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
이은경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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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언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유일한 방법이다." <읽기 혁명>의 저자 스티븐 크라센의 말은 엄마표 영어나 영어책 읽기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게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의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엄마표든 학원표든 초등 영어의 핵심은 영어책 읽기, 즉 영어 독서라는 것이다. 각자 처한 사정과 필요에 의해 엄마표든 학원표든 선택하되, 영어 교육의 핵심이 영어 독서에 있으면 된다는 뜻이다.


책은 어떤 방식의 영어 공부를 하든 영어 독서가 기본이 되고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연습은 초등에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15년간 초등교사로 근무했던 저자는 초등 아이라면 학년과 상관없이 아무 것도 늦은 게 없으니 지레 겁먹고 포기하거나 조급해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책에 따르면 영어책 읽기의 수준은 한글책 읽기의 수준을 절대 뛰어넘지 못한다. 반드시 한글 문해력(한글 독서 수준)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해리포터 등의 원서를 읽어내는 저력도, 나중에 영어를 시작한 아이들이 확연한 속도를 보이는 것도 충분한 한글 독서 덕분이라고 한다.


엄마표 영어의 핵심도 사실 영어책 읽기다. 그렇기에 이 책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에서도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나는 이미 몇 권의 엄마표 영어 관련 책을 읽어봤고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특강을 들은 적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충실도를 대략 파악할 수 있는데, 다른 엄마표 영어책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다. 본인 자녀에 대한 엄마표 영어의 경험과 현직 초등교사로서 아이들의 영어를 지도한 경험이 함께 녹아있어서 학교 영어, 학원 영어, 엄마표 영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지침과 안목도 얻을 수 있다.



영어책 읽기나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게 되면 낯선 용어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파닉스니 사이트워드는 이전에는 들어본 적조차 없고, 책도 그림책·리더스북·챕터북 등으로 나뉜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책은 이런 기본적인 핵심 정보를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해 친절하게 안내한다. 영어 독서 단계별 책의 명칭과 특징, 그림책과 챕터북 추천 목록, 파닉스와 사이트워드의 학습자료 제공 사이트 등 알짜 정보가 가득하다.


'레벨업 꿀팁' 코너에는 영어책 읽기 수행 과정에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이 들어 있다. 그야말로 꿀팁으로 상황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솔루션을 친절하고 자세히 제시한다. 아이가 영어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법,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보상의 원칙, O.R.T 구입에 관한 고민 Q&A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특히 보상을 위한 아이의 노력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글은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했다. 아무리 원하는 게 있어도 아이에게 매일의 노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상을 바라고 했을 뿐인데 그럼에도 변함없이 격려하고 응원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잘 짜여진 차례만큼이나 알차고 충실하다. 챕터를 구성하는 각 절의 소제목만 보아도 이 책의 가치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주옥같은 내용이 많아 열심히 메모하며 읽었더니 어느새 노트 몇 페이지가 훌쩍 넘었다. 책에서 영어책 읽기 독립을 위한 최고의 교재로 꼽고 있는 O.R.T를 우리 아이도 지금 읽고 있어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되기도 했다. 저자는 영어 독서에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지어 왜 그래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책은 현학적이고 복잡하지 않은 짧고 평이한 문장으로 핵심을 잘 전달한다. 좋은 글쓰기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은 그림책, 리더스북, 챕터북, 영어원서의 4단계로 나누어 단계별로 영어책 읽기의 다양한 노하우를 종합해 수록했다. 집대성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어 독서를 중심으로 한 초등 영어의 학습법, 교재와 추천도서, 핵심정보와 꿀팁 등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영어 독서의 교과서와 같은 지침서를 선물하겠다'는 저자 이은경 님의 출간 의도는 충분히 실현되었다고 하겠다.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페이지가 없는 충실한 책이기에 눈에 띄는 제목만 소개해도 끝이 없다. 아이의 첫 영어 그림책 선택 기준, 영어 그림책 매일 꾸준히 읽어주는 방법, 영어책과 한글책의 독서시간 비중, ORT로 차근차근 독서 레벨 높여가는 법, 리더스북 단계에서 읽기 독립 완성하는 법, 챕터북으로 영어책 레벨 점프하기, 영어 영상 보여주는 법과 레벨업 요령, 온라인 영어 독서 프로그램 활용하기, 영어 독서 슬럼프 극복하는 법... 제목부터 끌리는데 내용은 더욱 좋다. 책의 가치는 디테일에 살아 있는 것인데,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실전적인 조언들이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가득하다.


책을 읽는 중에 더욱 눈길이 갔던 문장들을 일부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아이의 취향을 최우선으로,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 수준보다 살짝 쉬운 책으로 시작하라. 초등이라면 아이가 몇 학년이든 지금 시작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조급함을 버려라. 영어 영상에서 자막은 항상 뺀다. 영상은 읽기 연습이 아니다. 오히려 온전한 듣기를 방해하고 집중을 떨어뜨린다. 자기 발음에 아쉬워할 시간에 한 권이라도 더 읽어줘라. 한 책이든 한 페이지든 아이가 꽂힌 게 있다면 원하는 만큼 반복해라. 이는 다음 단계의 도약을 위한 준비 중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 영어 독서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한글 독서 수준을 꾸준히 올려야 한다. 영어 독서라는 나무는 한글 독서라는 뿌리의 힘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초등은 뿌리에 거름을 주고 물을 주는 결정적 시기이다.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은 영어책 읽기에 함께 하는 아이와 엄마 모두를 보듬는다. 엄마에게는 영어책 읽기와 관련해 매일 꾸준하게 케어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혹은 엄마표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자책하지 말라고 한다. 건강하게 밥 챙겨주는 엄마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니까. 아이의 입장을 충분하게 고려할 것도 당부한다. 다음의 문장들은 가슴을 훅 파고 들었는데 영어책 읽기와 아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그대로 묻어나서 감동적이기도 했다.


"영어로 영상을 보는 시간을 '영어 공부' 시간으로 명확하게 인정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엄마는 보기 싫은 마음을 꾹 참고 영어 영상을 보고 난 아이의 성취를 무시하게 되고, 아이는 서운해집니다. 잘 이해되지 않아 답답했지만 약속한 시간을 지킨 아이에게 충분한 칭찬과 인정의 말을 해주세요." (115쪽 인용)


"사이트 워드는 아이 인생에서 처음 겪는 영어 단어 암기입니다. 그래서 힘을 빼는 게 핵심이고 기술입니다. 열심히 가르치고 싶고 어서 영어 독서의 바다로 풍덩 밀어 넣고 싶은 엄마 맘이야 이해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꼬부랑 글씨를 읽어보라고 하더니 외워보라고 하고 뜻까지 말해보라고 하니 아이는 기가 막힙니다." (146쪽 인용)



부록도 알차다. 그림책·리더스북·챕터북·영어원서 각 단계별로 50권씩 총 200권의 추천도서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교육부 지정 초등 필수 영단어도 사용빈도와 수준에 따라 4단계로 나누어 200단어씩 총 800개를 수록했다. 모두 영어책 읽기 과정에서 실제로 활용도가 높은 정보들이다.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은 잘 쓰여지고 잘 만들어진 책이다. 영어 독서와 관련된 내용이 단계별로 요령 있게 잘 정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글 자체가 정갈하고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기가 참 편안했다. 저자의 예사롭지 않은 필력과 글에 들인 공과 품이 상당했으리라는 분명한 증거다. 깔끔한 편집과 멋진 구성으로 책을 꾸며준 비에이블 출판사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초등 영어, 영어 독서, 엄마표 영어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카페 '컬처블룸'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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