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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
노나카 토모소 지음, 권남희 옮김 / 사계절 / 2023년 2월
평점 :
봄밤의 침입자
이웃에게 보낸 카드
지붕과 꽈리
비, 하늘의 해파리
무거운 물방울
기와의 정기와 실 전화기
단밤, 달콤한 물에서 목욕
여름방학 걷기 계획
우울한 비행소년
발견
하늘의 표시
작가후기
작가 후기의 후기
차례
마음이 힘들어서 아침을 맞이하는 게 괴로운 밤. 별 할머니가 한 온갖 거짓말이 생각난다. 설레던 마음이 조금, 아주 조금 되살아난다.
진실도 거짓도 다 빨아들일 것 같은 먼 곳의 별들이 가슴에 스르륵 내려앉는다.
봄밤의 침입자_P.8
마음이 힘들어서 아침에 눈뜨기가 싫었던 날들, 제 인생에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중학생인 츠바메에게 그런 시간이 찾아오는 건 너무 이르지 않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은 나이가 적든 많든 상관 없지요. 커다란 파도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것처럼요.
어릴 때부터 밤하늘 보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 츠바메는 '반할 정도로 선명한 감색을 띤 어젯밤 하늘 탓'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맙니다. 한밤에 적어 내린 편지의 주인은 다섯살 연상으로 츠바메의 소꿉친구인 도오루입니다.
밤에 쓴 편지가 이틀 뒤면 옆집의 우편함에 도착하리라는 초조함에 몹시 까칠해진 츠바메는 방과 후 서예 학원에서도 스스로에게 몹시 분노합니다. 그리고 서예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 아지트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지요. 나만의 아지트인 줄 알았는데 이미 옥상은 심상찮은 인물이 차지하고 있었어요.
걸걸하지만 묘하게 생기 넘치는 높은 목소리를 가진 몸집이 작은 이상한 차림새의 할머니를 만납니다. 츠바메의 미소를 한눈에 '가식적인 미소'라고 신랄하게 평가하는 할머니는 특이한 옷차림에 킥보드를 가지고 있었지요. 츠바메에게 킥보드 타는 법을 물어본 할머니는 이내 킥보드에 올라타 환하게 웃습니다. 순간, 할머니가 밤하늘에서 킥보드를 타는 것처럼 느껴진 츠바메는 호시노 토요라는 이름의 할머니를 별 할머니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그렇게 둘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별 할머니는 츠바메 대신 도오루에게 보내는 편지를 회수해 오겠다고 약속하고, 대신 음식을 요구합니다. '이 사람, 노숙자?' 하며 어안이 벙벙해진 츠바메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할머니의 약속을 믿지요. 그렇게 서예 학원이 끝나면 츠바메와 별 할머니의 이상하고도 신기한 만남이 이어집니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일상이지만 사실 츠바메는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엄마가 궁금합니다. 서예가로 유명한 엄마의 전시를 먼발치에서나마 보러 갈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 관심도 없던 서예를 배우기 시작하지요. 그렇게 시작한 서예가 나중에 츠바메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읽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겠지요. 아빠와 재혼한 새어머니는 누구보다 츠바메를 위해줍니다만, 그 가정의 평화를 위해 서로 애쓰고 있음을 츠바메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화목한 가족 그림이 수놓인 태피스트리'를 정성껏 짜고 있다고 여기면서요.
그런 츠바메에게 도오루는 자라면서 소꿉친구에서 짝사랑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스스럼없이 목욕도 같이 하던 사이에서 이제는 먼발치에서 서로 인사나 겨우 할 법한 사이가 됩니다만, 이는 츠바메가 거리를 둔 탓입니다. 도오루는 늘 변함없이 츠바메를 다정히 대해 주지요. 비록 '단순한 이웃집 아이의 위치'가 되었더라도요.
그 도오루에게는 문제적 누나 이즈미가 있습니다. 질 나쁜 남자에게 빠져서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가지요. 누나의 비행은 도오루에게도 인생을 바꿀만한 시련으로 찾아옵니다. 츠바메는 별 할머니에게 떠밀려 도오루에게 문병을 가지요. 휠체어에 앉은 도오루를 만나고 나온 츠바메는 별할머니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맙니다.
츠바메가 가진 마음의 응어리를 마른 손가락으로 토닥이며 위로해 준 별 할머니.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고, 지붕 위를 걸어다닌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별 할머니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츠바메는 별 할머니와의 시간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별 할머니와 함께 수족관에 갔던 날, 츠바메는 할머니의 손자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저 보기만 하는 것과 직접 손을 내미는 건 겁나게 차이 나는 거'라며 할머니는 자신의 손자를 '용감한 사내'가 될거라고 자랑스러워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찾는 손자, 마코토를 함께 찾아주기로 결심하지요.
"마코토도 하늘을 날 수 있어요?"
별 할머니는 시선을 돌려 나를 보면서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멍하니 말했다. 나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 아이와 둘이 손잡고 여기저기 날아다닌다면. 지치면 지붕에서 쉬며 별을 보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
비, 하늘의 해파리_P.87
하지만 별 할머니는 마코토를 찾는 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츠바메가 그런 할머니의 등을 떠밀지요. 도오루에게 병문안을 가라고 별할머니가 함께 가 준 것처럼요.
"가장 소중해서 다가갈 수 없는 게 있는 거야. 다가가서 잃느니 평생 이렇게 지켜보고 싶은 거지."
별 할머니의 말은 아프리만치 쏙쏙 이해됐다. 내가 도오루에게 품어온 마음 그대로이니까. 하지만 나는 철책을 부숴버렸다. 언젠가 무진장 상처 입을 때가 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별 할머니는 가족이잖아요. 잃어버릴 게 뭐 있어요. 게다가 처음에 만났을 때, 별 할머니가 그랬잖아요. 시간을 더 기분 좋게 사용하라고.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손자와의 추억에 잠겨 있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니, 별 할머니답지 않아요. 마코토와 같이 타는 킥보드는 훨씬 신날 거예요."
"너한테 응원받다니. 나도 한물갔네."
여름방학 걷기 계획_P.166
그렇게 여름방학 내내 츠바메는 할머니의 손자, 마코토를 찾아 걷고 또 걷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친구들이 바다라도 다녀온 거냐고 물어볼만큼 살이 탔지요. 그런데 할머니의 손자는 의외로 먼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별 할머니가 남긴 '표시'를 발견한 츠바메는 '별과 별을 잇는 것 같은 오열' 끝에 '띄엄띄엄 간신히' 이렇게 말합니다.
고마워요, 나는, 즐거웠어요, 하고.
하늘의 표시 P.248
츠바메의 가장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 준 별 할머니. 둘이 함께 나눈 우정은 츠바메의 마음 속에 언제까지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테지요. 언젠가 별 할머니가 돌아올 때 츠바메가 만든 간판은 쏟아지는 햇살과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날 거예요. 어쩐지 눈앞에 츠바메의 아름다운 간판이 보이는 것 같아요. 사랑스럽고 따스하게 반짝이는 WELCOME BACK 이라는 글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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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