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이다 - 칼럼니스트 곽정은, 그녀가 만난 남자.여자 색깔 이야기, 개정판
곽정은 지음 / 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읽었던 곽정은의 ‘혼자의 발견’이 주로 사랑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책은 사랑, 일, 인간관계, 일상을 주제로 저자 본인의 삶에서 스쳐지나간 남성들,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들, 일을 하면서 만난 파트너 혹은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게 된 인맥들과의 일화 등을 담고 있다.
거창한 수사로 인생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아니라 옆에서 좀 잘 나가는, 아는 언니가 ‘내가 많이는 안 살아봤어도 사는 게 참 그렇더라’ 라는 느낌으로 읽히는 책이다. 우리가 다 아는 뻔한 위로와 뻔한 인간관계의 기본자세들이지만 누군가에게 다시 한 번 듣고 싶었던 그런 말들이 담겨있다. 아 맞아 이런 위로가 필요했어, 맞아 사는게 원래 그런거지 이런 느낌으로 후다닥 한 번 읽어내려가기 좋은 책!

끄적끄적 기억해두고 싶은 책 속 문장의 편린들

01.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무슨 차를 굴리고, 한 달에 얼마씩 저축해 몇 년 뒤에는 어떤 집에서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지만, 정작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작가의 글에 열광하며, 어떤 상상을 할 때 가장 행복해지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듣지 못한 채로 결혼한다는 것, 인생의 말랑한 부분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연애하고 결혼한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02. 그 사람 입장에선 그럴수도 있으려니,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약간의 아량, 더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마음,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서나마 그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외로운 등을 안아줄 수 있는 상상력이 있다면 우리들의 직장생활이란 조금 그 무게가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03
사람이란 ‘꼭 해야만 하는 일’과 ‘꼭 해내고 싶은 일’을 병행할 때 비로소 신 나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존재다.

04
스스로에 대한 적당한 자존감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사람이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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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호 2016-08-2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어떤가요??? ㅎㅎ
별이 2개네용~ ㅜ
뻔한 말들이라 2개만 준건가요???

신선미 2016-08-2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긴 넋두리와 변명의 콜라보레이션의 느낌때문에 읽으면서 좀 피곤했다는 점에서 별 마구마구 삭감!!ㅋㅋㅋㅋㅋ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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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표지가 나를 더 사로잡았던 책. 언젠가 미술관련책에서 본 적이 있던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에서 우리의 눈길 혹은 그림에 대한 해석은 귀여운 왕녀 혹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화가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이 책의 표지는 우리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혹은 진짜 못생겼네 라고 설핏 눈길을 던져줬던 한 여성에 조명을 둔다.

#1
인간은 아름다운 얼굴을 사랑합니다. 신께선 모두를 사랑하신다 하지만, 그 말을 전하는 인간은 결코 모두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세상 모든 여자들과 달리 자신의 어두운 면만을 내보이며 돌고 있는 ‘달’입니다. 스스로를 돌려 밝은 면을 내보이고 싶어도...돌지마, 돌면 더 이상해...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달인 것입니다. 감춰진 스스로의 뒷면에 어떤 교양과 노력을 쌓아둔다 해도...눈에 보이지 않는 달인 것입니다. 우주의 어둠에 묻힌 채 누구도 와주거나 발견하지 못할...붙잡아주는 인력이 없는데도 그저 갈 곳이 없어 궤도를 돌고 있던 달이었습니다. 그곳은 춥고, 어두웠습니다. (283p)

이처럼 소설 속의 여인은 자신을 어두운 면만을 내보이며 돌고 있는 달이라 칭한다.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그녀에게 명명되었던 지독한 별명들, 별명이 늘어날 때마다 커진 어둠의 영역. 그녀는 초경의 순간, 벌거벗은 몸으로 거울을 보며 기쁘거나 놀랍거나 불쾌하거나...일반적인 여성들이 느끼는 여타의 감정이 아닌 ‘회의’를 느낀다.
외모 때문에 수많은 차별과 질시/모욕을 당하며 살아온 그녀의 진행형 상처에 한 남자가 다가온다.

