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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조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2월
평점 :
P19 '마음의 질병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사람의 안락사를 허용한다'
이 멋진 문장을 법전에 새긴 최초의 국가는 네덜란드였다
우리나라는 스물네 번째로 그 대열에 합류했는데, 자살률이 높은 나라치고는 꽤 늦은 출발이었다
회복될 가망이 없는 몸의 병처럼, 회복될 가망이 없는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빼앗지 말라
스스로 죽을 권리를 인정한 시대
아이러니하지만, 세상은 그만큼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어 가고 있는 게 분명했다
P35 세상에는 더 이상 삶의 연장을 바라지 않는 사람도,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의 삶을 연장해가는 사람도 많았다
P137 "나의 경우는 온전히 내가 원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거야 누군가는 하나의 인간이 닳아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지 힘들어도 인정하려고 노력하거나. 하지만 누군가는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스스로 흐트러지는 모습을 조금도 견딜 수 없는 거야 그런 사람에게 주어진 목숨까지 다 살라고 하는 건 너무 잔혹한 일이지 나, 한예경은 더 이상 삶을 연장하고 싶지 않아"
P167 가족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 가족이니까 이런 선택, 인정할 수 없는 거야 화도 내보고, 잡아도 보고,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은 거야
왜냐하면, 가족이니까
가족이란, 그런 거니까
P200 지금까지는 삶과 싸웠지 싸워서 졌고
이제부터는 죽음과 싸워보려고
이번에도 질 게 분명한 싸움이지만, 그래도 한번 붙어보려고
P222 사람 때문에 마음에 치명상을 입고 이곳에 들어왔어도 여전히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P244 사는 것도 무서웠지만, 죽는 것도 무서웠다 내겐 고통 없이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P303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그 '어떤 사람'이 바로 '나'라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어리석게도 잠시 잊고 있었다
기대도 희망도 다 웃기는 거였다 그건 언제나 틀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P329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죽음은 꽤 소중하지 필요한 거고.
그렇다고 해서 삶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삶이 더 간절한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래서 더 아픈 건지도 몰라 삶이, 진짜 살아 있는 삶이 너무나 간절해서
존엄사, 보통은 뇌사나 식물인간 등 몸이 아프거나 병들고 늙음으로 고통받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우울증, 마음의 병으로 죽음을 선택하고 '센터'에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사는 게 무섭지만 죽는 것도 두려운 그들, 어쩌면 죽고 싶은 만큼 살고 싶은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