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2 : 14 (리커버 에디션) 미생 (리커버 에디션) 14
윤태호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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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P147 어떻게 질 것인가
수많은 승부를 하다 보면 돌을 던지고 싶은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이미 승패에 대해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순간
어떻게 질 것인가

분명 돌을 던져야 할 때 던지지 못하는 것도 기사로서 수치이고,
좀 더 모색하지 않고 쉬이 돌을 던지는 것도 수치이고
승부가 끝났는데도 상대의 실수를 집요하게 유도하는 것도 수치이고
최후의 순간까지 역전의 기회를 노리지 않는 것도 수치이다

어떻게 져야
다음 대국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져야
앞으로의 생을 계속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P232 사람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일이라면...
하면 안 되잖아요...
그렇잖아요...
일에 목숨 걸면 안 되잖아요?

P249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데 너무 힘들게 일하진 말아요

힘들게 일하면
일로 보상을 받고 싶고
일로 성취하고 싶고
일로 만족하고 싶어져요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어 많은 직장인이 웃고 울며 공감하고 응원했던 미생
결국 정규직이 되진 못한 고졸 계약직 사원 장그래를 영입한 오상식 부장과 온길 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중소 기업의 현실과 프리궐이 수록되었다
오상식 부장의 빨간 눈의 비밀과 검은 넥타이의 사연이 공개된다
미생 시즌2, 리커버 에디션은 실재의 공간에 가상의 인물을 그려 넣었다
미생의 대사와 감동과 여운은 여전하다 쌀쌀해져 추운 밤 이불 속에서 정주행하면 좋을 듯 하다

나에게 《미생未生》이란
'아름다운 삶<美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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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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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를 끝내는 데 60억이면 충분했다

P9 2012년 한여름 날이었다 할머니가 돌아왔다 광복을 코앞에 두고 염병에 걸려 죽었다던 할머니가, 사진은 물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그분 얘기를 꺼내지 않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처럼 그렇게 묻혀 있던 정끝순 여사가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우리 집 앞에 나타나 벨을 눌렀다

P50 동생은 몰랐다 그 자존심이란 게 참 귀찮은 것인데 아무리 나락으로 떨어져도 절대 없어지거나 약해지지 않는다는 것. 동생은 또 몰랐다 물론 둘다 죽이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증오는 묽어지고 그래도 남는 것은 옛정이라는 것

P132 순간이란 참으로 강렬한 것이었다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놓쳐버리게 되는 어느 한순간. 그러나 그 순간을 놓치면 어떤 경우엔 전체의 의미를 다 오해하게 될 수도 있다 하긴 바로 그 때문에 세상엔 끝없는 오해와 불통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다툼과 증오가 태어나는 것이겠지만

P191 35년의 세월을 돌이켜보면 양심이나 진실, 정의 같은 단어는 참으로 허망한 가치일 뿐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욕은 '너는 너무 착해서' 또는 '너는 너무 여려서'였다 사람들은 착하고 여린 인간에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오직 힘, 곧 돈뿐이었고 남녀 관계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의 행복을 위해 말없이 떠나보내'는 일은 자본의 세계에선 참담한 폐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할머니가 60억 자산가가 되어 67년 만에 돌아왔다
너무 유쾌하게 웃다가 미스터리한 할머니의 과거와 60억의 진실이 너무나 궁금해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 너무 아프고 그럼에도 너무나 따뜻하고 뭉클했다 그야말로 코믹 미스터리 가족 드라마다 끝까지 지키고 응원하고 싶은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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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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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탐사 저널리스트, 어두운 곳이나 억울한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추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스포츠에 '로스트 타임lost time'이 있다 로스 타임이라고도 한다 정상적인 플레이 외에 어떤 이유 때문에 지체된 시간이다 이런 시간은 사법과 정치, 경제에도 출몰한다 무지와 무관심, 기만과 폭력으로 누군가의 시간은 사라진다 그때마다 그 누군가는 가슴을 친다, 그 목소리는 사라진다 이런 면에서 로스트 타임은 지체된 시간이자 잊힌 시간이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반드시 돌려주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탐사 저널리스트는 사라진 누군가의 시간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직업이기도 하다

이 책은 30년간 탐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마주한 사건의 기록이자 치열한 반성이다