#2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15p)

더없이 희생을 하면서도 그래서 늘 어머니는 숨거나, 가려진 느낌이었다. 아니 언제나 아버지에게 미안해한다는 느낌을 나는 지울 수 없었다.
인간의 외면은 손바닥만큼 작은 것인데, 왜 모든 인간은 코끼리를 마주한 듯 그 부분을 더듬고 또 더듬는 걸까?코끼리를 마주한 듯 그 앞에서 압도되고, 코끼리에 짓밟힌 듯 평생을 사는 걸까?(48p)

무명배우였던 아버지, 갑자기 유명해진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은 크고 못생겼던 ‘나’의 어머니. 그런 스무 살의 ‘나’는 연민 때문인지 사랑때문인지 모르게 ‘그녀’가 눈에 밟힌다.


#3
이 포크를 봐. 앞에 세 개의 창이 있어. 하나는 동정이고 하나는 호의, 나머지 하나는 연민이야. 지금 너의 마음은 포크의 손잡이를 쥔 손과 같은 거지. 봐, 이렇게 찔렀을 때 그래서 모호해지는 거야. 과연 어떤 창이 맨 먼저 대상을 파고 들었는지...
적어도 세 개의 창 중에서 하나는 사랑이어야 해.(122p)

그런 그에게 충고를 해 주는 또 한 명의 등장인물 요한은 아름답지만 백화점회장의 첩인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나 사회의 편견과 냉대 속에서 마음을 닫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4 고대의 노예들에겐 노동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대의 노예들은 쇼핑까지 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영웅을 필요로 한다. 잘 좀 살아, 피리를 불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스타를 내세운다. 좀 예뻐져 봐, 피리를 불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피리를 불어주세요, 더 멋지게...피리를 불어주세요, 더 예쁘게..쫓고 쫓기는 경쟁도 그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하멜른의 어떤 쥐들도 피리 부는 자를 앞서 뛰진 못했지-큰 쥐, 작은 쥐, 홀쭉한 쥐, 뚱뚱한 쥐, 근엄하게 터벅터벅 걷는 늘은 쥐, 명랑하게 깡충깡충 뛰는 어린 쥐. 가족끼리 열 마리씩, 스무마리씩 쥐란 쥐는 죄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갔어. 그러고는 깊디깊은 베저 강에 빠져버렸지.(311p)


동심 속에 있던 `하멜른의 피리부는 아저씨`로 자본주의를 비판한 대목에서 나는 작가에게 반했다!





이렇게 마음에 상처 하나씩을 달고 있는 세 사람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 외모지상주의에 젖어있는,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지적을 작가만의 문체와 시선으로 녹여내고 있어 사백여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결말의 반전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이라면 매력.




#5

좋았던 문장들 끄적끄적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228p)

“내가 간직한 추억이란 이름의 상자는 언제나 어김없이 그날 밤의 헤어짐을 끝으로 굳게 뚜껑이 닫힌다. 더는 열 수 없는 상자가 되는 것이고, 열어봤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 빈 상자가 되는 것이다. 그녀가 준 LP를...나는 그날 밤 잃어버렸다. 그녀를 잃은 것도, 하물며 나 자신의 삶을 잃은 것도 그날 밤의 일이었다(347p)

어쩐지 한 시절이 지나간 느낌이었다. 눈은 모든 것을 지우고, 혹은 썩어 사라질 모든 것을 보존시키고...잠시나마, 그래서 고스란히 흩어진 모두의 가슴속에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눈은 그쳤다. 파헤친다 한들 낙엽의 전부를 되찾지 못하듯이, 그 누구도 기억의 전부를 되찾지는 못한다.

어둠 속의 세상은 조문이 그친 장례식장처럼 공허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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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호 2016-08-0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형 얼굴... ㄷ ㄷ ㄷ

신선미 2016-08-09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떨지마요 준호씨 ㅌㅌㅌㅋㅋ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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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표지가 나를 더 사로잡았던 책. 언젠가 미술관련책에서 본 적이 있던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에서 우리의 눈길 혹은 그림에 대한 해석은 귀여운 왕녀 혹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화가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이 책의 표지는 우리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혹은 진짜 못생겼네 라고 설핏 눈길을 던져줬던 한 여성에 조명을 둔다.

