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 - 그림책 작가 오소리 에세이
오소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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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을 끌어 읽게 된 에세이.

무엇을 그렇게 남겨두고 싶었는지
글을 알고 쓸 수 있었던 예닐곱 살 때 부터의 일기장이
고향집 책장 구석에 아직도 남아 있다.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던 일기장은
어느순간 나의 마음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어떤날은 대나무숲이 되어주고,
또 다른 날은 제일 친한 친구가 되어주고,
가끔은 기꺼이 나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소리치고 싶을 때마다 기록했던 일기가 있었기 때문에
걱정많고 예민했던 내가 조금씩 나아졌던 것도 같다.

이 책은 기억과 아픔, 생각과 경험의 잔상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림책 작가 오소리가 2010년부터 쓴 일기 94편이 수록되어 있다.

마치 나의 과거의 일기장을 펼친 듯.
오소리작가의 일기에 빠져들어 그 마음이 되어보기도
그 일상을,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해 보기도 했다.

한줄한줄 소중하게 마음에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수도 없이 많아 책 가득히 밑줄을 긋게 되는 책이다.

11p.
타인에 의해 태어나고 결국 누군가에게 잡아먹히지만, 사는 동안 즐겁게 도망가는 진저브레드 맨처럼 달리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더 이상 나에 대해 설명할 필요 없이, 그저 살아가면 된다. 기다리는 순간에도 자신을 계속 완성해 나아간다 생각한다.

14p. 관상어가 아닌 물고기가 되고 싶다. 죽는 것이 상관없다는 건 아니다. 반대로 살아가고 싶다. 해저 깊은 곳에서 물고기들이 올라온다.

17. 잊는 게 아니다. 과거가 결국 현재다. 사랑하고 웃고 행복할 것이다.

104p. ...세상은 완벽한 타인을 만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인간은 외롭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분열한다. 그것이 창작이든 여행이든 살아가는 것 자체가 태어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4. 이제는 조금씩 내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마 계속 변화할 것이다. 과거에 난 틀렸거나 지금이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순간순간을 의미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싶다. 

145. 더 이상 방황을 바라지 않지만 사실은 이곳에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여행자로 온 건 아닐까. 영원한 시간의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 기억을 잠시 잊고 다시 태어난 여행자.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방황하던 삶이 의미 있는 여행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시간 속에 있었다면 모든일들이 시시했을 테니 말이다.

에필로그. 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 때문에 많은 것들을 떠올리며 기록해 왔지만, 이제는 떠올리는 것보다 마주한 것들로 채우고 싶다.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보단 사람들과 마주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쓴 일기가 아니었을 텐데,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일기 속 작가에 대입해 내 인생을 돌아보고 나니
몇번이나 다시 읽어보고 싶은, 위로받고 힘을 얻게 된 문장들이 많았다.

어찌보면 나의 일기를 쓰는 행위와, 사진은 찍어 하드에 정리하는 하루일과, 그리고 인스타그램 피드에 남기는 나와 가족의 기록까지 나에게 잊히기 싫어 발악하는 몸부림이 아닐까. 오늘도 이렇게 서평을 쓰고 사진을 정리하고, 일기를 써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쓴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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