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라 불러서 미안해 시인의일요일시집 19
이은림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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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시작되었는데, 지금 딱 어울리는 시집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연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잔잔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시라고 하면 뭔가 고급한 저 세계의 일처럼 여겨지지만, 이은림의 시는 오랜 친구처럼 혹은 낯익은 풍경처럼 편안하고 넉넉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떤 여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가을의 풍성함과 닮아 있어서 가을에 어울리는 시집 같습니다. 선물하기도 좋은 시집입니다. 

달이 사라졌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자, 이번엔 내 차례네요, 프리다
생일날 아빠가 돌아가신 기분은 어떠니?
정도의 질문이라면 사절이지만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성의껏 대답해 볼게요 - P23

심심해, 조그맣게 중얼거리는데
순식간에 내가 지워진다
마치 나라서 지루했다는 듯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듯
최대한 내가 아닌 모습으로 둥둥 떠오른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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