#1
인간은 아름다운 얼굴을 사랑합니다. 신께선 모두를 사랑하신다 하지만, 그 말을 전하는 인간은 결코 모두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세상 모든 여자들과 달리 자신의 어두운 면만을 내보이며 돌고 있는 ‘달’입니다. 스스로를 돌려 밝은 면을 내보이고 싶어도...돌지마, 돌면 더 이상해...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달인 것입니다. 감춰진 스스로의 뒷면에 어떤 교양과 노력을 쌓아둔다 해도...눈에 보이지 않는 달인 것입니다. 우주의 어둠에 묻힌 채 누구도 와주거나 발견하지 못할...붙잡아주는 인력이 없는데도 그저 갈 곳이 없어 궤도를 돌고 있던 달이었습니다. 그곳은 춥고, 어두웠습니다. (283p)

이처럼 소설 속의 여인은 자신을 어두운 면만을 내보이며 돌고 있는 달이라 칭한다.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그녀에게 명명되었던 지독한 별명들, 별명이 늘어날 때마다 커진 어둠의 영역. 그녀는 초경의 순간, 벌거벗은 몸으로 거울을 보며 기쁘거나 놀랍거나 불쾌하거나...일반적인 여성들이 느끼는 여타의 감정이 아닌 ‘회의’를 느낀다.
외모 때문에 수많은 차별과 질시/모욕을 당하며 살아온 그녀의 진행형 상처에 한 남자가 다가온다.

#2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15p)

더없이 희생을 하면서도 그래서 늘 어머니는 숨거나, 가려진 느낌이었다. 아니 언제나 아버지에게 미안해한다는 느낌을 나는 지울 수 없었다.
인간의 외면은 손바닥만큼 작은 것인데, 왜 모든 인간은 코끼리를 마주한 듯 그 부분을 더듬고 또 더듬는 걸까?코끼리를 마주한 듯 그 앞에서 압도되고, 코끼리에 짓밟힌 듯 평생을 사는 걸까?

무명배우였던 아버지, 갑자기 유명해진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은 크고 못생겼던 ‘나’의 어머니. 그런 스무 살의 ‘나’는 연민 때문인지 사랑때문인지 모르게 ‘그녀’가 눈에 밟힌다.


#3
이 포크를 봐. 앞에 세 개의 창이 있어. 하나는 동정이고 하나는 호의, 나머지 하나는 연민이야. 지금 너의 마음은 포크의 손잡이를 쥔 손과 같은 거지. 봐, 이렇게 찔렀을 때 그래서 모호해지는 거야. 과연 어떤 창이 맨 번저 대상을 파고 들었는지...
적어도 세 개의 창 중에서 하나는 사랑이어야 해.

그런 그에게 충고를 해 주는 또 한 명의 등장인물 요한은 아름답지만 백화점회장의 첩인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나 사회의 편견과 냉대 속에서 마음을 닫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4 고대의 노예들에겐 노동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대의 노예들은 쇼핑까지 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영웅을 필요로 한다. 잘 좀 살아, 피리를 불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스타를 내세운다. 좀 예뻐져 봐, 피리를 불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피리를 불어주세요, 더 멋지게...피리를 불어주세요, 더 예쁘게..쫓고 쫓기는 경쟁도 그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하멜른의 어떤 쥐들도 피리 부는 자를 앞서 뛰진 못했지-큰 쥐, 작은 쥐, 홀쭉한 쥐, 뚱뚱한 쥐, 근엄하게 터벅터벅 걷는 늘은 쥐, 명랑하게 깡충깡충 뛰는 어린 쥐. 가족끼리 열 마리씩, 스무마리씩 쥐란 쥐는 죄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갔어. 그러고는 깊디깊은 베저 강에 빠져버렸지.


이렇게 마음에 상처 하나씩을 달고 있는 세 사람의 사는 이야기와 외모지상주의에 젖어있는,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지적을 작가는 사랑이야기에 잔잔하게 녹여내고 있다.

결말의 반전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이라면 매력.




