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
노나카 토모소 지음, 권남희 옮김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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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침입자

이웃에게 보낸 카드

지붕과 꽈리

비, 하늘의 해파리

무거운 물방울

기와의 정기와 실 전화기

단밤, 달콤한 물에서 목욕

여름방학 걷기 계획

우울한 비행소년

발견

하늘의 표시

작가후기

작가 후기의 후기

차례

 

마음이 힘들어서 아침을 맞이하는 게 괴로운 밤. 별 할머니가 한 온갖 거짓말이 생각난다. 설레던 마음이 조금, 아주 조금 되살아난다.

진실도 거짓도 다 빨아들일 것 같은 먼 곳의 별들이 가슴에 스르륵 내려앉는다.

봄밤의 침입자_P.8

 

마음이 힘들어서 아침에 눈뜨기가 싫었던 날들, 제 인생에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중학생인 츠바메에게 그런 시간이 찾아오는 건 너무 이르지 않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은 나이가 적든 많든 상관 없지요. 커다란 파도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것처럼요.

 

어릴 때부터 밤하늘 보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 츠바메는 '반할 정도로 선명한 감색을 띤 어젯밤 하늘 탓'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맙니다. 한밤에 적어 내린 편지의 주인은 다섯살 연상으로 츠바메의 소꿉친구인 도오루입니다.

 

밤에 쓴 편지가 이틀 뒤면 옆집의 우편함에 도착하리라는 초조함에 몹시 까칠해진 츠바메는 방과 후 서예 학원에서도 스스로에게 몹시 분노합니다. 그리고 서예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 아지트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지요. 나만의 아지트인 줄 알았는데 이미 옥상은 심상찮은 인물이 차지하고 있었어요.

 

걸걸하지만 묘하게 생기 넘치는 높은 목소리를 가진 몸집이 작은 이상한 차림새의 할머니를 만납니다. 츠바메의 미소를 한눈에 '가식적인 미소'라고 신랄하게 평가하는 할머니는 특이한 옷차림에 킥보드를 가지고 있었지요. 츠바메에게 킥보드 타는 법을 물어본 할머니는 이내 킥보드에 올라타 환하게 웃습니다. 순간, 할머니가 밤하늘에서 킥보드를 타는 것처럼 느껴진 츠바메는 호시노 토요라는 이름의 할머니를 별 할머니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그렇게 둘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별 할머니는 츠바메 대신 도오루에게 보내는 편지를 회수해 오겠다고 약속하고, 대신 음식을 요구합니다. '이 사람, 노숙자?' 하며 어안이 벙벙해진 츠바메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할머니의 약속을 믿지요. 그렇게 서예 학원이 끝나면 츠바메와 별 할머니의 이상하고도 신기한 만남이 이어집니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일상이지만 사실 츠바메는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엄마가 궁금합니다. 서예가로 유명한 엄마의 전시를 먼발치에서나마 보러 갈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 관심도 없던 서예를 배우기 시작하지요. 그렇게 시작한 서예가 나중에 츠바메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읽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겠지요. 아빠와 재혼한 새어머니는 누구보다 츠바메를 위해줍니다만, 그 가정의 평화를 위해 서로 애쓰고 있음을 츠바메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화목한 가족 그림이 수놓인 태피스트리'를 정성껏 짜고 있다고 여기면서요.

 

그런 츠바메에게 도오루는 자라면서 소꿉친구에서 짝사랑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스스럼없이 목욕도 같이 하던 사이에서 이제는 먼발치에서 서로 인사나 겨우 할 법한 사이가 됩니다만, 이는 츠바메가 거리를 둔 탓입니다. 도오루는 늘 변함없이 츠바메를 다정히 대해 주지요. 비록 '단순한 이웃집 아이의 위치'가 되었더라도요.

 

그 도오루에게는 문제적 누나 이즈미가 있습니다. 질 나쁜 남자에게 빠져서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가지요. 누나의 비행은 도오루에게도 인생을 바꿀만한 시련으로 찾아옵니다. 츠바메는 별 할머니에게 떠밀려 도오루에게 문병을 가지요. 휠체어에 앉은 도오루를 만나고 나온 츠바메는 별할머니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맙니다.

