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갈 거란 계획 시인의일요일시집 21
도복희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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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다운 시를 읽었습니다. 요즘 시들은 보통 2-3쪽을 넘기기 십상인데, 이 시집의 시들은 한편에 한 쪽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천천히 여유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의 내용도 평이했습니다. 우리 동네 풍경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선이 깊어서 그 의미도 남달랐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시에 가장 잘 맞는 시였습니다. 결연한 의지도 있고, 차갑거나 고요한 침묵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뭔가 있는 척,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게 제일 좋았습니다. 지루하고 긴 시에 지친 분들이 계시다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너 아니면, 안 되겠다고
잘 훈련된 기마병 되어
널 향해 달려갈 거야
매일 밤 그 마음을 토벌해
한시라도 떨어져 살아갈 수 없도록
그렇게 길들일 거야 - P14

새벽이 무지갯빛으로 물드는 곳에서
누구도 마주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움푹 파인 초승달에 걸터앉아
낮달이 될 때까지
밤의 벼랑을
뜬눈으로 보내야 할 테지만
상관없어요
당신이라는 감옥에서 도망칠 수만 있다면
발자국 사라진 사막을 걷는 일이 대수겠어요 - P24

물 한 방울 주지 않아도 왕성하게 뻗어 간다 소문은
담벼락에 뿌리를 대고 시푸르게 오르는 담쟁이덩굴이
끝내 그 집을 삼켜 버린 것처럼
비밀에서 탄생한 종족은 각자의 모퉁이를 넓혀 간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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