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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와 ㅣ 시인의일요일시집 34
박설희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5년 5월
평점 :
시험 문제를 풀다보면 꼭 이런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이건데, 정답은 저거일 것 같은 상황. 그런데 정답일 것 같은 답을 적었다가 틀렸을 때의 좌절은 더 크다. 내가 나를 믿지 못했다는 자책.
박설희의 시집이 그렇다. 우리가 삶의 방향을 잃고 잠시 헤맬 때 읽으면 정답은 아니어도 내가 쓸 수 있는 답을 알려주는 그런 시집이었다.
그 바위를 돌아 왼쪽으로 맑고 고요한 내를 끼고 목적지가 어디였는지조차 잊어갈 무렵 너른 공터에 햇살 가득한 막다른 그곳 - P95
금가고 갈라지고 부서져야 자격을 얻는다 발 딛는 곳마다 신들이 있다 - P88
나는 자꾸 창밖으로 도망친다 한 음절 한 음절 힘겹게 몸 밖으로 밀어내는 소리들을 온몸이 귀가 되어 듣는다 - P63
우박에 찢기고 비바람에 휘청여도 한밤중에도 꺼지지 않는 별빛, 다정하게 오가는 햇발, 귓 속말로 다독이는 봄비 그와 나, 올봄을 처음 맞이하는 첫물 푸른 잎맥 같은 하루하루 지으며 자라는 중인데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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