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고양이 사각사각 그림책 75
브렌던 웬젤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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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에 따라,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과 위치에 따라 같은 대상도 달라보일 수 있다. 내가 여기서는 갑이어도 저기서는 을일 수 있고 개에게는 약골로 보이는 고양이가 쥐에게는 세상 무서운 야수로 보일 수도 있다. 이렇듯 관계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모두의 고양이> 속 고양이도 그러하다.
소년에게, 금붕어에게, 지렁이에게, 박쥐에게, 꿀벌에게 보이는 고양이는 모두 제각각이다. 소년과 금붕어와 지렁이와 박쥐와 꿀벌이 각자가 본 것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 것 마냥 다들 다르게 표현할 수 밖에 없을 터. 이 책 속 고양이가 결코 하나의 형태로 확정될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자꾸만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만이 세상 모든 진리가 아님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사람은 겸손해진다. 그런 면에서 <모두의 고양이>는 일종의 철학책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모든 이가 나를 다 제각각으로 다르게 본다면
과연 나는 어떤 존재인지, 타인과의 관계에서 탈피하여 나 자신을 스스로 오롯이 들여다본 적 있는지,그렇게 나의 존재를 파악하려 스스로 시도한적 있는지를 고민하고 싶다.

이 책의 말미에서 고양이는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한다. 하지만 그 모습에도 나름의 왜곡이 있다는 점이 이 책이 전하고자하는 주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책이다.
이야깃거리도 많을 것 같아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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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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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여행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뭐가 됐든 작품 창작에는 영감이 필요한 법인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삼스럽게 새로운 영감을 받을 일이 잘 없으니..

이 책에 기록된 여정은 때로는 여행이기도 하고
때로는 도피이기도 이주이기도 하다.
작품 창작을 위해서 일부러 가방을 챙긴 이들도 있었고
길을 나선 김에 겸사겸사 작품을 창작한 이들도 있는 등
예술가들과 여정, 그리고 창작 간의 삼각 관계는 모두가 제각각이다.

지랄맞은 성격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고 로마에서 나폴리를 거쳐 몰타까지 도피했던 카라바조
스페인의 시골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활동하다 동료들에게 버림받고 뉴욕으로 무대를 옮긴 살바도르 달리
고속 열차(그래도 20시간이나 걸렸다 함ㅠㅠ)를 타고 파리와 엑상 프로방스를 오가며 작업 활동에 매진했던 폴 세잔 
유럽 전역을 떠돌던 이주자 가정 출신으로서 베니스의 특별한 건축물과 지형, 그리고 뒷골목 사람들의모습에 매료되어 이를 열심히 기록한 존 싱어 사전트
모로코 여행 덕분에 한결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림에 대한 접근 방식을 전환하는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인정한 앙리 마티스 등..

나는 미술관 투어나 미술기행 스러운 여행을 워낙 좋아해
그간 이런 류의 여행을 제법 많이 했는데,
이 책 속에 내가 이전에 들렀던 곳이 제법 등장해 한결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미술 기행이라고 해서 딱히 어려운 일은 없다.
예술가들에게 영감이 된 장소나, 거주했던 장소,
작품의 배경이 된 지역 등은 
내가 애써 찾거나 루트를 개발하지 않아도
지금 다수가 관련 미술관이 세워지거나 
그 때 그 길을 걸어볼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되어있는 등
관광 명소가 되어 그 근처에 가면 절로 들러볼 수 있다.

나에게는 평범한 일상적인 장소가
외지인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이 품고 있는 여전한 아이러니다.
때문에 여기만 아니면 돼, 하는 류의 농담은 영원히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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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대한 앙케트
세스지 지음, 오삭 옮김 / 반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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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을 받고 너무 작아서 놀랐고
(스마트폰보다 작다고 소개되어있었어서
오바육바인줄알았더니 진짜였음;;;)
분량도 가볍게 읽고 털어버릴 정도의 분량(60쪽이 채 안됨)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소 실험적이다.
본문은 대학생 5명이
각자 진술한 내용이 녹취되어있는 구조인데
이 진술 순서가 사건 순서와 매칭되지 않기 때문에
초독 때는 아리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아! 본문 중간중간 붉은 색으로
그라데이션 처리가 된 문장들도 있는데
난 처음에 내 눈이 잘못된 줄 알았닼ㅋㅋ
이래저래.. 내가 보는 것을 자꾸만 의심하게 만드는 책이다.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는건
몰입이 잘 안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한데
말미에 수록된 앙케트(설문조사) 문항을 읽는 순간
갑자기 쫙 몰입되며 헐! 하는 감탄사가 육성으로 나왔음.
그래서 다시 바로 앞으로 돌아가 재독 때림 ㅋㅋ

이거 읽고 나니까
호러물 삘이 몰려와서
호러물을 탑으로 쌓아놓고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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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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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고발하는 일 역시도 문학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하는 일 역시도 문학이 한다.


