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 - 돈, 명예, 시간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에 관하여
김도윤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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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을 받았다. 띠지의 문구가 시선을 잡아끄는 이 책에는 ’돈, 명예, 시간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에 대하여‘ 라는 부제가 적혀 있다.

”오늘 밤 당신이 떠난다면 지금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 때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쉽사리 답을 하기가 어렵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결국엔 가장 소중한 사람들 곁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나누고 싶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없는 인생이기에, 하고 싶은 것들, 나누고 싶은 것들은 언젠가,라는 세 글자에 가둬 멀리 미뤄놓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하지만 그게 정말 정답일까? 인생에 정답이 있기는 할까? 오히려 그러다 내 삶의 행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한 번씩 현타가 오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을 아껴 뒀다가 제일 마지막에 먹으려고 보면 누가 집어 먹었거나, 상해서 못 먹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처럼. 그러니 아끼다 똥 된다는 말도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하는 가락이 있는 이유도, 젊을 때 놀라는 말도 다 괜한 소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바쁜데 언제 놀아, 돈 벌어야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하고 애써 마음을 다잡고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산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철썩같이 믿는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여서,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이라는 제목에 더 끌렸던 것 같다. 천 개의 인생 속에는 어떤 삶의 지혜가, 깨달음이 담겨 있을까 하는 궁금증. 내가 모르는 번뜩이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것.

13년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은 인터뷰어이자, 구독자 200만을 보유한 유튜버, 40만부 베스트셀러 작가가 전하는 삶의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돈, 명예, 시간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
정답은 멀리 있지 않다. 흔하디 흔해서 이제 특별함을 잃어가고 있는, 하지만 그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마음. 정답은 바로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 아는 그 ”사랑“이다.

“결국, 13년 동안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발견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었다.”_P.16

이 책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지만 풀어 놓는 이야기들은 흔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추억, 이별과 상실의 아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어머니의 사랑과 맞닿아 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이지만, 나 또한 우리 엄마의 딸이기에 엄마의 삶을 생각하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나는 엄마처럼은 못 살아, 우리 엄만 정말 대단해.“ 그 시절 우리들의 엄마, 어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사셨을까. 작가의 어머니도 다르지 않아서, 누구보다도 가족을 첫번째로 여기는 삶을 사셨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전성기인 지금의 모습을 어머니 살아 생전에 보여드리지 못해 가슴이 시리다는 작가의 말에 덩달아 마음이 쓰리고 아렸다.

“그 ‘언젠가’는 살면서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함께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나 지금뿐이다.”_P.211

“아무리 위대한 사랑일지라도 시간의 주름을 피할 순 없다. 시간은 때때로 우리의 의지와 다르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엄마와 나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을 대부분의 사람을 향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기를 바랍니다’라고._P.266

여전히 하루하루 살아내기 급급하지만,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 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오롯이 남는다. 하나뿐인 존재와 함께 보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요?”
책장을 덮을 즈음에는 다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서평단 #신간에세이 #추천에세이 #김도윤 #내가천개의인생에서배운것들 #북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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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돈 - 모든 꿈이 비즈니스가 되는 미래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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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4년간 코메디언으로 활동했지만 스타의 반열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남자.

하지만 ‘돈이 되는 꿈’을 꾸기 시작하자 1년에 자동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사람.
니시노 아키히로의 <꿈과 돈>을 읽었다.

꿈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이 없으면 꿈도 사라진 다는 것.

* 네게 지금 부족한 건 희망이야. 희망을 품기 위해서는 너만의 꿈을 최대한 크게 꾸고, 돈을 제대로 이해해야 해.

처음부터 끝까지 뼈 때리는 직언을 날리지만, 곰곰 뜯어보면 틀린 말이 없다. 돈이 없어서 포기했던 꿈, 누구나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니까. 꿈을 꾸고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본이 밑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꿈과 돈>은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간 탓에 혹자에게는 사기꾼이라는 말을 듣고 손가락질을 받았으나,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 그동안 전혀 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서 성공을 거둔 니시노 아키히로의 직언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 감정은 돈으로 따질 수 없어. 사람이 반하는 행동을 배우고 마음을 빼앗아._p.137

* 지금 네게 필요한 건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일이야._p.150

* 너의 목적지와 현 위치를 드러내.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드러내._p.156

* 실제로 소유하고 있지 않아도 소유하고 있다는 ’감각‘이 있으면 가치가 생겨._p.194

1장에서는 돈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모이는지를, 2장에서는 꿈이라는 깃발을 세워 현재 위치와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사람들에게 드러내라고 얘기했다면, 3장에서는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서 NFT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 한동안 NFT 붐이 일어났을 때, 잠시간 기웃거려보기는 했지만, 내겐 너무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었다. 그는 이 가상 공간에 만들어진 세계를 통해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시도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보유권‘의 세계에서 돈을 벌고 있다.

가상의 공간에서 밴드를 만들고,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굴뚝 마을 프로젝트에서 AI가 그려준 그림으로 매일 꾸준히 판매 수익을 올리고, 그런 수익으로 남을 돕는다. 커뮤니티를 통해 팬층을 형성하고, ’사람을 돕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도구‘로 NFT를 이용한다.

