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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웃, 너의 미래 ㅣ 시인의일요일시집 40
석미화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5년 11월
평점 :
석미화 시인의 『나의 아웃, 너의 미래』는 삶의 복잡한 궤적을 흑백의 섬세한 미학으로 풀어낸 시집입니다. 시인은 지난 첫 시집 『당신은 망을 보고 나는 청수박을 먹는다』에서 보여준 정갈함을 더욱 심화하여, 감정을 비워낸 듯한 문장으로 객관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는 독자가 시인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의 자리에서 시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시집은 과거의 소리들을 불러오는 동시에, 현대인의 '돌발성 난청'과 같은 내면의 침묵을 탐구합니다. 시인의 말처럼 "병은 낡은 악보 같아서",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를 삼키며 살아가기에 정작 중요한 기억들은 묻혀 버리곤 합니다. 시집은 이러한 억압된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검은 국"과 같은 감정의 심연을 직시하며, 독자에게 잊고 있던 자신의 소리를 찾아 나설 것을 권유합니다.
『나의 아웃, 너의 미래』는 슬픔과 고통의 기억들을 토해내면서도 단순히 텅 빈 상태가 아닌, 모든 색이 합쳐진 "검은빛의 쓸모"를 이야기합니다. 시집 속 '저녁'과 '잠'의 이미지는 단순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고요를 준비하는 과정이자 자양분입니다. 시집은 독자가 '누에고치'처럼 스스로의 고요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통해,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은 '흼'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깊은 위안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요 그러자 사이가 생겨났다 조심스러운 날이었다 한 사람은 대담함으로 살아왔고 한 사람은 담대함으로 살아가리라 하자 저녁이 왔다 - P120
나를 재우러 왔습니다 여태 한 번도 잔 적 없는 나의 마음을 잘 재워야 합니다 검은빛의 쓸모 깊은 잠을 위해 검은빛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 P129
발 앞에 돌멩이 하나 나는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슬픔은 늘 새것인 양 내일이 태어나는 순간을 믿으면서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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