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속의 뱀 리세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반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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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소설은 음산하고 음울한 고성이나 대저택(비밀공간이나 비밀통로가 반드시 있음!)을 무대로 왕족, 귀족등 상류층이 등장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신비한 자연현상이나 유령 등도 나와줘야 한다. 마치 ‘드라큘라’처럼.
누군가는 요즘 세상에 무슨.. 하는 느낌으로 너무 옛날 스타일, 유치한 스타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야 말로 클래식 오브 클래식.

<장미 속의 뱀>은 이 클래식을 착실하게 그대로 따라간다. 표지부터 클래식하면서도 너무 이쁘다는!

영국 귀족 가문의 대저택 블랙로즈하우스에서 당주의 생일을 맞아 가문의 ‘성배’를 공개하기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 그리고 협박 편지. 이 일들은 모두 얼마전 근처 숲의 거석 위에서 발견된 토막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는걸까?

이 작품은 온다 리쿠의 작품 중에서도 22년 째 이어져 오고 있는 ‘리세 시리즈’에 속한 작품으로, ‘미즈노 리세’라는 인물이 공통적으로 등장하며 연결성을 갖는 최고 연작이라 한다. 첫 눈에 매혹당할 만큼 아름답고 기품있는 모습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음울하고 불길한 느낌을 풍기는 일본 여성 캐릭터..라는데서 조금 기시감이 들기도 하지만ㅋㅋ 뭐.. 내가 저자여도 주인공을 당연히 한국인으로 설정할 듯(국뽕이여 영원하라)

이런 류의 작품을 읽으며 마주하는 난관은 언제나 복잡한 인간관계인데 다행히도 이번 이야기는 이런 부분이 크게 발목을 잡지 않는다. 노트를 펼쳐놓고 정리하면서 읽지는 않아도 될 수준이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따라가면 됨. 그러면서도 나름의 반전이 있다는게 작가의 역량인 것 같다. 이야기 말미를 보면 아마도 이 책 속 주인공들은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음. 다른 관계로…! 후속작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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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기획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소비자의 심리를 설계하는 어느 전략가의 인사이트 노트
이규철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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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기피알의 시대라 개개인 모두가 마케터의 심정으로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획기적인 홍보 방식, 판매 수단 등을 제안하고 그것을 또 실행에 옮기기 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가 폐기 되었을까. 아이디어의 폐기에 있어, 죽도록 갈굼당하고 깨져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건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는 걸.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다들 끝내주게 언변이 좋다. 기억에 남는 한줄 카피가 몇 십 년 동안 이어지는 것 등을 봐도 그렇고, 결국은 그 ‘안’으로 고객사를 설득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할 듯. 언어적인 측면+나 혹은 내 ‘안’의 장점을 강조해 남을 설득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마케터들 중에 책을 쓴 사람들도 꽤 많다.

하지만 그간 내가 만났던 이런 류의 책들은 대부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과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고 했던가. 다들 너무 언변이 뛰어난데다가, 말 센스, 비유 센스가 일반인 이상이다보니 일반인의 입장에선 따라가기가 좀 어려웠음. 유행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인 것도 머리로는 알긴 하겠다만 최신 유행 밈 같은걸 잘 모르는 입장에서, 그런것들로 가득한 책에 좀 거부감이 들었던게 사실. 그리고… 나 잘났음!!!을 너무 진하게 담은 저자들도 많았다ㅠㅠ

이 책은 결이 좀 다르다. 이 책은 마케터 본인의 (잘된) 경험보다는 에펠탑 효과, 칵테일파티 효과, 샤워실의 바보 이론, 붉은 여왕 가설 등 일상과 마케팅 현장에 숨어 있는 다양한 심리 기제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실제 경험담이 나오긴하지만 ‘나 이렇게 유능한 사람이야!!’하는 색채가 강하지 않아 거부감이 덜 드는 편.

이 책에 소개된 이론들 역시도 원래 알고 있을 만큼 보편적이고 유명한 것, 대강의 내용은 알지만 정확한 이름까지는 몰랐던 것, 아예 몰랐던 것 등이 고루 섞여있어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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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
정희숙 지음 / 큰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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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곤도 마리에의 가르침이 한때 세상을 흔들었었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봐도 내 삶과는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난 여전히 다 설레는데..?

2.인스타 보면 집 정리 릴스 같은 것도 참 많은데
눈에 보이는 부분에 물건이 전혀 없는 집(다 어딘가에 안보이게 수납한 경우)이나
모든 물건을 다 팬트리에 각잡고 열맞춰 정리한 집 등.. 이 역시도 내 스타일이 아님ㅋㅋ
난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물건은 존재 자체를 잊는 인간이다..

