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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소녀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6
앨리스 먼로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평점 :
세계문학전집 176
네가 가난해서 나는 좋아 너무 사랑스러워 거지 소녀 같잖아
코페투아왕과 거지 소녀 알잖아 그림 말이야 그 그림 몰라?
패트릭은 술수를 부릴 때가 있었다-아니, 그건 술수가 아니었다, 패트릭은 술수를 부릴 줄 몰랐다 패트릭은 자기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모를 때 그 나름의 방식으로 놀라움을, 조롱 섞인 놀라움을 표현하곤 했다 또한 자기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굳이 알고 있을 때에도 비슷한 조롱과 비슷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의 오만과 겸손은 양쪽 다 기묘하게 과장되어 있었다 오만은, 로즈가 시간이 흘러 판단한 대로, 부유함에서 오는 것이 틀림없었다 비록 패트릭은 자신이 부유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거만하게 군 적이 결코 없었지만 말이다
로즈는 그 그림을 보았다 도서관에 있는 미술서적을 찾아본 것이다 그녀는 유순하고 육감적인 거지 소녀와 수줍은 흰 발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소녀의 소심한 굴복, 그 무력함과 황송함. 패트릭은 로즈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걸까?
197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플로와 로즈의 이야기들'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10편의 단편에서 동일한 주인공 로즈와 새어머니 플로가 등장한다 10편이 각각의 이야기이면서 하나로 연결되는 단편이자 장편 소설이다
앨리스 먼로의 소설의 자주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의 법칙?이 이 소설에도 등장한다 가난한 가정의 딸의 똑똑한 딸, 이른 결혼으로 도피, 외도, 이혼 등
여자 스스로의 능력으로 자립하기 어렵고 남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로즈의 삶을 세심한 심리묘사와 감수성 풍부한 문장으로 썼다
<디어 라이프> 이후 절필 선언을 했다니 아쉬움이 크다
삶을 직시하는 초연한 시선
생의 본질을 포착하는 예리한 통찰
우리 시대 최고의 단편 작가 앨리스 먼로의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