장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은하제국이 배경이다.

그런데 이 은하제국이란 것이 망해가고 있는 중이다. 거리의 인프라들은 서서히 낙후되어 가고 사람들은 고장, 실패, 불편, 부조리의 만연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저항하지도 변화나 혁명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쇠락이 한순간에 진행되어 역사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스무드한 전개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은하제국은 매우 방대한 제국이기에 망하는 것도 인지의 속도를 넘어서 매우 천천히 진행된다.

제국과 황제는 분명 멍청하고 무능하며 이 쇠락을 제어하고 통제할 능력도 자질도 역량도 없다. 제국이 망해가는 것은 기정 사실이고 인류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제국이 망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처럼 인류가 혼란과 대립, 전쟁과 무질서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것도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고 인류가 수억 년에 걸쳐 이루어놓은 문명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소용돌이의 틈바구니에서 적도 아군도 없는 전쟁과 파괴가 계속되다 결국 인류 전체가 공멸하여 인류는 원시의 세기로 다시 돌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

 

자....어떻게 한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로봇 3원칙.

 

첫째, 로봇은 인간에 해를 끼치거나 혹은 행동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된다.

둘째,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들에 복종해야 하며 단 이러한 명령들이 첫 번째 법칙을 위배할 때는 예외로 한다.

셋째,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만 하며, 단 그러한 보호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는 예외로 한다.

 

자, 아시모프는 여기에 제로원칙을 덧붙인다. 그리고 이 제로원칙은 앞의 로봇 3원칙에 우선한다.

 

제로,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가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가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파운데이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제국은 결국 멸망한다. 그리고 인류는 공멸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알아주던 말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되는" 위대한(감히 The great를 붙여주고 싶다) 로봇, 다닐은 결국 이 모든 것을 기획하기 시작한다.

제국의 생명을 최대한 연장시킴으로써 제국이 멸망하더라도 인류 전체가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해리 셀던이 등장한다.

 

해리 셀던은 수학적, 통계학적 원리를 통하여 인류역사를 예측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학회에서 발표하고 이를 심리역사학이라 지칭한다. 다닐은 해리 셀던을 지원하며 해리 셀던이 심리역사학을 정립하고 제국의 해체 이후 다시 새로운 체제가 정립하는 시기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즉 혼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그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한다.

 

바로 파운데이션의 구축이다.

자자자....여기까지가 도입부이다.

 

이야기는 제국 말기부터 시작해서 제국이 전설 속에 등장하는 옛 이야기가 되는 시기까지를 시간적 범주에 넣고 있다.

파운데이션 체제가 완성되기까지(실제로는 두 개의 체제) 수 많은 주인공들이 시기에 맞춘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여기에는 민주주의자, 엘리트주의자, 시장주의자, 보수주의자, 공화주의자, 자유주의자, 아나키스트, 혁명론자 등등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파운데이션을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다.

그들의 행동은 한 세대만 지나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시간을 앞으로 밀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아시모프는 그 많은 가치관 중 특별히 하나의 가치관과 "주의"를 신봉하지는 않으마 분명 극변보다는 점진적 변화를 지향한다. 그래서인지 대중노선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무대책의 해체보다는 대안을 갖춘 상태에서 천천히 움직이길 희망한다. 어떻게 구부러지고 돌아갈지언정 최종 목표는 절대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 것 같다.

아시모프의 주장은 살짝 위험해보이긴 하지만, 뭐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수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음....1위는....(둥~둥~둥~)

 

어찌되었던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파운데이션 4: 파운데이션의 끝>에 등장하는 스토 젠디발.

 

스토 젠디발은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입증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탁월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비범하다는 것을 일찍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는 겨우 열 살 때 그의 정신이 가진 잠재력을 알아본 제2파원데이션의 한 요원에 의해 발탁되었고 결국 제2파운데이션으로 들어오게 되었다(파운데이션 4: 파운데이션의 끝, 제5부 발언자 중)

 

뭐, 이런 인물!

 

내가 허약한 천재 이런 사람들에게 좀 약하다. 

"허약한"과 "천재" 모두에 방점이 있는데, 정신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섣불리 사용하기 난처해진 젠디발이 깡패에게 둘러싸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허약함"의 클라이막스라고나 할까.

그의 조력자인 헤임인(일종의 토착 원주민 같은 존재) 슈라 노비와의 로맨스도 좋음.

패미니즘적 관점에서 슈라 노비가 지나치게 종속적이라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슈라 노비 말고도 다양한 여성 조력자와 출연자들이 등장하니 그 부분의 비난은 패스.

 

4부는 제1파운데이션과 제2파운데이션 간의 대립이 주요 줄거리이고 각각을 대표하는 트레비스와 젠디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데....이야기가 일단락된 후 트레비스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어서 약간 아쉬웠다.

 

솔직히 파운데이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배후에서 조정하는 제2파운데이션보다 파운데이션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트레비스 쪽이 이야기할 꺼리가 더 많은 건 사실이겠으나...어찌되었던 맘에 드는 인물이 두 챕터 정도 지나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처받으면 파운데이션을 계속해서 읽을 수가 없다.

