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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하면 좀 어때 - 이런 나인 채로, 일단은 고!
띠로리 지음 / 푸른숲 / 2023년 7월
평점 :
허술하면 좀 어때?
엉성해도 나답게!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법!
완벽을 추구하는 세상 아니 완벽을 추구하는 나에게 매콤한 쨉을 날리고 싶어서 신청한 책.
책 표지 투표부터 참여해서 그런지 왠지 더 애착이 가는 허술예찬북.
엥? 책표지를 이렇게 한다고? 책표지부터 뭔가 허술해 보였던 책이다. 글씨폰트며 배열, 그림이며 감성을 추구하는 요즘에 어울리지 않는 팔구십년대 학교앞 문방구가 생각나는, 어딘가 올드하고도 허술한 책표지. 강렬한 책의 표지 이미지가 이책의 모든걸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표지에 그려져 있는 눈이 몰려있는 동물 그림들도 어딘가 모르게 허술해 보지지만 결국엔 사랑하고 싶어지는 인형들이었다. 목차를 훑어보다 먼저 열어본 스페셜페이지에서 만난 어딘가 이상해(?)보이고 못나보이는 인형들. 그러나 자꾸 들여다보면 정이가고,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나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끼게 되네.
멋들어진 문체도 아니고, 대단한 스토리도 아니지만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밑줄을 긋고 싶어지는 나의 이야기 같은 정말 편안한 에세이이다. ‘허술함’과 ‘빈틈’이 가지고 있는 긍정의 힘을 알게 해 주고, 마음속에서 늘 부담이었던 ‘완벽함’을 내려놓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쓰레기봉투 에피소드에는 공감할 수 없는 나는 완전히 ‘완벽함추구’를 포기하지는 못한 사람인 것 같다. 쓰레기봉투 리터를 가늠하는 능력, 리본을 묶을 수 있는 능력,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능력은 당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 역시 내려놓기로.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고.
6p. 허술한 나인 채로 최선을 다하기. 말하자면, 허술하게 허슬(hustle)하기입니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수는 없겠지요. 더군다나 완벽하고 군더더기 없는 사람이란 더욱이요.
31p. 당연히 처음에는 어설프고 영 서투르겠지만, 그때도 그때만의 청순한 매력이 있다. ‘점점 발전할 테니 걱정 마요!’라는 뻔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대에게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따라올 일이니까.
123p. 많은 사람들이 훌쩍 여행을 떠나지 않는 한 늘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산다. 매일 가는 회사, 매일 타는 버스, 매일 돌아오는 집... 그럴 때는, 삶 자체가 하나의 통로 같다. 어디에 갔다가 돌아올 뿐인, 아무런 단상도 남지 않는 통로. 우리가 갑자기 애먼 화산 지대에 떨어져 폭발하는 분진을 피해 멀리 달아난다거나하는 스펙터클한 일은 오늘 하루 일어나긴 어렵다. / 당장 하루를 바꿀 수 없다면 길가의 간판에 그려진 마스코트들을 눈여겨보며 따라가보자. ... 한 열 개만 세어 보면 이미 그날은 뜻밖의 여행이 되어 있을 것이다.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믿어 보시라.
142. “정말 잘했어요. 뭐든지 특이한 걸 사야 해요.” 예뻐서 눈 돌아갔구만, 같은 핀잔을 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 고장난 시계 할아버지가 내게 ‘정말 잘했다’고 말했을 때, 아무런 의심 없이 다정함을 느꼈다. ... 내가 핀잔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던 까닭은 왜일까. 아마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움에 홀려 덮어놓고 시계를 샀지만, 실용성이 없는 걸 사면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예쁜 쓰레기를 샀다’고 말하곤 하니.
168p. "여러분도 앞으로의 인생에 수많은 선택과 실패의 순간이 있을 테지만, 스스로 책임질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없습니다.“
213p.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영화 속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된 것 같아 안심이 된다. ... 패스트푸드점에 갔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안도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엄청나게 기대되는 바가 없고, 특별한 단상도 남지 않는 무색무취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쓴 개인적인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