시절이 하 수상해 잠시나마 잊고 싶어 선택한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일본 힐링 소설 답게 제목이 조금 거시기..한데다가 “이매니저리 프랜드/상상친구”라는 소재조차도 너무나 일본스러워서 고민이 되었지만 막상 읽기를 시작해보니 이 책의 저자인 이치조 마사키가 왜 ‘눈물의 연금술사’라 불리지 공감이 되었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고등학교 2학년 소년 히구치 유와 유의 주변에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전학생 아리마 호노카. 학교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아리마와 히구치는 금방 가까워지지만 반 아이들은 히구치를 이상하게만 볼 뿐이다. 그런데 아리마가 결석을 한 날, 소꿉친구 미나세 린이 오랜만에 갑분 등장한다. 미나세와 있으면 아리마가 모습을 감추고, 아리마와 있으면 보이지 않는 미나세. 

왜 두 사람은 마주치지 않는 걸까?


처음에는 이 부분을 두고 미나세=아리마 (아내의 유혹 마냥ㅋㅋ) 인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뒤로 갈수록 이 세 사람의 인연이자 악연이 조금씩 밝혀진다. 하지만 그 관계의 기반이 되는 것은 바로 ‘진심‘이다.


이 이야기가 ’두 소녀와 한 소년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라는 점은 표지의 ’퍼즐’ 형상에서 이미 예상이 되었던 바. 하지만 나름의 반전을 바탕으로 진실이 밝혀지며 막판에 휘몰아치는 진실은 꽤나 슬픈 이야기다ㅠㅜ 다만 진실이 폭발하는 장면에서의 파워에 비해 결말은 좀 힘이 달리는 느낌이라 그 부분이 약간 아쉽기는 하다. 


산산조각이 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산산조각이 난 채로 살아가면 되는 것. 그 점에 사람의 위대함이 있다. 라는 생각을 요즘 여러번 하는 중인데 이 이야기도 거기에 어느 정도 결이 닿아있는 작품이다.울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ヲ𐌅 𐨛 ヲ 𐌅 𐨛 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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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수리점, 마음까지 고쳐드립니다
아마노 유타카 지음, 지소연 옮김 / 모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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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잡다구리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물건들.

그런 물건들이 고장나면 어디에서 어떻게 고쳐야 할까?

그런 물건들을 위한 수리점 ‘냐앙’의 이야기,

<묘한 수리점, 마음까지 고쳐드립니다>를 읽었다.

수리가 필요한 물건 주인들 앞에만 갑자기 불쑥 등장하는 수리점 ‘냐앙’에는 고양이 점장과 잘생긴 훈남 직원이 있다. 말을 하는 것을 물론이고 엄청난 손재주로 모든 물건을 뚝딱 고쳐내는 고양이 점장! 동시에 손님들이 털어놓는 고민의 본질을 파악, 적재적소에 필요한 조언을 주기까지. 이렇게 말하면 고양이가 아니라 현자인 것 같겠지만 고양이답게 얼빵한 행동을 해대기도! 이를 가지고 놀려대는 훈남 직원과의 티키타카 또한 재미난 관전 포인트다.

지브리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 환상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물건을 매개로 하여 손님들의 고민을 해결해가는 것이 이 이야기의 메인 주제다. 고장난 물건도 고치고~ 인생의 고민을 해결하여 내 인생도 고치고~ 살다보면 적절한 타이밍에 나에게 도움을 주는 이들을 만나게 되고 이런 이들을 우리는 보통 ‘귀인’이라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손님들에게 고양이 점장님과 훈남 직원은 귀인 그 잡채라 할 수 있다.

끊어진 핸드폰 스트랩, 봉제선이 터져 솜이 튀어나온 인형, 잠기지 않는 가방 지퍼 등 손님들이 수리를 요청하는 물건은 각양각색이다. 이 각각의 사연은 딱히 연속성이 없지만 목도리를 소재로 하는 마지막 이야기에는 나름 숨겨진 반전이 있다. 이 훈남의 정체는 과연?!?!?!?!?

🐱“저는 단지 고양이 발로 톡 밀어드리기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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