* 돈이 바닥나면 꿈도 바닥나. 그리고 꿈이 사라지면 돈도 사라져._p.294

* 시간을 할애해서 돈 이야기를 해. 가족이 모두. 팀이 모두._p.296

*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생기는 건 언제나 ‘작은 결과’로부터야. 행동으로 옮겨서 작은 결과가 나왔을 때 좀 더 큰 결과를 내서 좀 더 큰 기쁨을 맛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이 되고 결국에는 꿈으로 빚어지는 거야.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좋아하는 일로 큰 돈을 번다.”

이 두 문장을 이룰 수 있는 날이 내게도 오기를…
돈을 더럽고 천한 것이라 여기지 말고 돈을 공부하기!

뼈 때리는 직언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니시노 아키히로의 <꿈과 돈>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꿈을 품고 이루기 위해 자본을 모으는 방법을 제시하는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 같다.

#꿈과돈 #니시노아키히로 #다산북스 #원모어페이지 #서평단 #캘리그라피타이틀 #온담캘리 #붓펜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 #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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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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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마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실버 센류 걸작선.

'센류'가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에도 시대 중기에 성립된 운문 장르로 하이카이와 비슷하지만 계어 사용의 제약이 없고, 자유롭게 용어를 구사하여 사회의 모순이나 인정의 기미를 예리한 골계로 표현하는 서민문학이란다. 쉽게 말해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풍자나 익살이 특색인 짧은 시이다.

<실버 센류>는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 협회의 주체로 2001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센류 공모전의 이름이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2011년과 2012년의 입선작을 포함한 여든여덟 수를 모아 놓은 <실버 센류> 걸작선이다.

센류에 실버가 붙었으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짧은 시겠거니 하고 펼쳐봤는데 지은이의 성별도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편집 후기를 읽어 보니 2012년에 12회를 맞은 <실버 센류>의 최연소 응모자는 여섯 살, 최고령 응모자는 백 살, 응모작 수는 무려 11만이 넘는단다. 작품은 그야말로 인생과 시대를 반영한 역작!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짧은 문장에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해졌다. 아마도 나 역시 나이를 먹어가고 있기 때문이겠지. 노년과 죽음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야말로 웃픈 글들에 공감하고 다음 장을 기대하며 앉은 자리에서 휘리릭 읽었다.

나는 유머와 위트가 부족한 사람인지라 몇 번이고 들춰봐도 웃음 속에 애잔함과 서글픔이 공존하는 짧은 글귀에 다시금 감탄하고 말았다. 사는 게 힘들고 지치는 날, 이유도 없이 눈물이 터져나오는 날에 곁에 두고 슬쩍 슬쩍 펼쳐보면 좋을 책이다. 짧은 시구를 보고 피식거리며 웃다 보면 마음의 근심 걱정과 우울도 조금씩 그 무게를 달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나하나 너무 다 즐겁게 읽었던 터라 그 중에서 몇 개를 고르는 건 쉽지 않지만 일부를 발췌해 본다.

🏷
생일 케이크 불고 나니 눈앞이 캄캄
비밀번호 카드가 많아져서 뒷면에 적는다
똑같은 푸념 진지하게 듣는 건 오직 개뿐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 변하는 나이
혼자 사는 노인 가전제품 음성 안내에 대답을 한다
아내는 여행 나는 입원 고양이는 호텔
요즘은 대화도 틀니도 맞물리지 않는다
이름이 생각 안 나 이거 저거 그거로 볼일 다 본다
이봐, 할멈 입고 있는 팬티 내 것일세
두 사람의 연애담 처음 들은 장례식 날 밤
손주 목소리 부부 둘이서 수화기에 뺨을 맞댄다
서로를 돌보며 다시 한번 싹트는 부부애
홀딱 반했던 보조개도 지금은 주름 속

무릎을 탁 칠 만큼 공감이 가는 시구를 읽다 보면 웃음이 났다가 짠해졌다가, 결국에는 마음에 따스함이 스며든다. 통통 튀듯 가볍게 쓰여진 듯한 시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묵직한 여운이 남는 시집이다.

📕
나이를 먹는 것은 누구나 가는 길을 걷는 일입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기쁜 일로만 가득한 건 아닌 울퉁불퉁한 길이지만 나이를 먹었기에 보이는 풍경도 분명 있습니다. 이 책과 함께, 힘을 빼고 즐겁게 그 길을 걸어보세요.
_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편집 후기 중에서

힘을 빼고 즐겁게, 노년으로 가는 그 길을 천천히 걷고 싶다. 아울러 이런 위트와 유머를 장착할 수 있다면 사는 게 조금쯤 더 수월하지 않을까.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웃음 너머 담긴 따스한 위로를 만나 보시길...

