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고양이 사각사각 그림책 75
브렌던 웬젤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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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에 따라,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과 위치에 따라 같은 대상도 달라보일 수 있다. 내가 여기서는 갑이어도 저기서는 을일 수 있고 개에게는 약골로 보이는 고양이가 쥐에게는 세상 무서운 야수로 보일 수도 있다. 이렇듯 관계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모두의 고양이> 속 고양이도 그러하다.
소년에게, 금붕어에게, 지렁이에게, 박쥐에게, 꿀벌에게 보이는 고양이는 모두 제각각이다. 소년과 금붕어와 지렁이와 박쥐와 꿀벌이 각자가 본 것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 것 마냥 다들 다르게 표현할 수 밖에 없을 터. 이 책 속 고양이가 결코 하나의 형태로 확정될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자꾸만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만이 세상 모든 진리가 아님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사람은 겸손해진다. 그런 면에서 <모두의 고양이>는 일종의 철학책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모든 이가 나를 다 제각각으로 다르게 본다면
과연 나는 어떤 존재인지, 타인과의 관계에서 탈피하여 나 자신을 스스로 오롯이 들여다본 적 있는지,그렇게 나의 존재를 파악하려 스스로 시도한적 있는지를 고민하고 싶다.

이 책의 말미에서 고양이는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한다. 하지만 그 모습에도 나름의 왜곡이 있다는 점이 이 책이 전하고자하는 주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책이다.
이야깃거리도 많을 것 같아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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