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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조셉 M. 마셜 지음, 김훈 옮김 / 문학의숲 / 2009년 8월
평점 :
라코타 인디언의 지혜의 근원이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현대화, 근대화, 개화, 개방 또는 이와 비슷한 각종 이름의 기치아래 문명화시킨다는 허울로 자연을 파괴하고, 순수함을 파괴하고, 정신세계까지도 황폐화시키는 현상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구 온난화가 어떻다는 둥, 지구의 온도가 언제까지 몇도가 더 올라가면, 빙하가 녹을 것이고 만년설이 녹을 것이고 지구에 자연재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경고하는 사람들 따로 있고 무시하며 훼손을 가속화시키는 사람들은 제각각 따로 있음을 보면서 아이러니함마저 느끼게 한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토착민들을 보호구역으로 몰고 주인이 되고, 세계를 지배하는 물질문명의 정점에 서 있고, 서구화, 세계화, 지구촌 등의 이름으로 영미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는 사람들을 보면, 한때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지녔던 모습이 이제는 미국사대주의로 옮겨져 있는 게 아닌 듯 싶기까지 하다.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이 말에 깊은 지혜가 담겨 있다. 저자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란다.
두명의 백인 아이에게서 온갖 모욕을 받고, 말다툼에 완패하여 충격을 받아 쓰라린 가슴으로 낮의 일을 할아버지께 말씀 드렸더니 물으셨다.
“말이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지. 하지만 네가 그렇게 되도록 허용할 때만 그래. 걔네들이 너를 공격하기 위해 고약한 별명들을 총동원했단 말이야. 그런데 네가 그런 별명들이 뜻하는 것들로 변했니?”
“아뇨”
“그런 말들이 날아올 때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는데 너는 걔네들이 한 말들을 잊을 수가 없는 모양이구나. 만일 네가 그 바람이 너를 그냥 스치고 지나가게 하는 법을 익히기만 한다면 너를 쓰러뜨릴 수도 있는 그 말들의 힘을 없애버릴 수 있어. 바람 같은 그 말들이 너를 화나게 하고 자존심을 건드리게 하는 일 없이 그냥 지나가게 하면 그것들이 네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할 거야·
바로 이 말이 저자의 삶에 많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이 책의 제목으로 지혜에 대한 라코타 인디언의 12가지 선물에 관한 책 제목으로 기가 막히게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너는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라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류시화”에서의 만트라 한 구절이 떠올랐다
지혜란 문명속에서 찾기보다는 오히려 순수하고, 비물질적인 세상에서 추구하는게 더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화된 세상에서는 실용적인 기교를 찾는다면 아마 훌륭한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책의 저자 조셉마셜3세는 라코타 수우 족이며 라코타인의 지혜를 세상에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책도 그 일중 하나인 듯 싶다. 인디언들은 자연 친화적임을 엿볼 수 있는 첫 번째가 어쩌면 이름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름이 참 색다르다. 사슴여자, 하얀창, 세뿔, 성난말, 새벽여자, 붉은숄, 맨발, 붉은송아지, 수까마귀, 붉은버드나무, 하얀창, 좋은약….등 정겹기까지 하다.
이 책에는 겸허함, 인내, 존경, 명예, 사랑, 희생, 진실, 연민, 용감함, 꿋꿋함, 너그러움, 지혜까지 12가지의 선물에 대해서 말한다.
한 사회공동체의 가치 또는 지혜를 한권의 책으로 다 엮으라고 한다면, 사실 주저할 수 밖에 없겠지만, 많은 선조들의 유산과 선물 중에서 소중한 열 두개의 가치를 뽑아 글로 옮긴 것이 아닌가 싶다.
겸허에 관해서, 전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자랑하게 허용하는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일이 있는데, 이 때 관례상 꼭 따라야 하는게 바로 전사들이 전공을 밝힐 때는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증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 증언이 진실임을 보증해 줬다는 것이다(p.27). 자신을 뽐내지 않고, 지도자의 자질들을 가진이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런 지도자에게 다가갔다는 것.(p.32). 이 것과 현재 세상에서의 출사표를 던지는 정치인 또는 리더임을 자청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떠한가 곰곰히 생각해보게 한다.
인내심에 이르는 첫 단계로서 힘든 시기를 이겨낸 사람들은 위로와 격려의 힘을 얻었던 곳이 바로 내면(p.69)이라고 말한다.
특히 존경심에 대한 편에서는 적국인 크로우 전사가 라코타에 몰래 잠입해 전투용 말을 훔쳐 나가다 너무 많은 양의 땔감을 비척거리며 옮기는 할머니를 발견하자 즉각 달려가 돕는 존경심을 발견하고,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보초병들이 크로우 전사를 죽이지 않고, 무장해제한 후 호위해서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호위해 가서 풀어줬다는 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전했다.
그리고 명예에 관한 편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구절을 발견하였다.
바로 자신이 하나의 어떤 미덕을 가진 사람으로 세상에 알려진다고 한다면 어떤 미덕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지체 않고 명예라고 대답하며 “내가 명예로운 사람으로 알려진다고 할 떠 그것은 내가 다른 많은 미덕도 함께 갖추고 있다는 걸 입증했다는 뜻이거든요(p123)”
이 말은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 들고 있다.
이 밖에도 물질문명에 밀려나야만 했던 비문명의 순수 토착민들의 자연과 어우러진 삶의 지혜들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뛰어난 스토리텔러답게 전하는 이야깃거리가 재미까지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