 

츠바메가 가진 마음의 응어리를 마른 손가락으로 토닥이며 위로해 준 별 할머니.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고, 지붕 위를 걸어다닌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별 할머니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츠바메는 별 할머니와의 시간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별 할머니와 함께 수족관에 갔던 날, 츠바메는 할머니의 손자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저 보기만 하는 것과 직접 손을 내미는 건 겁나게 차이 나는 거'라며 할머니는 자신의 손자를 '용감한 사내'가 될거라고 자랑스러워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찾는 손자, 마코토를 함께 찾아주기로 결심하지요.

 

"마코토도 하늘을 날 수 있어요?"

별 할머니는 시선을 돌려 나를 보면서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멍하니 말했다. 나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 아이와 둘이 손잡고 여기저기 날아다닌다면. 지치면 지붕에서 쉬며 별을 보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

비, 하늘의 해파리_P.87

 

하지만 별 할머니는 마코토를 찾는 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츠바메가 그런 할머니의 등을 떠밀지요. 도오루에게 병문안을 가라고 별할머니가 함께 가 준 것처럼요.

 

"가장 소중해서 다가갈 수 없는 게 있는 거야. 다가가서 잃느니 평생 이렇게 지켜보고 싶은 거지."

별 할머니의 말은 아프리만치 쏙쏙 이해됐다. 내가 도오루에게 품어온 마음 그대로이니까. 하지만 나는 철책을 부숴버렸다. 언젠가 무진장 상처 입을 때가 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별 할머니는 가족이잖아요. 잃어버릴 게 뭐 있어요. 게다가 처음에 만났을 때, 별 할머니가 그랬잖아요. 시간을 더 기분 좋게 사용하라고.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손자와의 추억에 잠겨 있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니, 별 할머니답지 않아요. 마코토와 같이 타는 킥보드는 훨씬 신날 거예요."

"너한테 응원받다니. 나도 한물갔네."

여름방학 걷기 계획_P.166

 

그렇게 여름방학 내내 츠바메는 할머니의 손자, 마코토를 찾아 걷고 또 걷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친구들이 바다라도 다녀온 거냐고 물어볼만큼 살이 탔지요. 그런데 할머니의 손자는 의외로 먼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별 할머니가 남긴 '표시'를 발견한 츠바메는 '별과 별을 잇는 것 같은 오열' 끝에 '띄엄띄엄 간신히' 이렇게 말합니다.

 

고마워요, 나는, 즐거웠어요, 하고.

하늘의 표시 P.248

 

츠바메의 가장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 준 별 할머니. 둘이 함께 나눈 우정은 츠바메의 마음 속에 언제까지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테지요. 언젠가 별 할머니가 돌아올 때 츠바메가 만든 간판은 쏟아지는 햇살과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날 거예요. 어쩐지 눈앞에 츠바메의 아름다운 간판이 보이는 것 같아요. 사랑스럽고 따스하게 반짝이는 WELCOME BACK 이라는 글씨가요.

 

#사계절 #우주에서가장밝은지붕 #노나카토모소 #서평단 #책속의글귀 #캘리그라피 #온담캘리 #온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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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
일자 샌드 지음, 곽재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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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경이 사이를 오가는 삶에서, 슬픔을 제대로 맞이한 뒤에야 비로소 새로운 행복이 찾아온다면 슬픔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새롭게 나아갈 수 있기를... 

더 이상 나를 속이지 않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심리 수업, 《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를 받았습니다.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나도 몰랐던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벽을 쌓는 이유, 상실의 슬픔을 딛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법, 내 안의 어린아이를 해방시키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 켜켜이 쌓인 감정과 직면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되는 법에 이르기까지 자기보호라는 굳건한 성벽을 허물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나만은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어린 시절에 생긴 크고 작은 결핍으로부터 자신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도, 머리로는 알지만 좀처럼 실천이 되지 않았던 많은 일들. 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는 각각의 사례들을 제시하여 여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스스로를 대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줍니다.

내 안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미숙한 자기보호에서 성숙한 자기보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내면의 감정과 직면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꾸미지 않은 맨얼굴로 상대를 마주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되고 나면 행복에 이르는 길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와 있을 거예요.