두 챕터 이후에 그 등장인물이 진토되어 전설이 되어 있는 것은 파운데이션 세계에서 흔한 일이니.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인물은 <파운데이션1 : 파운데이션>의 대상(大商) 출신 시장, 호버 말로.

 

"거절하네, 서트. 원자력이 그들을 위험한 존재로 만든다면, 모두가 증오하는 외국의 종교적인 능력에 기댄 불안정한 군주제보다는 차라리 무역을 통해 진지한 우정을 쌓는 편이 몇 배는 바람직 할 거야. 이런 종교 권력은 조금이라도 약해질 것 같으면 전면적인 붕괴에 이를 수 밖에 없으니 말이야. 그리고 뒤에 남는 건 하등 본질적인 것과 상관없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공포와 증오뿐이야"(파운데이션 1: 파운데이션, 제5부 대상 중)

 

"그렇게 되면......당신은 이 땅을 무역상인과 대상인의 나라로 만들고 있는 거야. 그러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말로는 우울한 얼굴을 들고 격하게 외쳤다.

"미래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 셀던이 미래를 꿰뚫어 보고 대처한 건 틀림없어. 다음에는 또 다른 위기가 오겠지. 그때는 현재 종교가 무력해지듯이 금력 또한 무력해지겠지. 내가 오늘의 과제를 해결했듯이 내 후계자들도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만 해."(파운데이션 1: 파운데이션, 제5부 대상 중)

 

호버 말로는 신비주의와 종교에 맞서 과학과 합리주의를 주창하는 상인인데, 상업주의로 위기를 극복한 말로의 방식은 분명 어느 시기에나 적용될 수 있는 완벽한 해결 방식은 아니겠으나 혼란에 대한 도피로 신비주의와 종교에 탐닉하려는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이익"과 "진보"를 약속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기는 했다.

일의 처리방식이나 선택, 기브 앤 테이크가 과감한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

 

세 번째 인물은....바로...로봇, 다닐.

 

이 신비스러운 로봇은 음지에서 인류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계획한다. 무능하지만 선량한 황제를 위해 모략자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음으로 제국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분투하며 해리 샐던을 발굴하여 지원하고 그리고 존재가 도움이 되지 않게 되자 즉각 사라져서 완벽한 갤러시아의 완성하기 위해 소멸되는....그리고 인간의 뇌와 합체되는 2만 년의 존재.

은하계에는 내가 해야 할 다른 일이 많아오. '제로원칙'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 나는 인류의 평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랍니다.(파원데이션 7: 파운데이션을 향하여 제1부, 에토데머즐 중)

 

매우 불경한 상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아시모프는 인간 진화 과정에 로봇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로봇 다닐이 가지고 있던 사람의 정신을 조정하는 능력을 해리 셀던의 손녀인 완다 셀던이 보유하게 되고 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제2파운데이션을 구축하게 되는 것도 결국엔 로봇성과 인간성의 합체까지도 의미하고 있는 것이고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 비물질과의 통일체, 갤럭시아의 완성을 구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시모프의 세계관은 트레비스의 입을 빌려 전해진다.

 

"그건 바로 이런 겁니다. 이미 알려진 두 개의 원칙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한편으로 인간들이 은하계에서 유일한 지적인 종이며 따라서 사회와 역사의 발전을 담당하는 유일한 유기체는 인간일 뿐이라는 당연한 원칙에 입각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았던 원칙이었지요. 즉 은하계에는 지적인 유기체는 단 한 종뿐이고 그것이 바로 호모사피엔스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만일 어떤 새로운 것이 있다면? 만일 사실상 인간과는 전혀 다른 지적인 종이 있다면 그들의 행위는 심리 역사학의 수학에 의해 정확하게 묘사되지 않았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셀던프로젝트는 무의미해지는 겁니다.....,내가 아는 바로는 전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다른 지적 존재와도 우리와 접촉한 적이 없었어요. 이 상태가 적어도 수세기는 지속되겠지요. 갤럭시아를 건설하는데는 인류가 거쳐 온 기간에 비해 1만분의 1밖에 안되는 수 세기 정도가 필요할 뿐이고 인류는 안전할 겁니다. 결국....여기 우리들 가운데 더 이상 적(敵)이 있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트레비스는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았다. 자기 밑에서 침착하고 헤아릴 수 없는 음울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는 팰롬, 양성체이자 변환 대뇌 능력을 지닌 색다른 존재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고....(파운데이션 5: 파운데이션과 지구, 21장 비밀의 끝)

 

1년 반에 걸친 완독!

파운데이션 세계에 빠져서 즐거웠다.

아시모프가 1942년에 시작에서 1992년 마지막 권을 탈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반에 걸쳐 천천히 읽은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인 것 같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고 싶다만...이 글을 쓰는 데도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전자책을 몇 번 씩이나 열었다 닫았다 반복.

