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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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독서모임토론 도서>정유정, 종의 기원

<토론주제>
1)’악‘이란 무엇인가?
2)제목선정의 이유,제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3)내가 생각하는 NO.1 악인은?(영화 OR 책)


<책의 전반적인 특징 끄적끄적>

-사이코패스라는 소재, 정작 알리고 싶었던 것은 우리 모두의 내면 속에 있는 본능적인 악

작가 왈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다. 그리고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 일 수 있다.

“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379~380)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부분에서 무척 뛰어난 자기 심리묘사. 짧게 쳐내는 간결체와 수분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팍팍한 뉘앙스가 유진이라는 캐릭터의 무심한 잔인성과 무서울 정도로 맞아떨어져 몰입감을 더한다. 작가는 완전히 유진이 되어 쓴 듯.

-소설의 큰 틀에서는 유진이라는 인물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어 있지만, 편지 안에서는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진이라는 관찰자 시점으로 되어있어 각 시점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모두 드러내었다. 유진의 내면심리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프레데터의 모습들..(어머니의 시점 : 얼굴이 피투성이었다. 흥분한 맹수처럼, 동공이 새카맣게 벌어져 있었다. 그 안에서 불길 같은 광채가 너울거렸다. 이모의 진단 ; 프레데터는 두려움, 불안, 양심, 공감을 모른다. 그러나 남의 감정은 귀신처럼 읽고 이용하는 종족이다)
작품에 드러난 갈등은 유진 자신의 상반되거나 분열된 심리, 고민 불안 방황 망설임 분노 등과 같은 내적갈등과(실용적인 청군과 냉소적인 백군, 둘이 한 목소리를 낼 때도 있다) 어머니와 이모와의 외적갈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큰 범주 안에서는 유진에게 주어진 ‘병’이라는 운명과의 갈등이 가장 배후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머니의 편지’를 소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들어가는 역순행적 구조로 진행. 현재 사건 속에 중간중간 과거의 내용을 삽입하는데, 현재 시간은 점점 뒤로 흘러가지만 과거내용은 점차 과거로 올라가는 구성을 통해 어머니와 이모의 행동, 유진이의 정체, 최초의 사건 등의 내용 등이 드러나게 구성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점층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시간층위가 다르게 사건이 구성됨으로서 작품의 흡입력이나 몰입도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토론 주제에 대해 끄적끄적>

1)’악‘이란 무엇인가?

악(惡) 1.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쁨 또는 그런 것
2. 도덕률이나 양심을 어기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

어떤 사람을 선하다 혹은 악하다 라고 말할 때 실상 ‘선/악’의 판단기준은 당사자의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있다. 사회적 통념이나 가치관에 어긋난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타인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그것을 ‘선’또는 ‘악’이라 칭하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악’이라는 것은 타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한다. 그 부정적 영향의 정도에 따라 우리는 사회가 정한 가시적인 법적처벌 혹은 암묵적인 도덕적 처벌을 가하고 그를 ‘악인’이라 규정한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에 나오는 ‘유진’을 우리가 ‘악’이라고 칭하는데 있어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배려/연민’ 없이 오직 일차적 욕구해소를 위해 행해지는 그의 살인에는 사회가 규정하는 어떠한 도덕률도 법률도 개인적인 양심도 찾아 볼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가해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악’은 자신의 목적달성이나 사익추구를 위해 즉 어떠한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의 영향범위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여 부정정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 악이 유진과 같이 개인적 범위라면 개인적 악인 것이고 사회, 국가에 미칠 경우 ‘사회악, 국가적 악’이 될 것이다. 작가는 최고의 악으로 개인적 범위의 악을 설정했지만 실제로 우리 생활, 우리 사회 전반에 극악무도한 영향을 끼치는 최고의 악은 무엇일지 고민해보게 되는 질문이다.


2)제목선정의 이유,제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성질이 악한 이에게 혹은 독한 이에게 우리는 악종, 독종이라 칭한다. 주인공인 유진은 소설의 초반부터 대놓고 ‘악종’이다. 작가는 ‘악’이라는 ‘종’을 초반부터 드러내놓고, 제목 그대로 그 종의 기원을 따라가게 소설의 구성을 짜 놓았다.
유진이 존재하는 현재 시간은 점점 뒤로 흘러가지만 유진의 악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머니의 메모’라는 소재와 함께 현재에서 점차 과거로 올라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순행적 구성 속에서 중간 중간 시간의 역순행적 구성을 배치하여 독자가 단순히 ‘유진’이라는 악인의 정체를 좇게 하는 것을 넘어 ‘악’의 근원/기원/출발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효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3)내가 생각하는 NO.1 악인은?(영화 OR 책)
김동인,광염소나타 –백성수+그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비평가
김동인의 광염소나타에 나오는 ‘백성수’라는 인물은 음악적 영감과 천재성 발휘를 위해 의도적인 방화, 시체유희, 시간(屍姦), 살인 등을 일삼다가 감옥에 갇히게 되는 예술가다.
유진의 살인이 병적원인이고 일차적인 욕구해소를 위한 것이라면, 김동인의 소설 속 백성수는 일차적 욕구를 넘어선(자아실현 욕구) 의식적 살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하는 서술자의 존재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짧디짧은 단편소설임에도 두려움을 자아냈었다.
작중 화자인 음악비평가는 백성수라는 천재를 단순히 사회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말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변호하고 있다. ‘정상인’의 윤리 및 심리로 내리는 이러한 극단적 미의식, 그리고 이러한 논리가 모여졌을 때 발생할 위험성을 우리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책 속 구절 끄적끄적>

어머니가 하염없는 두려움을 내 핏속에 쏟아넣는 사람이라면, 해진은 내 심장에 노을같은 온기를 불어넣는 사람이었다.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 희망을 가진다고 절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세상은 사칙연산처럼 분명하지 않아요. 인간은 연산보다 더 복잡하니까요.

