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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평점 :
(연애는 어떨지 몰라도)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의 '현실'은 대개 '돈'에 닿아있다. <황금의 고삐>의 황금 또한 유사한 개념이다.
부유한 집안의 상속녀인 로랑스와 무명의 음악가 뱅상은 결혼 7년차. 로랑스는 뱅상을 소유하기 위해 사랑하고, 뱅상은 이 지배 관계 아래서 무력하다. 하지만 뱅상이 영화음악으로 (드디어!) 성공을 거두며 이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로또에 당첨된 후, 가정이 깨지고 일상이 파국으로 치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한다. 뱅상에게 돈과 명예가 생기며 이 부부의 일상 또한 기존과는 다른 노선을 향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뱅상이 사치를 일삼고 거만해져서, 혹은 로랑스가 뱅상의 돈을 탐하게 되어서 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시작은 뱅상의 성공이지만 이후는 둘 간의 관계에 집중한다. 고삐를 틀어쥐고 싶은 마음과 빼앗고 싶은 마음, 그 고삐에서 풀려나고 싶은 마음과 사실은 그렇지 않은 마음 등이 뒤엉켜 이 둘은 본인들조차도 통제하지 못할 상황 속으로 떠밀려간다.
어떤 글은 작가와 아주 가깝게 닿아 있다. 특히 사강의 경우에는 책 표지에 사강의 얼굴이 걸리지 않은 적이 없는데 그래서 더 사강 본인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근데 이정도 얼굴이면 표지에서 절대 빼면 안되는 것도 맞음ㅇㅇ 이런 얼굴로 산다는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하루만 이런 얼굴로 살아봤으면🤭🤭
사강은 작가란 하나의 강박을 이야기하는 존재라고 했다. <황금의 고삐>에서 사강은 끊임없이 사랑과 현실, 그리고 빈곤한 욕망을 이야기 한다. 비록 사강의 글을 아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가장 널리 읽히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비교해봤을 때 사강의 감각을 제대로 보여주는 쪽은 이 쪽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브람스..는 너무 사랑사랑해서 몽상에 가까운 느낌이라면 얘는 사강에게 이정도로 날카로운 현실 감각이 있었어? 싶은 쪽이다. 한마디로 나는 <황금의 고삐>를 통해 사람들이 왜이리 사강, 사강하는지를 이제야 알게 됐다. 너무 뒤늦게 알게된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