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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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를 끝내는 데 60억이면 충분했다

P9 2012년 한여름 날이었다 할머니가 돌아왔다 광복을 코앞에 두고 염병에 걸려 죽었다던 할머니가, 사진은 물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그분 얘기를 꺼내지 않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처럼 그렇게 묻혀 있던 정끝순 여사가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우리 집 앞에 나타나 벨을 눌렀다

P50 동생은 몰랐다 그 자존심이란 게 참 귀찮은 것인데 아무리 나락으로 떨어져도 절대 없어지거나 약해지지 않는다는 것. 동생은 또 몰랐다 물론 둘다 죽이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증오는 묽어지고 그래도 남는 것은 옛정이라는 것

P132 순간이란 참으로 강렬한 것이었다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놓쳐버리게 되는 어느 한순간. 그러나 그 순간을 놓치면 어떤 경우엔 전체의 의미를 다 오해하게 될 수도 있다 하긴 바로 그 때문에 세상엔 끝없는 오해와 불통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다툼과 증오가 태어나는 것이겠지만

P191 35년의 세월을 돌이켜보면 양심이나 진실, 정의 같은 단어는 참으로 허망한 가치일 뿐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욕은 '너는 너무 착해서' 또는 '너는 너무 여려서'였다 사람들은 착하고 여린 인간에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오직 힘, 곧 돈뿐이었고 남녀 관계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의 행복을 위해 말없이 떠나보내'는 일은 자본의 세계에선 참담한 폐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할머니가 60억 자산가가 되어 67년 만에 돌아왔다
너무 유쾌하게 웃다가 미스터리한 할머니의 과거와 60억의 진실이 너무나 궁금해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 너무 아프고 그럼에도 너무나 따뜻하고 뭉클했다 그야말로 코믹 미스터리 가족 드라마다 끝까지 지키고 응원하고 싶은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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