규칙에는 예외가 있었고, 예외는 곧 규칙이 되었다.

3차방정식같은 표정이었다. 복잡하고도 낯선 얼굴이었다.

주먹만 한 얼음이 목구멍 밑으로 미끄러지는 기분이었다. 배 속에서 참담한 한기가 피어올랐다.

날카로운 충격이 맥박수를 훅 끌어올렸다. 명치 밑에서 이글대던 절망이 위액처럼 식도로 역류했다.

막막한 한편에서 여전히 졸음이 몽글거렸다. 잠시 후엔 모든 문제가 하찮게 여겨질 만큼 졸리기 시작했다.

내 몸은 이미 뜨거운 백색광 속에 갇혀 있었다. 이윽고 세상이 사라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어머니와 이모가 내 삶을 지배해온 사람들이라면, 약은 그들이 내 인생이라는 풀밭에 풀어놓은 뱀이었다.

내가 형보다 뛰어난 ‘희귀한 일’ 중 하나가 수영이었던 셈이다.

물속은 어머니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온전히 나의 세상이었다. 그 안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뭐든.

인간이 늘 ‘정답’을 선택하지 않는 건 그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의 눈금을 조금 낮추자 간단한 해결법이 보였다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불시에 형을 집행하듯, 운명이 내게 자객을 보낸 것이었다. 그것도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우중충한 하늘 한복판에서 겨울 해가 희멀걸한 얼굴을 내밀었다. 대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몰아드는 바닷바람은 목이라도 딸 것처럼 날이 퍼렜다.

더하여 내가 무엇에 끌리는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겁먹은 것에게 끌렸다.
달이 먹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안개는 눈에 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짙어졌다.

비명이 딱 그쳤다. 유리벽 같은 정적이 우리를 가뒀다. 머릿속과 교신이 끊겨버린 눈이었다. 너무도 격력해서 통증마저 느껴지는 생명의 절박한 긴장을.

불길 같은 흥분이 신경절을 타고 온몸으로 내달렸다. 숨이 차올랐다. 저항이 용납되지 않는 무지막지한 장력이었다. 눈앞이 와르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음속을 돌파하는 듯한 충격이 몸을 덮쳐왔다. 실낱같이 열려 있던 이쪽 세상과의 통로가 닫히는 소리였다. ......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

그 많은 생각 중에 나를 구원해줄 기도문 같은 건 없었다. 희망은 미끄덩거리는 비누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갔다. 수압처럼 무겁고 서풍처럼 싸늘한 두려움이 몸을 조여왔다. 돌아갈 길도, 수습할 여지도 없다는 점에서 절망적인 두려움이었다.

“유진이는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

어제 새벽부터 과속으로 질주하던 머리가 급브레이크를 잡는 느낌이었다 냉탕과 온탕을 격발하듯 오가던 감정들이 돌연 움직임을 멈췄다. 홍수처럼 쏟아지던 온갖 생각들은 일시에 흐름을 정지했다.


두 여자는 ‘포식자’를 평생토록 가둘 무형의 감옥을 구상했을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생의 1/3을 몽상하는 데 쓰고, 꿈을 꿀 때에는 깨어있을 때 감춰두었던 전혀 다른 삶을 살며, 마음의 극장에서는 헛되고 폭력적이고 지저분한 온갖 소망이 실현된다”고


치료의 목적은 도덕개념을 심어주는 데 있지 않았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학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익과 손실의 계산서를 뽑아주는 게 핵심이었다.


감정을 없애면 선택의 무게는 신발을 사는 일만큼 가벼워진다. 목적과 비용의 상관관계만 따지면 될 테니까. 문제는 상대가 신발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해진은 내게 순전하고도 온전하게 감정적인 존재였다.

낭패감이 복통처럼 배 속으로 번졌다.
그날 밤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기억은 기록영화만큼 세세하고 사실적이다.

부연 시야에 수십 개로 나뉜 시간의 조각들이 느릿느릿 흘러갔다.

고산병에 걸린 채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머리 위에 있는 용이네 호떡집은 명왕성만큼이나 멀었다. 그래도 쉬지 않고 올라갔다. 나를 움직인 건 기적의 힘도 의지의 힘도 아니었다. 온전히 다음 한 발짝에만 집중하는 단순성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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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호 2016-09-0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엄청 정성들여 썼네요!!!~
멋짐!!!~ ㅋ
저도 봐야겠어요

권준호 2016-09-01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 지금 읽는 7년의 밤 도전!!!~ ㅋ

신선미 2016-09-01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뭔가 적어놔야 나중에 남는게 있을것 같아서 ㅋㅋ 도전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