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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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여성의 섬세한 내면, 성폭력의 경험을 다룬 책으로 정의한다면 의미가 축소될 것이다. 해설의 표현처럼 글 속에서 복잡하게 일렁이는 감정들은 납작하게 정리되어 버린다.
나름대로 분류를 하자면 여성의 평범하면서 복잡 미묘한 관계를 다룬 「보내는 이」, 「여기 우리 마주」. ‘폭력 생존기’ 3부작이라 불리는 「눈으로 만든 사람」, 「나와 내담자」, 「내게 내가 나일 그때」. 토속적이거나 불교적인 분위기가 깔린 「운내」, 「美山」, 「11월행」, 「점등」이 있다. 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가족들로부터 소외된 소녀들의 관계를 그린 「운내」와 광화문 점등행사를 배경으로 종회의 입사 동기들이 등장하는 한 「점등」이 좋았다. 뚜렷한 서사나 비범한 주인공이 없어도 디테일한 설정들과 탄탄한 문장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들이었다.
비록 책 한 권이지만 최근 한국문학의 매력과 탄탄한 작품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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