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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한국작가들의 소설을 많이 읽어본 편이 아니다. 다 한쪽으로 편향된 내 독서취향 덕분이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몇몇 작가들의 책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읽곤 한다. 이런 부족한 책읽기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특정 작가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는만큼 있어야 보이는 법이라는 말처럼 한국작가와 소설들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으니 그 특정 작가와 소설에 대한 선입견도 없었다. 그래서 악평이 자자한 책을 읽기도 하고 좋은 평가가 내려지는 책을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 꽤 비효율적인 책읽기이긴 했지만, 미지의 책속을 탐험하는 느낌이라 나름대로 꽤 즐거웠다. 그리고 다시 나는 책속으로 탐험을 떠나기로 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알지못하는 이 미지의 책속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최인호라는 작가의 이름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미지의 세계에 있는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니 나의 취향과는 어긋난 종교쪽 소설들을 집필했던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전혀 만나보지 못했었던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호기심이 동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자신의 전작들에 대한 성향을 버리고 그의 초기작으로 회귀했다는 문구도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미 무르익어 농염해진 작가가 초심으로 돌아가 작품을 집필했을 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누구나 알다시피 탐험은 꽤 고된 일이다. 길만 잘 찾는다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게 꽃길을 걸어갈수도 있지만, 길을 잘못든다면 구정물에 물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끝나버리기도 한다. 어떤 탐험이던 탐험의 끝부분에 이르면 행복한 꽃길이던 시궁창 물에 잠겼던 길을 걸었던 꽤 해방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 같지만 그 탐험의 끝맛은 상당히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행복한 꽃길이던 탐험은 끝내면 다시 생각할때마다 즐겁고 그립지만, 고생만 하던 탐험은 다시 떠올리는 것도 꺼려지곤 한다랄까. 그런데 불행히도 이 책은 후자에 가까웠다. 병고 끝에 집필한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평하는게 꽤 미안하긴 하지만 내 주관적인 느낌은 그랬다. 이 책은 나에게 좀 힘들었다. 다 읽고난 지금도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이해했다는 느낌보다는 끝냈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이 소설은 은유적이고 몽환적인 표현들이 많았다. 그 표현들이 아름답거나 어떤 흐름에 맞춰져 묘사됐다면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을텐데, 소설의 진행이 자꾸만 대사와 문체에서 부딪혀버려서 나에게 이런 소설의 모든 부분들은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마치 존 쿳시의 나라의 심장부에서를 읽을 때처럼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 같았다. 나는 작가는 독자와 소설을 매개로 하여 서로 소통한다고 생각하기에, 도통 이해되지 않는 그런 표현들이 부담이 되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작가가 무슨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내가 인내심과 생각의 깊이가 부족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뭔가 계속 핀트가 어긋난것 같은 느낌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힘들고 숨이 가빴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K에게 이입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어려움이였다.   

가끔 그런 책을 만나곤 한다. 도저히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 주인공을 지닌 책을. 딱히 주인공이 못되었다거나, 나와 나이가 맞지 않아서 그런게 아니라 뭔가 서로 핀트가 맞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그런 어긋난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면 유독 그런 책들은 힘들게 읽히곤 한다. 가끔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더운날 햇볕을 피하며 읽었던 이 책이 그런 주인공을 지닌 책이였다. 그래서 K가 3일간의 혼란과 방황 속에서 자신을 찾는 여정조차도 잘 이해되지 않았고, 그 자아찾기의 여정 끝에 갑자기 튀어나온 세일러문과 파워레인저에선 합체에선 땀이 흘렀다. 차라리 드래곤볼처럼 퓨전!을 외쳤다면 조금 웃었을지도 모를텐데. 

나는 최인호라는 작가의 탐험을 이 책으로 멈추고 싶지는 않다. 초기작으로의 회귀라는 이 책과 그의 진짜 초기작을 한번 비교해 읽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나의 다음 최인호 탐험의 목표는 이 책과 초기작의 비교다. 어쩌면 그의 초기작을 읽고 나면 세일러문과 파워레인저의 합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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