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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ㅣ 맛있는 상상 시리즈 4
이종은 지음 / 노란상상 / 2025년 6월
평점 :
작년에 이어 올해도
9살 큰아이의 학교가 통일정책 학교로 선정되어
아이들이 교과외에 통일관련 교육과, 북한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분단의 현실을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북음식 만들기 챌린지도 하고요.
물 부어 반죽만 해서 바로 먹는 이북인절미 속도전떡도 만들어보았고요,
평양냉면이 아니라 평양온면도 만들어 보았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받아본 아이가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낮기온이 30도가 넘은 요즘같은 날씨에는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시원한 냉면 한사발이 생각나요.
냉면을 정말 좋아해서 여러 음식들이 차려지는 제삿날까지도
냉면을 먹는 할아버지.
‘나’도 역시 할아버지처럼 냉면을 좋아하지요.
그릇 안쪽의 벚꽃그림을 먼저 찾는 내기를 하며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쌓고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한 장 한 장 넘겨보면 할아버지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할아버지의 어린시절의 추억이 가득 담긴 평양냉면은
가족과 헤어져 남쪽으로 내려온 그 이해할 수도 없을 것 같은 마음을
달래주고, 어머니와 여동생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어요.

이야기 중간중간에 냉면에 대한 지식들이 담겨져 있어서
냉면이라는 음식을 제대로 알아 볼 수가 있었어요.
냉면 그림책은 처음이라며 웃던 아이도 관심있게 읽고 가족들에게 알려주어요.
냉면을 먹기 시작한 시기, 냉면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
고명과 면발과 육수의 이야기가 더해진 냉면의 역사 등등
읽고나면 재미있는 냉면의 이야기가 가득해요.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백석시인의 <국수>라는 시에 들장하는 ‘쩡하다’라는
순우리말을 엄마도 처음 들어보았는데
평양냉면을 먹고나서 표현하기 이만한 낱말이 없네요.
쩡하다 :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자극이 심하다.

아직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엉.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맛있어요.
살아보니 오랜시간이 지나도 생각나는 추억의 중심에는
늘 그 시간에 함께한 음식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단순히 냉면이야기를 담은 음식그림책이 아니에요.
평양냉면에 담긴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나와의 추억까지
아픈 이야기와 소중한 추억이 한데모여
마음을 울리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쩡하니 닉은’ 동치미국처럼
우리 마음에 쩡하게 남아있는 추억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온가족이 함께 읽어보며
잊었던 추억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