책에서 일러준대로 나를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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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보호는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힘을 잃는다. 그 뒤로는 때로 고통이나 강렬한 기쁨을 경험하며 마치 숲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엄습한다. 그러나 숲속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너무 먼 곳에서 오래 방황해왔기 때문이다.
P.165

나 자신이 되기를 택한다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욕망을 내려놓고, 삶의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긴다는 뜻이다.
P.218

울어야 할 때가 있고, 웃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인생이 충만한 것이다. 살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일과 마주쳐도 괜찮다.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과 가장 깊은 슬픔을 일으키는 사건 대부분에 우리는 아무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은 놓아주고,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비로소 삶의 난관을 극복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다.
P.226


#서평단 #인플루엔셜 #나는왜나에게솔직하지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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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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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설에 마진이 얼마나 남는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제목도 그렇고 띠지에 적힌 글도 그렇고, 책을 펼치면 분명 소설에 얼마만큼의 마진이 남는지 알려줄 법도 한데 말이다. 한 마디로 낚인 걸까? 오한기 작가의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의 꼭지를 그대로 타이틀로 가져온 데는 이러한 궁금증에 혹한 독자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을테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제목이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쯤이야 기분 좋은 낚임이라며 충분히 용인할 수 있을 만큼.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는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라는 특집에 걸맞게 현역 작가 23인의 소설에 대한 생각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각각의 꼭지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아래 프로필이 실려 있다. '소설가'라는 범인의 눈으로 보기에 매우 특별한 직업을 가진 그들 또한 우리 주변의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낼 테다. 작가라는 직업 이전에 생활인으로서의 면모가 곳곳에 드러나 있어서 각각의 꼭지마다 읽는 즐거움이 있다. 물론, 짧은 글 안에 소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담겨 있다. 23인의 소설에 대한 생각, 그 단상들을 엿보고 싶다면 단연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첫 꼭지인 「디즈니랜드에서 글쓰기」에서 '결국 작가와 독자를 잇는 가장 강력한 끈은 현실 도피적 환상이 아닐까' 라는 김사과 작가의 글에 십분 공감한다. '소설 쓰는 사람'은 아닐지언정, 다년간 '읽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비춰보자면 책 한 권을 통해 일상을 벗어나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소설의 큰 매력 중의 하나일테니. 

 

그러니까 나에게 글쓰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여행과 같은 뜻일 경우가 많다. 여행을 떠날 때 사람들은 언제나 약간은 허무맹랑한 기대에 젖어든다. 짧고도 강렬한,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일이 벌어지기를. 근사하고 달콤하지만 아무 해가 없는. 그래서 더욱 치명적인 이벤트가 벌어지기를. 왜냐하면 돌아갈 거니까. (중략) 하여 나는 오늘도 노트북을 열고 여행자를 가장하여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상상 속 디즈니랜드에 앉아 세상 심각한 얼굴로 커피를 홀짝이며 무미건조한 글자들을 이어 붙여 아주 잠깐 달콤한 꿈을 꿀 사람들의 꿈을 상상해본다.

디즈니랜드에서 글쓰기_김사과_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_P.17

  

오늘도 어디선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여행을 떠날 작가의 옆자리에 앉아 슬그머니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아주 잠깐의 달콤한 꿈이 너무나 그리운 요즘이기에 더더욱. 

 

소설이란 결국 골방에서 혼자 쓰는 일. 세상에서 나 혼자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견뎌가며 언어를 쌓아 올리는 일인데, 누군가 나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외롭고 고독한 소설 쓰기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가, 내가 하는 소설 쓰기가 영 소용없는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동료가 선배가 후배가 아직 지치지 않고 여전히 쓰고 있다는 든든함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 반가움에 덥석 손을 먼저 내민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겠는 것이다. (중략) 그들에게 나는 늘 같은 문장을 답장으로 건네곤 하는데, '건강하게 오래 씁시다', '우리 같이 씁시다'라는 문장. 짧지만 진심을 담은 말. 진심은 진심으로 통한다고 믿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 시간_김이설_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_P.35~36

 

김이설 작가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 시간」의 맨 처음에는 하루의 일과표가 적혀 있다. 제목 그대로 작가가 글쓰기에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 중 단 여섯 시간이다. '소설가가 되기까지 십 년이 걸렸고, 다른 소설가들처럼 살기까지 십오 년이 걸렸으니, 세상 참 쉬운 일 없다.'는 작가의 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더불어 '소설가의 아내로 사는 것과 소설 쓰는 작가 엄마로 사는 일'에 무엇이 덜 힘들지를 묻는다면, 전자로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다. 소설가의 아내로 사는 고충 역시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겠지만, 무엇이 덜 힘들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한 가지 바람이 생긴다고나 할까. 일상에 지쳐 우렁각시가 필요하다며 넋두리 하는 1인이기에 '매일 국수를 삶고 나물을 무치는' 소설가의 아내가 내게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 일하는 엄마는 때때로 슈퍼 우먼이 되기를 강요받는 세상에서 내게도 우렁각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푸념은 이제 일상 다반사가 되었다. 때문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여섯 시간 동안 몰입할 수 있는 글쓰기의 시간을 작가가 아주 오랫동안 영유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응원하는 마음이다. 

