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란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영화 화차의 프로모션 때이다.
개인적으로 변영주 감독을 좋아하고 영화도 호평이었다. 트렌디한 모델형 배우였던 김민희도 재평가가 받는 등 영화는 그 모든 소재들의 완성품이었다.
그 때 처음 미야베 미유키란 일본 미스테리 작가의 존재를 알았고 한국에도 그녀의 팬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다.

여름도 됐고 미스터리물을 한번 읽어볼까 찾던 중 검색에 걸린 게 미야베 미유키였고 히가시노 게이코의 소설 몇 편과 함께 가장 호평받는 작품 모방범이 장바구니에 들어갔다.

어쩌다보니 일본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은 터라 좀 재미없는 스포일러를 당한 셈이었다. 영화가 줄거리 따라가기에 급급한 지루한 스토리가 되어 버린 속사정도 알겠다.

소설은 1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에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드라마를 만들어주고 있는 반면 영화는 거대한 줄거리 전달을 목적으로 하다보니 등장인물들 모두가 기능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의 내면은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소설이 같은 사건을 여러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교차해 반복하여 보여주면서도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던 것과 대조가 된달까? 거기다 뜬금없는 따뜻한 엔딩은 전체 맥락과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영화를 먼저 보았던 것은 득보다는 실로 재미있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알아버린 격이었다. 소설의 재미까지 반감되었달까?
그렇다면 소설 자체로만 평가한다면?

이 소설은 발간된지 10년이 넘은 소설이다. 나는 이 소설을 지나치게 늦게 읽었다. 만약 10년 전 이 소설을 읽었다면 신선하고 참신한 전개와 구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소설이 논점으로 삼고 있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범죄의 사회적 파장 등에 대해 조금 더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를 먹다 보니 사실 사회정의나 인간성 자체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면서 모든 문제에 냉소적이 되어버린다. 결코 좋은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연쇄살인범의 범죄심리란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사라졌다. 범죄가 사라진 세상이란 것도 그저 환상임을 알겠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아마 현대 사회에서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같다. 그리고 직접적인 피해자부터 간접적인 피해자까지 상처와 아픔,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겠지.

이런 생각을 이미 갖고 있다보니 모방범이 그리는 세계가 충격적이지도 낯설지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자신의 충격을 감내하며 타임의 아픔에 연민하고 동정하는 사려깊은 아리마 요시오 같은 사람이 세상에 더 많았으면...내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한 사람의 천재 연쇄살인범은 대중을 조롱하며 자신의 솜씨를 뽐내지만 결국 사회 전체의 덫에 걸리게 된다. 휴대폰을 주운 어린 아이, 부동산 중개업자, 도망치다 우연히 목소리를 들은 사람 등. 자신이 조롱하고 비웃던 사회의 구성원들이 결국 그를 포위한다.....

그래도 범죄는 일어나고 피해자는 나타다며 불행은 끝나지 않는다......

그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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