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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제스 월터 지음, 오세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붙은 수식어는 화려하다. 마치 온몸에 별을 달은 개선장군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많은 상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책. 이런 책은 꼭 한번 읽어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많은 사람들의 평가로 이 책을 선택했지만, 나의 눈으로도 판단해 보리라라는 생각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책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책의 채 반도 읽기 전에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의 목차를 보는 순간 이 책에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항복할 수 밖에 없으리라 짐작하긴 했다. 이미 목차에서부터 이 책이 가진 그 힘의 파동이 느껴졌으니까.    

이 책은 분명 유쾌하다. 하지만 그 안에 진하게 스며있는 씁쓸함에 때때로 울컥하기도 했다. 맷에게서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 엿보였기 떄문이다. 사실 맷의 모습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아버지들에게서 보여지는 모습일 것이다. 가정을 지키고 그 누구보다 좋은 아버지이자 멋진 남편, 그리고 착한 아들이 되고자 하는, 그저 평범한 이 시대의 가장. 맷이나, 짱구아빠나 우리 아버지나 모두 이 시대의 한 가장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자꾸만 터져나오는 이 범상치 않은 사건들과 말장난에 마냥 웃음을 보낼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블랙 코메디 한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슬픔이 간간히 밀려왔다.  

이 책을 읽으며 미국 드라마 "오피스"가 생각났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벌어지는 사원들의 이야기인데, 주요 코드는 웃음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결코 웃을 수 없는 짠한 감동이가 묻어나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대부분은 주인공 드와이트의 말도 안되는 행동과 농담(주로 아주 저질인)으로 그런 눈물나는 스토리가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이 책과 몹시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 드라마가 미국 드라마여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과 오피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미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자꾸만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감정이 이입되는 것 같았다. 물론 우리네 아버지께서는 대마초를 팔 정도로 스케일이 크지는 않으시지만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말한다. 행복의 크기는 물질의 양과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진리것만, 그것을 그대로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맷의 경우가 그랬고, 나의 경우도 그랬다. 하지만 그것을 몰락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을 위한 한단계 물러섬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진리를 받아들이기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맷 역시 자신의 욕심을 모두 다 내려놓은 다음에야 행복에 대해 새삼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역시 나는 아직 정신적 성숙이 한참 모자라기에, 맷처럼 물질적인 풍요를 놓치지기 전에 좀더 고군분투 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안해요, 맷. 깨달음과 실천은 역시 좀 다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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