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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평점 :

표지만 보고서는 무슨 그림책인지 상상이 안갔다.
첫째는 일기쓰는 그림책인 것 같다고 했고
둘째는 산책가는 그림책인 것 같다고 했다.
표지를 넘기면 우리집 앞 개천과 똑같은 그림이 나온다.

왜가리와 오리들이 유유자적 놀고 있고,
징검다리 끝에 앉아 책가방을 내려놓고
긴 나뭇가지로 과자봉지, 음료수 캔을 낚아 올린 어린이.
아이들이 엄마 우리처럼 천내천에 플로깅 간 이야기 인가봐.
하며 책을 넘긴다.
아이들 그림책에서는 만나본 적 없는 ‘물귀신’이 등장하며
엄마도 아이들도 흥미가 한 층 더해지네.
‘반가워요, 오늘의 어린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볼 수 없는 물밑에서
우리가 몰랐던 ‘물귀신’이라는 존재들이
끊임없이 물을 정화 시키고, 또 다른 물귀신들을 키워내고
우리의 환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기발한 상상.
내용만큼이나 흔하지 않은 그림책의 색감들도 시선을 잡는다.
초록과 파랑을 흘려 물티슈로 닦으면 나오는 색깔 같은
낯설지만 포근한 색감으로 그려진 물속의 색깔이
더 신비한 곳을 더 다양하게 상상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이 그림책은 글밥이 많지 않다.
글을 보고 이해하기 보다는
그림을 보고 스스로 상상해 보고 이야기를 그려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한 장 한 장 할말이 왜 그렇게 많은지
빠르게 넘겨 다시 보고 또 보며 말하는 첫째와
한 장 한 장 재미있는 상상을 만들어내는 둘째.
밥을 ‘바’ 물을 ‘무’라고 말했던 자신의 아기(?) 때 일을 자꾸 말하며
아기 물귀신들도 유치원에가면 나처럼 천내천에 가서
쓰레기를 줍겠지? 라고 한다.
(하천을 보면 모두 천내천이라고 하는 동네밖에 모르는 여섯 살 아이)
자연을 좋아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물가로 나가는 아이들.
나가면 나뭇가지부터 하나 주워 탁!하고 다듬어
물속을 휘젓는 우리집 아이들과 많이 닮아 있는 주인공.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정하는 자연의 힘과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수족구로 일주일째 집콕하느라
천내천에 못나가는 아이들에게
긴 나뭇가지가 되어준 오늘의 책 ‘오늘의 할 일’
따뜻하고 차분한 색감으로 더 고요해 보이는 물아래에서
자연이 스스로를 정화시키기 위한 바쁘고바쁜 움직임을 느낄 수 있고,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소리치는 아우성을 들어볼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곁에 두고 넘겨볼만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그림책.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