3.청소=인테리어=정리=버리기 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확실하게 말해준다. 청소와 정리는 다르며, 정리가 무조건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그보다 정리는 ‘내가 들어갈 자리’를 만드는 행위라는 정의가 몹시 와닿았다. 특히 요즘 인테리어에 대해 내내 고민하는 중인데… 예쁜 것도 예쁜 거지만 내 생활과 맞는 방식으로 집을 고치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는데 나의 이런 결심이 옳은 방향임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4.인생의 주기(성인이 되어 독립 -> 결혼 -> 육아 -> 자녀의 독립 -> 시니어)에 맞춰 집의 시간도 함께 흘러야 하며, ‘육아’(지금 우리집임)에는 ‘물건이 폭발(!)’하는게 당연하다는 말이 너무 큰 위안이 되었음. 우리 집 올 때마다 물건이 너무 많다느니, 정리좀 하라느니, 하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사람들…….. 이 책 읽으세요…..

+책에는 이러저러 한 개인적 경험담만 있는게 아니라 실제로 ‘정리’를 시도할 사람들을 위한 팁이 레벨에 맞게 순차적으로 정리 되어있다. 꽤나 실용적인 안들로 보였음!

+이사를 앞두고 있어 사실 물건을 대거 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이 책을 만난 것 같고 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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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끝, 파랑
이폴리트 지음,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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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기 시작하면서 관련 콘텐츠들도 제법 많이 생산되었다. 나도 관련된 책들을 문학으로도, 비문학으로도 종종 읽어 왔는데 난민의 입장이 아닌, 난민을 받아들이는 입장에 대한 콘텐츠, 그 중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난민을 구조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대한 내용은 이번에 처음 접한 것 같다.

🧤각자도생을 하지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에서
아무런 조건없이, 때로는 나의 목숨까지 내놓고 생면부지의 남들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것..

때로는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말을 하기도 한다.
<지중해의 끝, 파랑>은 그래픽 노블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좀 더 신선하다. 텍스트를 담은 폰트는 알아보기가 힘들고(손글씨 컨셉이라 그런 듯) 몰스킨 노트를 그대로 옮긴 듯한 페이지가 있기도 하다. 인상적인 부분은 중간중간 실제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는 점. 전형적이고 모호한 난민1의 얼굴을 보여주기보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실제 ’아이샤‘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 사람들이 정말로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표정으로 기뻐하는지를 사진을 통해 실감나게 전한다.

<지중해의 끌, 파랑>은
여러가지 이유들로 고국을 떠나
이국으로 향하는 작은 배에 몸을 실은
난민들을 구조하는 오션 바이킹호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SOS 메디테라네라는 단체를 통해 이 구조활동이 진행되는데
간발의 차로 난민들을 구조하거나
혹은 하지 못하거나
작은 보트에 말도 안되게 많은 사람들이 타 있는 것을 보고 필사의 구조를 진행하거나,
혼란스러운 배 위에서 어떻게 질서를 유지하는지,
어디로 어떻게 상륙을 하는지 등에 대해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빌어 꽤 상세히 전한다.

특히 코로나19의 정점에서는
오션 바이킹호가 그 어디로도 상륙 허가를 받지 못해
망망대해 위에서 오래도록 고생했으며
아무 기약 없이 바다에 떠있다는 것,
그런 순간 태양이 얼마나 무서운지 등을 성실하게 전달한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가.
헬조선이라 할 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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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면서 본다 - 런던 V&A 박물관에서 만난 새로운 여행 방법
이고은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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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쪽 독립출판이 핫하던 시절에 정말 많은 여행드로잉 출판물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행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나는 외로운 곳에서 홀로 주저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 책들 다수는 ‘그림 실력과 관계없이‘ 혹은 ’잘 못 그린 발그림으로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지만 내가 볼 땐 하나같이 다 잘 그린 그림.. (망한 여행 드로잉 대회라도 열어야 하나?) 어쨌거나 이 시기 즈음하여 ’여행 드로잉‘자체가 유행이었던 듯도..?!

<그리면서 본다>는 2009년 영국의 v&a(빅토리아앤알버트) 뮤지엄을 관람하고 남긴 그림기록이다. 박물관 전체 풍경보다는 전시품들 하나하나를 그대로 그림(설명까지 포함)으로 옮겼다. 전시 도록도 아니고 전시품을 그대로 그릴 이유가 있나? 굳이 설명까지 옮겨적다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집에 싸들고 가고 싶은 예쁜 것들이 너무 많아 대신 스케치북에 담아가기로 했다는 저자의 본심을 듣고 나면 절로 고개가 끄덕끄덕. 그 의도가 무척 괘씸하면서도 귀엽다.

정물화를 그리고자 한다면 대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입체적인 사물을 평면의 종이 위에 옮기기 위해 살려야 할 부분도 포기해야 할 부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차원을 뛰어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전시물 당 20분의 시간을 들여 그렸다는 저자. 무언가에 오롯이 20분 간 집중해본게 언제였던가. 릴스도 2분짜리는 너무 길어 못 보는 세상을 살며 손그림이란, 책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한다.

달걀책방에서 원화 전시중이라 하여 보러갈 예정!

아이들이 박물관/미술관 등 다닐 때 지루해하는 감이 있는데 그림을 그려보라고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통할 것 같기도ヲ𐌅 𐨛 ヲ 𐌅 𐨛 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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