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새매가 깨서 출근 준비중인 나를 보고 울었다. 언젠가 아빠 일하는 곳이 궁금하다고 했는데 데려가 주지 않았고, 자기를 두고 회사에 가 버릴 것이기 때문에 울었다. 마음 한쪽이 아파왔지만 머릿속엔 통근 버스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결국 거실로 나서자 새매의 울음이 터졌다. 쌍둥이들도 깼으리라.

2. 아침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고 무엇인가 써야한다는 집착에 시달렸다. ˝실행˝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하고 다시 생각한다.

3. A를 물었을 때 A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생각이 많고 이것 저것으로 `창발`하는 사람들은 더욱 더 그렇다. ON TOPIC하라고 말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개념어를 자기 마음대로 쓰는 것도 그들의 특징이다.

4. 왕십리에서 오는 지하철에서 핑크 카페트의 옆자리에 앉아 이성복 시론집을 읽는다. 모양새도 예쁘고 가벼워서 나같은 지성인의 가방에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글줄들은 갑자기 머릿속에 불을 탁 켜기도 해서 좋다. 시인이란 결국 선승들이거나, 선생님이거나 해야한다. 앞장에 적힌대로 ˝반성하는 정신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5. 더 좋은 손글씨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개성이 있고 조금 더 밸런스가 잘 맞는. 조금 더 잘 말할 수 있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길은 끝이 없고 그저 걸어간다. 최소한 많이 틀리지는 않은 방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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