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앉아도 될까요 시인의일요일시집 31
김재근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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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슬픔이 가득한 시집이었습니다. 이미 지나버렸거나 이미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연민이 시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사유나 은유가 촘촘하게 가까이에 붙어 있는 설명적 시가 아니라 듬성듬성 놓여 있는 징검돌 같아서, 읽는 독자가 그 여백을 채워야만 다음 행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시집이었습니다. 그래서 후르룩 대충, 읽을 수 없었습니다. 천천히 촘촘히 행간의 의미와 여백을 살펴 읽는 사이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낮은 허밍 같은 음계의 슬픔을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껴 읽을만한 좋은 시집이었습니다. 

처음 걷는 사막처럼
처음 듣는 빗소리처럼
어디서부터 불행인지 몰라
어디서 멈추어야 할지 몰랐다 - P61

빙하가 침식되어 흐르는 영혼처럼
안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무얼 할 수 있나요
양모에 평화를 누일 시간
체리, 봄밤을 마셔요
- P75

어떤 짐승이 잠든 얼굴을 다녀간 걸까
어떤 울음이 소리 없이 해변을 적시는 걸까 - P88

물속 저녁이 어두워지면
거미는 지상으로 내려와
자신의 고독을 찾아 그물을 내린다
미로 속, 미아가 되어
지구의 차가운 물 속으로 눈동자를 풀어놓는 것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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