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면서 본다 - 런던 V&A 박물관에서 만난 새로운 여행 방법
이고은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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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쪽 독립출판이 핫하던 시절에 정말 많은 여행드로잉 출판물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행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나는 외로운 곳에서 홀로 주저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 책들 다수는 ‘그림 실력과 관계없이‘ 혹은 ’잘 못 그린 발그림으로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지만 내가 볼 땐 하나같이 다 잘 그린 그림.. (망한 여행 드로잉 대회라도 열어야 하나?) 어쨌거나 이 시기 즈음하여 ’여행 드로잉‘자체가 유행이었던 듯도..?!

<그리면서 본다>는 2009년 영국의 v&a(빅토리아앤알버트) 뮤지엄을 관람하고 남긴 그림기록이다. 박물관 전체 풍경보다는 전시품들 하나하나를 그대로 그림(설명까지 포함)으로 옮겼다. 전시 도록도 아니고 전시품을 그대로 그릴 이유가 있나? 굳이 설명까지 옮겨적다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집에 싸들고 가고 싶은 예쁜 것들이 너무 많아 대신 스케치북에 담아가기로 했다는 저자의 본심을 듣고 나면 절로 고개가 끄덕끄덕. 그 의도가 무척 괘씸하면서도 귀엽다.

정물화를 그리고자 한다면 대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입체적인 사물을 평면의 종이 위에 옮기기 위해 살려야 할 부분도 포기해야 할 부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차원을 뛰어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전시물 당 20분의 시간을 들여 그렸다는 저자. 무언가에 오롯이 20분 간 집중해본게 언제였던가. 릴스도 2분짜리는 너무 길어 못 보는 세상을 살며 손그림이란, 책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한다.

달걀책방에서 원화 전시중이라 하여 보러갈 예정!

아이들이 박물관/미술관 등 다닐 때 지루해하는 감이 있는데 그림을 그려보라고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통할 것 같기도ヲ𐌅 𐨛 ヲ 𐌅 𐨛 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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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윤경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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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코 데뷔 40주년! (벌써!)
초기작 <탐정클럽>이 <장미와 나이프>라는 제목으로 복간되었다하여 언능 만나보았다.

사실 추리물을 막 좋아하진 않는 편인데, 그건 그 아무리 기발한 트릭과 수법이 나온다 해도 결국 “동기”는 불륜 아님 돈.. 이라는 다소 뻔한(?) 본질 때문. 이건 류의 책을 연달아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인간이 싫어진다ㅋㅋㅋ

그럼에도 추리물은 특유의 몰입감과 속도감이 있어 한번씩 전율을 느끼고 싶을 때 읽으면 좋다고 생각. 추리물은 “이게 떡밥인가”하며 모든 문장을 집중해서 읽어야 해 피곤한 면도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역시 단편이 좋다. 나의 짧뚱한 집중력😇😇

대부분의 탐정물이 탐정의 캐릭터와 초능력에 가까운 문제 해결 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장미와 나이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다소 독특하달까😌

✅위장의 밤
본인의 생파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 사장, 하지만 이 시체는 지금 발견되어서는 안되기에 사장이 여행을 간 것으로 꾸미려던 관련인들. 그런데 갑자기 사장의 시체가 사라지는데..

✅덫의 내부
가족모임 직후, 목욕를 하러 들어간 고리대금업자가 욕실 안에서 감전사했다. 그런데 너무도 헛점 없이 완벽한 사망 현장. 왠지 수상한데..

✅의뢰인의 딸
하교 후 귀가해보니 엄마가 칼에 찔린 채 죽어있다. 그런데 아빠와 언니와 이모가 작당하여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하다. 이에 막내는 탐정클럽에 사건의 진실을 알려달라는 의뢰를 하게 되고..

✅탐정 활용법
내 남편의 불륜 상대가 내 절친? 부부동반으로 자주 만난 것이 문제였을까? 얼마 후, 휴양지 호텔에서 두 남편이 독극물에 의해 갑자기 사망해버리자 남은 두 여인들은 서로를 의심하는데..

✅장미와 나이프
명망 높은 대학교수의 둘째 딸이 혼전 임신을 하게되자 교수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탐정클럽을 부른다. 그런데 탐정클럽이 다녀간 직후, 첫째 딸이 둘째 딸의 침실에서 잠을 자다 살해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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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산책하는 개
유르가 빌레 지음, 발렌티나 체르냐우스카이테 그림, 서진석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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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에는 아직 가본 적이 없다. 

발트 3국 중 하나이며 수도는 빌뉴스, 막연하게 그정도로만 알고있다. 

놀랍게도 우리엄마는 리투아니아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데

그 당시 보내주었던 사진 속 "십자가 언덕"의 모습만큼은 여전히 생생하다.


리투아니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만큼이나 <밤을 산책하는 개>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리투아니아 작가 유르가 빌레가 글을 쓰고 발렌티나 체르냐우스카이테가 그림을 그렸다는 것 외에 

이 책에 대한 추가 정보 없이 바로 책장을 열게 됐다.