내세울 만한 취재 성과는 적고 로스트 타임을 대면한 기록이 훨씬 많다 항상 한발 늦고, 뒤늦게 분노한다

이런 면에서 로스트 타임은 상실의 시간이자 회복의 시간이다

P80 사전에 나오는 화火의 의미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질이다 물질이 산소와 화합하여 높은 온도로 빛과 열을 내리면서 타는 '불'의 뜻도 있다 탐사 저널리스트로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화'는 탐사 보도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정보 과잉 시대, 언론에 노출되는 정보도 너무나 많고 뉴스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진실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 이런 사건이있구나정도만 알고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미제사건이나 수많은 의혹들의 당사자들은 지금은 말하지 못하더라도 죽기 전에는 진실을 밝혀줬으면, 그래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진실을 알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음에 부끄러웠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누군가가 대신 해줬으면 했다 이 책도 누구나 다 알만한 우리나라의 큰 사건들을 깊이 있게 다뤘다 알고는 있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사건들이었다
나는 살고 있지만 세상에 대해 너무나 몰랐다
우리가 사는 사회, 더 알고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악행 그 자체가 아니라, 악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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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연결》 초판 한정 박스 특별판 - 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이종관 외 지음, 백상경제연구원 엮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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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

P24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내는 인공지능이 현재처럼 어마어마한 자본을 빨아들이며 범용화할 때 인간이 처하게 될 미래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이 대결에서 우리가 목격한 인간의 미래는 알파고도 이세돌도 아니다 우리가 목격한 건 알파고의 지시에 따라 바독돌을 놓던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다 아자 황은 이번 대결에서 인간으로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오로지 알파고의 아바타로만 존재했다
한때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영화 <아바타>에서 보듯, 미래에는 우리 아바타를 만들어서 사이버 세계나 실재 세계에 내세우고 나를 대신해 운용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미래는 정반대의 모습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자 황의 존재가 보여주었다 여기서 분명한 건 지금처럼 인공지능을 기술 중심으로만 다뤄 지능적 성능을 급속히 증강하는 데만 집착한다면, 인간은 미래에 아무 의미 없누 존재자로 전락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늘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일은 인간만이 하는 것이며, 인공지능은 오로지 작동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성취하기 위해 일하기 때문에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 대신 일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일과 인간을 좀 더 지능적이고 바람직하게 중재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인공지능에 주어진 일종의 윤리적 사명이다

처음 읽는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 왜 꾸준히 사랑받는지 알겠다
인문학을 읽어야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막연하고 어렵다는 두려움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보다 크고 두꺼운 분량에 놀랐지만 출, 퇴근길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에서 읽기 쉽게 짧은 챕터로 구성 철학, 미술, 영화, 문학, 고전, 경제, 역사, 사회 등 다방면의 지식을 쉽고 깊이있게 전한다
알고 있던 내용도 다른 시각으로 설명해주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책을 덮을 때는 깊은 성취감과 세계가 더욱 넓어진다

당신의 내일을 바꿀 퇴근길 30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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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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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안 맞는 일은 정중히 거절한다

P50 항상 현금을 쓰면 소유하는 물건이 늘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또 현금을 못 쓰게 하면 돈의 움직임이 전부 기록에 남으니 음지에서 거래되는 의문의 돈의 움직임이 전부 기록에 남으니 음지에서 거래되는 의문의 돈이 양지에 드러나게 된다 탈세도 못한다 그건 좋은 일이지만, 세상이 전부 깨끗해지면 거기서도 또 폐해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개인이 산 물건 내역을 제3자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좋은 것, 나쁜 것, 비밀스러운 것이 뒤섞여서 세상은 돌아간다 모든 것이 투명해지면 개인이 아닌 나라만 덕을 본다

P151 내가 바라는 건 혼자서도 먹고살아갈 수 있는 일이었다 남편이나 자식이 있는 가정이 아니었다 그런 삶은 원하지 않았다 내가 젊을 때는 대단히 배려해주는 회사가 아닌 한, 일을 한번 그만두면 복직이 불가능했다 사회에서도 아이를 데리고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불도저 스타일' 여성이라면 앞에 장벽이 있어도 팍팍 부수면서 나아가겠지만, 나처럼 '자전거 스타일'인 사람은 도로에 있는 큰 돌, 작은 돌을 다 피하고, 큰 벽이 있으면 지나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서는 결혼도 자식도 피해야 했다
이것이 내게는 베스트였다

P156 자기 인생은 자기밖에 선택할 수 없으니 남이 뭐라 하건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 좋다 예스보다 '노'라고 말하기가 어렵지만,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 삶의 방식이 있는 게 당연하다 자신감을 갖고 세상의 기준에 '노'라고 할 수 있는 인생도 좋다고 생각한다

눈치 볼 것 없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지 않는 법'에 대한 에세이

인터넷쇼핑, sns, 카페인, 하이힐, 결혼 등등 무레 요코가 60대에 터득한 안 맞는 것들에 관한 에피소드들이다
나도 할까, 말까 망설이다 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리고 나이 먹으니 하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지금까지 눈치보며 살았는데 이제는 나하고 싶은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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