 

다만 주먹 쥐고 달려가는 지금 나는 밥을 굶거나 밤을 새우지 않는다. 그럴 만한 체력이 되지 않는다. 나는 우동을 하며 소설을 쓴다. 주저앉고 싶을 때까지 달리거나 때론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거나 발레 학원에 가서 햄스트링이 찢어지는 고통을 직접 느끼면서. 운동은 소설을 쓰기 위해 오랫동안 미뤄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식사를 미루지 않듯 운동을 미루지 않아야만 한 줄이라도 더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예전보다 더 소설 쓰기를 사랑하고, 그보다 더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 나는 영감을 찾아 나서지 않고 다만 묵묵하게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에 좀 더 가까워졌다.

나는 더 이상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_박민정_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_P.46~47

'묵묵하게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졌다는 박민정 작가의 글을 읽으며 하루 여섯 시간, 실질적으로 세 시간씩 매일 방바닥에 앉아 밥상에서 소설을 썼다는 아사다 지로의 글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 고락을 함께 한 아내가 새 집으로 이사하기 전 다다미를 닦으며 훌쩍이기에 보니, 벽을 따라 다다미에 수많은 엉덩이 자국이 나란히 늘어섰다는 이야기. 매일 꾸준히 글을 써왔던 그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은 구절이어서 마음에 오래 남았던 기억이 난다. 더 이상 소설을 기다리는 대신, 일하는 사람에 가까워졌다는 것은 어쩌면 소설가로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기본 덕목을 갖춘 게 아닐까 싶어지는 구절이었다. 

 

따지고 보면 나는 3억 대신 소설을 택한 셈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을 썼을 때 이익은 얼마일까? 순수하게 나에게 남는 건 뭘까? 과연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_오한기P.90~91

 

드디어 등장한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의 마지막 단락이다. 첫 단락이 아니라 마지막 단락. 그래서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는지 독자 1인으로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하지만 3억 대신 소설을 택했기에 지금 내가 그의 글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아이의 등하원을 책임지고, 유치원 방학동안 매일 체험활동을 찾아나서는 강행군을 펼치는 틈틈히 암살자가 된 기분으로 글을 쓰려면 10분 이상 집중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3억 대신 스마트스토어에서 자기 자신을 판매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의 글이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결국 소설이 써지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소설을 쓰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뭘 써야 한다는 거지? 이것이 글쓰기의 난제이자 괴로움의 원천이다. (중략) 대신, 글쓰기의 괴로움을 온전히 대면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지 않고 무얼 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므로 소설을 쓰기 위해 소설이 써지지 않는 그 공백의 시간은 불가피하고 필연적이라는 것.

공백의 소설 쓰기_임현_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_P.99~100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동시에 무얼 쓰지 말아야 할지 역시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로 시작하는 임현 작가의 꼭지는 소설 쓰기의 어려움에 위트를 더한 글이었다. 소설이 잘 써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남들도 다 그렇다는 사실이 나름 위안이 되기도 하고, 앞으로 더 나아질 가망은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암담하기도 하다, 는 작가의 마음이 왠지 너무 잘 느껴져서 나 역시 내일부터 진행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헤아려 본다. 문장을 쓰고 고치는 일처럼 누군가의 문장을 다듬는 일 역시 적절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으면 머리를 싸매고 고심해야 하는 일이기에. 게다가 시간마저 촉박하다면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모쪼록 암담한 현실을 지혜롭게 해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소설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살아가다 어느 날 문득 소설을 쓰기 시작했듯, 어느 날 갑자기 어떤 글도 쓰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글과 완전히 멀어져 헤어질 수밖에 없을 때가. 조금씩 각오하고 있다. 만약 십 년 뒤에도 내가 글을 쓰고 있다면, 첫 문장을 고민하며 서너 계절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그 때에도 누군가 당신은 어째서 소설을 쓰나냐고 묻는다면,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마음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삶을 충분히 살아서 더는 그럴 필요 없는 사람이길.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겐 소설이 필요합니다, 라고 분명히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오늘도 나는 이렇게.