이 작품 속의 '밤'은 시간대라기보다는 공간, 혹은 또 다른 세계에 가까운 느낌이다.

우리가 신경쓰지 않아 몰랐을 뿐,

이 세계에는 밤에만 산책할 수 있는 개와 밤에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기승전결스러운 줄거리랄게 없고

다소 아리송하면서도 한 편의 시같기도 한 이 작품은 

자꾸만 그림 곳곳을 샅샅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격들, 

동물이건 사람이건 모두가 등을 쓰다듬어주고싶은 존재들인데

이는 분명 어린이들보다는 어른의 감수성을 더 자극할 것 같다.


살면서 많은 일을 겪고 

그 과정에서 심한 상처를 입은 영혼들은 

밤이라는 세계에서 서로의 존재를 통해 위로 받고 

새로운 걸음을 내딛으며 끝내는 함께 새벽을 맞이한다.

해피 엔딩!


일어나, 산책하러갈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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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 딱 좋은 곳 3
미겔 팡 지음, 김여진 옮김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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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닿는 풍경마다 화보같고 엽서같던 첫 유럽 여행. 하지만 유럽 여행이 반복되다보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가 거기같고 거기가 여기같고 그래.. (나는 아직도 여기에 1도 동의 못하는 설레는 외지인ㅋㅋ)

여기가 거기같고 거기가 여기같은 사람들조차도 여기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특별하다! 외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의 인상을 특별하게 만드는건 아마도 가우디일터. 하지만 나는 바셀에 아주 안좋은 기억이 있다. 안좋은걸 넘어 아주 위험했던 기억인데… 엄마랑 백주대낮에 사람 가득한 람블라스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지인(남자)이 튀어나와 내 머리를 후려치면서(손으로 때린거라 다행이었음.. 흉기라도 있었다면..ㄷㄷ)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그 와중에 우리 엄마 나 버리고 혼자 도망감.

이래저래 내 인생에 바셀을 다시 갈 일은 없을 듯 한데 그럼에도 여전히 바셀이라는 도시의 독자적인 인상은 강렬하다.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는 다소 독특한 책이다. 보물을 찾는 여정이 디테일한 것도 아니고 바셀이라는 도시를 디테일하게 소개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매력적이고 자꾸 들여다보게된다. 그림도 편하게 슥슥 그린 것 같은데 이 장소가 어딘지 바로 알겠고(은근 디테일함) 보물을 찾는 주인공 흐물렁이나 외눈꿀렁이도 헐렁한데 왠지 모르게 귀엽다ヲ𐌅 𐨛 ヲ 𐌅 𐨛 ヲ 무엇보다 화려하고 컬러풀한 색감이 이 책 전체를 돋보이게 한다. 바셀에 대한 추억 혹은 예정이 있으신 분들은 무척 소중하게 소장할 책이다.

바셀을 1도 모르는 아이는 보물찾기 그 자체에 푹 빠져 자꾸만 이 책을 다시 읽어달라고 한다. 아이 덕분에 이 책을 반복적으로 펼치며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았던 바셀의 모습과 책 속에 표현된 바셀의 모습을 비교해본다. 역시 매력적인 곳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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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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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출간 작이 꽤 되고, 여러 강연을 다니다보니 종종 (하지만 제법 꾸준하게) 글쓰기 수업에 대한 질문을 받곤한다. 하지만 대체 글쓰기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것은 모두 다른데 그것을 일률화된 스킬로 어찌 끌어낼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매번 포기하곤 했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피츠제럴드가 평생에 걸쳐 ‘글쓰기’에 대해 말한 어록을 모아놓은 책이다. 글쓰기 기술, 영감을 얻는 법, 멘탈을 관리하며 다시 계속하는 법, 출판에 대한 생각 등을 전부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꼭지(글쓰기의 분투, 작가의 분투)로 구성되는데 나는 역시.. 작가의 분투에 좀 더 관심이 갔다ㅎㅎ 작가의 역할과 의미, 다른 작가(혹은 지망생)들에게 건네는 충고 등이 좋았고, 작가로서의 삶과 특히 본인의 출간작에 대한 마케팅 의견(과대광고 금지, 7년만에 발표한 소설-7년동안 이것만 쓰고있었다는 식의 오해를 부를까봐-이라는 표현 금지 등)이 매력적이었다. 책 표지나 광고에 들어가는 문구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아 굉장한 쫄탱이(ㅈㅅ..)였던 것 같은데 댓글 없는 시대에 살았던 것이 다행이었을지도ㅎㅎㅎ

재즈시대라고도 불리는 광란의 20년대 미국을 살며 그 시대를 그려냈던 피츠제럴드. 그때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지났다. 하지만 피츠제럴드가 그린 화려한 버블과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허망함은 오히려 요즘 사람들과 더 닿아있는 듯 하다. 고전의 힘은 역시 대단한 듯.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단편들이 100배는 더 좋다고 생각. 다수의 단편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과정 중에 ‘벼랑끝’에서 쓴 것들이라 더 절박하고 날카로운 맛이 있다. 간만에 단편집 다시 읽어봐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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