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매네 빨간 열매
린지 지음 / 현암주니어 / 2024년 9월
평점 :

얼마전 제주도 할아버지할머니댁에 놀러갔을 때의 일이다.
아이들과 천혜향 농장에 가서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를 도와
나무에 너무 많이 달린 열매들을 골라서 따내는 작업을 했다.
동글돌글 작고 귀여운 초록색 귤들을
채 자라기도 전에 따내버리려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 갑자기 밀려들어왔는지
멈칫하게 되었는데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의 할머니는
한 가지에 너무 많이 달린 열매는 모두가 덜 자라게 되니
햇볕을 쬐지 못하는 작은 열매들을 따내어야
다른 열매들이 실하고 노랗게 잘 자란다고 하시며
따낸 작은 열매들은 제때 따내면
새콤달큰한 청귤청으로 만들 쓸모가 생긴다는 말씀을 하셨다.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나는
따뜻하고 깊은 그림책.
할매네 빨간 열매
큰 놈, 토실토실 말랑헌 놈, 딱딱한 거, 깨깐한 것들. 어중간헌 놈들, 반질반질 예쁜 놈.
한알 한알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열매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모름지기 열매란 다 쓸 데가 있지.

빨간열매 한알한알처럼 있는그대로 너무 소중한 아이들.
스스로가 소중하고 귀한 열매인걸 알길 바라며
정성껏 읽어주었는데 읽어주다보니 어른인 나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긴긴 여름방학을 지내면서 아이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엄마의 자리에서만 시간을 보내며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을하며 우울해지기도 했었는데
아이와 함께 이책을 읽고나니
나 역시 거친 토양에 애써 뿌리를 내리고 힘껏 자라
귀한 열매를 맺은 대단한 존재이고, 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하고 귀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귀하고 귀한 모두가 함께 읽고 위로 받을 수 있는
따뜻한 그림책으로 모두에게 추천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