입구도 문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없는 시작_최진영_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_P.193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없으나 좋아하는 만큼 잘 쓰고 싶고,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은 나를 힘들게 한다'는 최진형 작가의 문장에 나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힘차게 외'치고 만다. 심지어 나는 소설가도 아닌데. 첫 문장 쓰기의 어려움. 입구도, 문도, 문지기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길도, 위아래 좌우도 없는 그 세계에 입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젠가는 꼭 내 글을 쓰리라 마음 먹으면서도 여전히 '고급 독자'를 가장한 '편식 독자'에 머무르고 있는 나라서 더더욱 이 꼭지가 마음에 와 닿았다. 많은 문학상을 거머쥔 작가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하물며. 그래서 '나는 오늘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읽고 오늘 쓸 수 있는 글을 씁니다. 나는 소설을 좋아하는 나를 좋아합니다'라는 작가의 고백에 마음이 찡해진다. '소설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소설을 쓰지는 못해도 읽고는 있으니 나 역시 소설의 언저리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우겨봐도 될는지. 

 

현역 작가 23인의 소설 생각이 담긴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선뜻 손 내밀어 펼쳐보고 싶은 그런 책이 아닐까. 소설가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아, 이래서 소설가구나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책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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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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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낭만적 은둔의 기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외 지음, 재커리 시거 엮음, 박산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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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에는 '예술가, 활동가, 종교인 등 여러 작가가 혼자라는 것의 의미, 고독을 추구하길 바라는 이유, 고독과 사교의 균형을 잡는 방법, 충만한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고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깊이 반추'한 글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선집에는 여러 역사적 인물들이 겪고 쓴 고독한 생활을 이해하는 방식과 고독이 베푸는 혜택을 권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시 , 에세이, 자서전적인 글과 단편소설 형식의 다양한 작품은 우리에게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과 심오한 내면의 삶을 즐길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그리고 고독한 현실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중략) 무엇보다, 이들은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 자신과 연결될 방법을 보여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주위를 둘러싼 타인들과 의미 있게 연결되는 법도 가르쳐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독은 항상 내면과 외면에 집중하는 동시에 자신과 타인을 향한다. 외로움의 치료제란 결국 고독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엮은이 서문 중에서_P.12~13

 

《월든》으로 익히 잘 알려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독>을 시작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장 자크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 새뮤얼 존슨의 <바람직하지 않은 고독>까지 전문 혹은 일부를 발췌한 글들을 읽다 보면, '고독'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상념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각장의 서두에는 작가의 프로필과 함께 짤막한 작품 해설이 실려 있어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호수의 잔잔한 물을 바라보며, 자연을 벗삼아 산책을 나서는 길은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군중 속에 있어도 외로울 때가 종종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혼자 있는 사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걸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가야할 곳이 어딘지, 내 안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를 점차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겠지요. 고독은 고독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히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어쩌면 신이 내린 자비로운 은총일지도 모르겠다.

에드거 앨런 포_<군중 속의 사람>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_ P.96

 

에드거 앨런 포의 <군중 속의 사람>은 군중 속에 머무는 허름한 노인을 따라다니며 노인을 탐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들키지 않도록 애쓴 것도 무색하게 이튿 날 정면으로 노인을 들여다 봤지만 자신을 미행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꼬박 이틀을 따라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행동이 가진 의미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읽히기를 거부한다는 것, 그 자비로운 은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포커페이스와는 거리가 먼 저로서는 군중 속에서 부대끼며 여러 나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노인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영혼이 머무는 곳이야말로 고독이 끝나지 않는 곳이라니.. 내 영혼은 어디에 머물고 있을지 스스로를 되짚어 봅니다. 고독의 공간 속에 침잠해 있다가 뭍으로 올라오는 순간은 마치 실제로 아래로 잠수했다가 이제 막 떠오른 잠수부처럼 벅찬 숨을 쉴 것 같아요. 오롯이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고독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비록 1평짜리 방이라 해도-.

세상이 자네에 대해 하는 말에 개의치 말고 자신에 대해 자네가 하는 말에 신경 쓰게. 자네의 영혼을 다스리면서, 거기에 일정한 선을 그을 줄 알고, 자네가 누리는 진정한 축복을 전적으로 이해해야 하네. 그런 축복을 더 많이 즐길수록, 그걸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명성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도, 더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사라질 걸세.