 

앞으로 일생을 거쳐 몇 번 더 읽을 텐데...책 속에 내포되어 있는 정치철학이나 역사관 가치관이 그 때마다 어떻게 다르게 다가올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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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톨의 밀알 세계문학의 천재들 4
응구기 와 시옹오 지음, 왕은철 옮김 / 들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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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톨의 밀알은 1963년 케냐의 독립을 배경으로 식민시대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 모두는 비밀과 그 비밀에 수반되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 뭄비에게 돌아오기 위해 맹세를 고백하고 수용소를 나온 기코뇨.
남편이 잡혀간 후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된 뭄비.
저항군을 이끌었던 키히카의 복수를 하지 못한 R장군.
심지어 백인의 하수인이 되어 동족을 검거하는데 혈안이 되었던 자신의 행위를 끊임없이 정당화하던 카란자마자 결국 심연같은 죄의식과 마주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구타당하는 여성을 구하고 키히카를 숨겨주었으며 수용소에서 단식저항을 수행한 것으로 영웅시되었던 무고가 사실은 키히카를 밀고했다고 고백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무고는 영웅으로 추앙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죄를 고백하고 처형당하는 것으로 수형과 같은 자신의 삶을 끝낸다.
재미있는 것은 응구기가 딱히 저항군의 활동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키히카는 영국 식민지하에서 흑인들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을 호소하지만 그는 큰 대의에 치우쳐 작은 인간들의 삶을 보고 있지 못하다. 지하조직을 위해 협조를 요청한 무고는 원래 공동체에도 속하지 못하고 살아간 인물이었다. 그는 부모님을 여의고 숙모의 학대 속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자신이 남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것처럼 남도 자신의 삶에 끼어들지 않길 바랐다. 그런 그에게 부족과 케냐인의 권리를 위해 자신의 기반을 송두리채 앗아갈 수도 있는 선택을 하라는 키히카에게 반감을 느끼고 그를 밀고하기로 한다.
그는 본래 고립된 하람비(공동체)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공동체가 그에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R장군이 그에게 인사를 하고 키히카가 자신을 찾아오기 전까진...
그래서 자신의 신념에 함몰되어 있는 키히카는 일견 강압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테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잡혀가고 생명을 잃었지만 그는 대의를 위한 희생은 불행한 일이지만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한 톨의 밀알이 죽어서 더 많은 곡식이 자라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고는 끊임없이 되뇌인다. 살고 싶다고....
응구기는 키히카를 영웅시하지도 무고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독립축제일 영웅을 바랐던 대중은 영웅이 사실은 밀고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죄의식을 품은 사람들은 심지어 그의 용기를 인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념이 있는 사람들은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고 비밀리에 처형한다.
신념없이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을까? 민족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신념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중심을 차지 않는 신념은 오히려 파괴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카란자의 선택처럼 개인을 중심으로 일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라는 말은 아니다. 

카란자가 자신이 고발하고 고문하고 죽인 사람들을 자신이라고 인식하고 살지 못하다 자신이 맞아 죽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비로소 그들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신념이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지. 공동체는 그 바탕 위에서 세워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신념과 일상의 삶을 함께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엄혹한 식민상황에서는....그는 이렇게 연민의 눈으로 케냐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한 톨의 밀알은 답을 내리기 보다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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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과 지구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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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유니버스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지적 유기체인 인간이 우주 건설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인간중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거부감을 주지 않는 상상일 것이다. 심지어 파운데이션 유니버스에서 지구는 원 앤 온니 우주생명체로 등장하니 과히 인간중심적이며 지구중심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은 제1, 제2 파운데이션의 갈등 속에서 동양의 도가사상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듯한 가이아를 선택한 트레비스가 자신의 결정에 확신 하지 못하고 인류의 기원인 지구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트레비스는 이 과정에서 여러 행성을 방문하게 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된 인류의 삶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지구의 위성, 달에 도착하여 가이아를 통한 미래, 갤럭시아 건설이 가장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갤럭시아는 모든 생명체가 혼합된 유기체이며 생물체 뿐만 아니라 지적인 무생물, 로봇까지를 포함한 세계이다.
트레비스는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가이아를 대표하는 블리스와 수차례 논쟁을 벌인다. 자신은 전체에 종속된 부속품이 아닌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갤럭시아를 선택한 순간에도 자기 생에 갤럭시아가 완성될 것은 아니라며 안도하기도 한다. 갤럭시아에 종속되기를 이렇게 거부하는 그가 갤럭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여행 중 목격한 고립자 독립체들의 파행적인 발전과정이 준 충격 때문이다(특히 솔라리아).
은둔적 삶을 지향하는 나는 솔라리아의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양성체인 인간이 로봇의 도움을 받아 철저하게 자급자족의 삶을 누리는 것 말이다.
트레비스는 솔라리아인인 패롬을 계속 괴물이라고 여기고 껄끄럽게 여기지만 인간이 자행하는 파괴와 악행도 괴물같긴 마찬가지.
만약 내 생명이 위협당하지 않는 전제라면 난 갤럭시아보다 솔라리아를 선택할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처음보다는 흥미가 많이 떨어졌지만 계속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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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문, 전등자동센서... 지금은 당연한 일인데 트레비스 일행은 이를 초과학적 신비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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