#5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228p)

“내가 간직한 추억이란 이름의 상자는 언제나 어김없이 그날 밤의 헤어짐을 끝으로 굳게 뚜껑이 닫힌다. 더는 열 수 없는 상자가 되는 것이고, 열어봤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 빈 상자가 되는 것이다. 그녀가 준 LP를...나는 그날 밤 잃어버렸다. 그녀를 잃은 것도, 하물며 나 자신의 삶을 잃은 것도 그날 밤의 일이었다(347p)

어쩐지 한 시절이 지나간 느낌이었다. 눈은 모든 것을 지우고, 혹은 썩어 사라질 모든 것을 보존시키고...잠시나마, 그래서 고스란히 흩어진 모두의 가슴속에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눈은 그쳤다. 파헤친다 한들 낙엽의 전부를 되찾지 못하듯이, 그 누구도 기억의 전부를 되찾지는 못한다.

어둠 속의 세상은 조문이 그친 장례식장처럼 공허한 느낌이었다.

두꺼운 책이라 후다닥 읽어내려가고 싶었지만,
문장이 좋아서 페이지를 쉽사리 넘겨내려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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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교양 (반양장)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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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 7가지 테마를 채사장답게 쉽게 알맹이만 쏙 설명해 놓은 책.

#교육

한국인들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보수와 진보, 세금과 복지의 문제를 합의와 절충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 선과 악의 이념 대립으로 다루려고 하는 이유를 교육의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던 부분.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오랜 기간 동안 객관주의 인식론에 기반한 교육체계를 유지해 온 한국, 강의식 교육과 전통적인 교실 구조 그리고 객관식 평가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교육형식이다.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화가 요구되던 시기에 이러한 교육관은 매우 효율적으로 기능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서 한국인이 표준화의 과정을 거쳤다는 데 있다. 우리는 진리가 실재한다는 절대주의 세계관에 익숙하다. 반대로 고정된 진리가 존재한지 않는다는 상대주의와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성에 대한 담론들에는 불편해하게 돼 버렸다.


#미래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간의 인식 차이와 갈등의 이유, 자녀 세대로서 공감하며 읽은 부분.

우리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취향과 성향과 선택은 나의 것이 아니라 계급적인 것이다. 이것이 아비투스다. 사회적 계급과 환경에 의해 형성된 나의 사고와 행동의 패턴. 아비투스는 그 자체로는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 노동자는 노동자의 취향을 갖고, 자본가는 자본가의 취향을 갖는다는 것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람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문제는 지배적 위치를 점유한 계층이 아비투스를 이용해서 지배를 정당화하고 지배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에 있다. 부르디외는 명명한 `상징적 폭력`이 이것이다.
이렇게 자본가와 노동자의 아비투스를 나눌 수도 있지만, 부모 세대와 자녀세대의 아비투스를 나눌 수도 있다. 부모 세대는 성장하는 사회를 경험하면서 그 속에서 성장하는 사회의 아비투스를 내재화한다. 타인보다 노력함으로써 성공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이를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하고, 저축과 투자를 함으로써 부를 쌓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내재화된다.
반면 자녀 세대는 앞으로 정체된 사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지 않는 사회의 아비투스를 내재화 했고,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권리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음에 만성적인 피로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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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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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이가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사유의 깊이를 알 수 있고,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모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글을 잘 쓰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아, 라는 감탄사를 내려놓고는 차마 표현 못할 시샘이 드는 지경에 이른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 책은 처음으로 읽게 된 글쓰기 책이다.

'글을 잘 쓰는 아주 진부한 방법들'을
'글을 잘 쓸 줄' 아는 유시민씨가 '잘 써놓은 글' 이라는 느낌이 아주, 무척, 강하게 드는 책이었다.

빤한 방법론은 제쳐두고 이 사람 글을 여러 번 필사해보는 게
나의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가 전하는 빤한 <방법론>몇 가지들,

글쓰기에는 철칙이 있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글쓰기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텍스트를 읽고 핵심을 요약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문학적인 글을 쓰는 재능은 타고나야 하지만,
논평이나 칼럼같은 비문학은 연습을 통해 '잘'쓰는 재주를 기를 수 있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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