미셀 드 몽테뉴_<고독에 대하여> /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_P.114

 

나를 둘러싼 세상이 아무리 나에 대해 떠든다고 해도 나의 영혼을 다스리면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으려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가장 어려우면서도 꼭 필요한 일일 텐데 늘 내가 아닌 남의 목소리에 자꾸 팔랑귀가 되기도 해요. 나를 제일 걱정하고 아끼고 염려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일 테니,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평온하며 차분하고 한정된 세계가 루이자에겐 타고난 권리가 된 지 오래였다. 루이자는 마치 묵주에 달린 진주들처럼 알알이 길게 꿰어 있는 미래의 나날들을 바라봤다. 진주알 하나하나가 모두 매끄럽고 완벽하고 순수했으며, 그녀의 가슴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벅차올랐다. 창문 밖은 뜨거운 여름 오후의 열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중략) 루이자는 조용히 앉아 마치 수도원에서 해방된 수녀가 기도하는 것처럼 자신의 남아 있는 나날을 헤아려 보았다.

메리 E. 윌킨스 프리먼_ <뉴잉글랜드 수녀> /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_P.146

 

'수도원에서 해방된 수녀가 기도하는 것처럼 자신의 남아 있는 나날을 헤아려 보'는 루이자의 모습에 긴 여운이 남습니다. 살아온 시간 속에 자기만의 삶의 루틴이 생긴 다음에는 새로운 누군가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그게 비록 함께하기 위해 수년을 기다려온 사람일지라도 말예요. 

 

가련하고 의존적이며 불완적인 행복이 아니라 완벽하고 마음에 꽉 차서 그 어떤 바람이나 공허함이 남지 않은 그런 상태가 진정한 행복이다.

장 자크 루소_《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_P.169

 

그 어떤 바람이나 공허함이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여전히 제게는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든 게 나로부터 빚어진다는 거지요. 온갖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인생이지만, 내 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오롯이 혼자임을 느낄 때 찾아오는 충만한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외롭지 않은 고독을 느껴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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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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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80주년 기념 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유지훈 옮김 / 투나미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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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말한 밀밭 색깔이 이런 느낌이군요.

유지훈 님이 옮기고 그리고 펴낸 어린왕자 버전입니다.

표지의 색감도 너무 아름답고 촉감도 남달라서 손에 착 감기는 어린왕자예요. 잡고 있으면 놓고 싶지 않아지는 그런 책이랄까요.

어린왕자를 필사한 적도 있고,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새로운 일러스트로 만나볼 수 있어서 기대가 되었어요. 번역도 하시고 삽화들도 직접 그리셨다니 놀라웠어요.

책에 실린 삽화도 일부 가져와봤습니다. 챕터마다 등장하는 검은색 배경의 어린왕자는 스티커로 만들어 가지고 싶어요. 물론 가능하다면 표지 이미지도 상당히 욕심이 납니다~ㅎㅎㅎ

이야기는 예의 그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에서 출발합니다.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는 말로 난데없이 등장하는 어린왕자도 변함이 없지요. 어린왕자에게 그려준 양 또한 볼품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이번에도 양이 들어있는 상자 그림을 들여다보며 기뻐합니다.

저도 그 상자 안에 잠들어 있는 양을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죠.

어린왕자가 지구별로 도착하기까지 만난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 저도 어린왕자처럼 가로등을 끄고 켜는 아저씨가 가장 정감이 갔어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들 짠한 마음이 드는 건 저 또한 나이를 먹어서일까요.

어른들은 정말 참 이상해, 라는 어린왕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쩐지 씁쓸해지는 건 같은 이유에서겠지요.

저도 어느샌가 어린왕자가 화를 내며 얘기하던 뒤죽박죽 어른이 되어버린 모양입니다.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여우의 말은 언제나 긴 여운을 남겨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다는 말도요.

어린왕자는 과연 자신이 살던 별로 다시 돌아갔을까요?
노란뱀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어요. 어린왕자가 다시 자기 별로 돌아가게 되었느냐고요. 아직도 여전히 편지를 기다리고 있을 비행사에게 어린왕자의 안부를 전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예요.

언젠가 어디에선가 금발, 아니 밀밭 색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꼬마가 나타나 양을 그려달라고 한다면, 필시 어린왕자일테니 꿈에서라도 만날 날을 고대해 보렵니다.

5억개의 작은 방울처럼 듣기 좋은 웃음소리를 가진 어린왕자가 저 하늘 어딘가에서 지구별을 바라보고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으로요.

웃을 줄 아는 별 하나가 제 마음에도 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유지훈 #투나미스 #동심을일깨우는 #일러스트 #표지가예뻐 #스티커만들면참좋겠다 #서평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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