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적절한 빛 ㅣ 시인의일요일시집 49
정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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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나는 부적절한 빛』은 여행과 그리움, 그리고 빛에 관한 시집이다. 이스파한에서 밀양으로, 속초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어지는 여행의 풍경 속에서 시인은 떠난 것들과 남겨진 것들을 바라본다.


이 시집에서 여행은 단순히 낯선 곳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다. 한때 지나온 장소와 사람, 기억을 다시 만나는 일이며, 그리움을 새로운 모습으로 불러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시 속의 빛은 언제나 조금 다르다. 눈부시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며, 때로는 오래전 사라진 것들을 뒤늦게 비춘다.


“어떻게든 삶은 아름답게 가공되어야” 한다는 문장처럼, 정선의 시는 삶의 상처를 애써 감추기보다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빛을 만들어낸다. 아름다움과 불편함, 떠남과 머묾, 상실과 위로가 한 장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나는 부적절한 빛』은 결국 사라진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집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기억은 새로운 빛을 입고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 정선의 시는 그 빛을 조용히 오래 바라본다.

노래라기보다는 통증일 수밖에 없는
소통이라기보다는 분출일 수밖에 없는
몰두라기보다는 집착일 수밖에 없는
창백한 가을이 와서 다정하게 속삭인다
잊히지 않는 것들은 나름대로 생명이다 - P68

그대에게 가는 배 한 척을 세우기 위해
푸른 메아리의 문장들로
다시, - P72

고집은 일종의 몹쓸 계약
가끔씩 날것의 생은 웅크린 짐승 같아서 가냘픈 몸을 물어뜯곤 하는데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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