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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지키는 세계 - 땅을 청소하고, 꽃을 피우며, 생태계를 책임지는 경이로운 곤충 이야기
비키 허드 지음, 신유희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6월
평점 :
이런 류의 책들 중 다수는 기후변화와 특정 곤충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더이상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더이상 초콜렛을 먹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하는 식의 단편적인 예시를 든다. 하지만 나는 이 역시도 너무나 인간중심적인 시각과 사고방식에서 나온 이야기라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중심적인 시각의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하고 또 그게 효과적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방향성은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 인간에게 경각심을 주고 인간에게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기 위해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기반한 전략을 쓰는게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선택 받지 못하고 집중 받지 못한 진실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류의 책에서는 주로 ‘벌’에 국한된 사례를 소개하곤 하지만 이 책은 좀 더 넓은 범위를 다룬다. 이 책에서 말하는 ‘벌레’는 곤충 외에 절지동물(곤충, 거미류, 갑각류, 다족류)과 환형동물(지렁이, 거머리), 그 외 민달팽이 등까지 모두 포함한다. 또한 막연하게 기후변화로 인해 곤충들의 생존이 어려워지고 멸종하는 수가 많아졌다, 이는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악영향을 준다가 아니라 외래 유입종의 침략부터 소음공해, 광공해, 와이파이 공해가 벌레들에게 끼치는 영향, 농업/식품산업이 벌레들에게 끼치는 영향등 훨씬 더 구체적인 내용들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아무리 경각심을 갖고 작은 실천들을 해내도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형편 없는 지배구조와 정치, 불평등과 가난, 무분별한 소비지상주의 등 거시적인 꼭지로 풀어내기도 한다.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이들 조차도 털이 복슬복슬한 대형 포유동물이나 고래, 돌고래의 경우와는 달리 딱정벌레, 개미, 나방, 지렁이 등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을 터. 하지만 우리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작은 벌레들은 땅을 청소하고 꽃을 피우며 생태계를 책임져왔다. 문자 그대로 지구를 지탱하는 작고 위대한 존재들을 위해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고, 길가에 핀 잡초를 적당량 남겨두는 것부터 리버깅 을 시작하자!
아, ‘책’ 역시도 환경을 상당히 오염시키는 상품 중 하나인 것을 아는지? 고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책 좋아하는 사람들도 한번쯤 인지하고 생각해봐야할 내용임에 틀림없다. 이 책 완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