@forest.kr_
#사랑인줄알았는데부정맥
#실버센류걸작선
#노인들의세상을유쾌하게담다
#캘리그라피
#온담캘리
#온담
#책속의글귀
#서평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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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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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겨울의 프라하.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네 명의 남녀가 들려주는 각자의 이야기.
그리 낯설지 않은, 그러나 가슴 한쪽에 서서히
따스함이 차오르는 소설.

체코어로 엄마를 뜻하는 '마민카'.
평생을 쉴새없이 일하던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야
안정적인 9급 공무원직을 걷어차고
별안간 체코로 날아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삼키며
한식당을 차린 해국.

체코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소매치기를 당한 해국을 도와준 지호는
아주 어릴때 체코로 이민 와서
민박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인종 차별과 텃세 때문에 국제학교를 다닌 탓에
체코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고,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은 청년으로 해국을 친형처럼 따른다.

오픈은 했지만 파리만 날리던 해국의 한식당에 수빈이 찾아들고, 세트처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유학생 단비도 합류한다.

신혼여행으로 왔던 프라하에 둘이 아닌 홀로 이별 여행을 온 수빈.
프라하로 오는 비행기의 옆자리에서 만난 인연이
어쩌다보니 찐친이 되어버린 체코어 전공자 단비.

네 사람의 사연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가고
한겨울 빨간 지붕 위 하얗게 눈 쌓인 프라하의 풍경
위로 서서히 이야기의 실체가 드러나는 소설이다.

요즘처럼 춥고 눈 내리는 겨울날
프라하로 날아가 해국이 만들어 주는
쉐프 특별 정식을 맛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이별의 아픔도 만남의 설렘도
천천히 스며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로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쉬어갈 수 있게 하는 곳.
소박하지만 정갈하고 따스한 음식과 이야기가 있는 곳.
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책장을 넘기면 각자의 사연을 품고 마민카 식당에 모인
네 남녀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펼쳐진다.

@nousandmind
#마민카식당에눈이내리면
#서평단
#조수필
#힐링소설
#프라하
#책속의글귀
#캘리그라피
#딥펜캘리그라피
#온담캘리
#온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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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의 후회 수집
미키 브래머 지음, 김영옥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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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는 다섯 살 때 처음으로 죽음을 목격합니다. 한참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담임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쓰러졌는데, 클로버의 반응은 남달랐어요. 다들 놀라고 공포에 떨고 있을 때 클로버는 담임 선생님의 옆에서 손을 잡아 드렸으니까요. 사건이 있은 후, 학교에서는 클로버에게 심리 상담을 권하지만 방임에 가까운 부모님은 원래부터 이상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며 상담은커녕,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클로버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조용히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책을 읽는데, 갑자기 교장선생님과 두 명의 선생님이 클로버 앞에 다가옵니다. 그리고 비보를 전하지요.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동시에 잃어버린 클로버는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할아버지와 함께 짐을 챙겨 뉴욕으로 갑니다.

그렇게 클로버와 할아버지의 동거가 시작되고, 할아버지는 방치되다시피 자라온 클로버를 보며 죄책감과 부채감을 느끼지요. 이보다 더 현명하고 지혜로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할아버지의 양육자로서의 태도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클로버는 유학 생활을 접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옵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을 떨쳐내지도,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할 뿐이지요. 서른여섯, 클로버는 임종 도우미입니다. 할아버지의 낡은 아파트에서 반려견을 키우며 생활하는데, 유일한 친구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리오 할아버지입니다. 리오 할아버지는 클로버의 꼬꼬마 시절부터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봐 준 사람이자, 이웃의 소식을 전해주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임종 도우미로서 클로버의 태도는 완벽합니다. 클로버에게는 특별한 일에 걸맞은 아주 특별한 노트가 있는데, 임종한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말을 적어 두는 노트였지요. 후회, 조언, 고백이라 이름 붙인 세 권의 노트에는 그동안 클로버가 임종을 도와준 사람들의 마지막 말이 남겨져 있습니다. 클로버의 후회 수집은 죽음을 가장 가까이 바라보고 느끼며, 사람들의 마지막이 편안하게끔 돕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떠나가는 이가 아닌 삶 속에 존재하는 타인들에게는 벽을 치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를 두려워하는 클로버의 내면 성장기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죽음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다음에는 얼마가 되었든 애도의 기간이 필요한 법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슬픔을 흘려보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합니다. 죽음을 직시하기보다 회피하고 외면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임종 도우미라는 직업은 무척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클로버가 어떤 마음에서 그 일을 하고 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제법 두툼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일요일 오후, 책장을 덮기까지 혼자서 울고 웃다가 여운이 깊어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쿵짝 쿵짝 쿵짜라쿵짝, 네 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하던 흘러간 유행가가 떠오를 만큼 클로버의 후회 수집은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그리고 영화 같은 사랑이 다 담겨 있는 소설입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어른들의 말처럼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삶 또한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유한한 인생이기에 죽음은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죽음을 잊고 삽니다. 새로운 아침이 밝아오는 것이 당연하고, 매일 새로운 날이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 사는 법만큼 잘 죽는 법도 중요하지요. 그렇다면 잘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름답게 죽는 방법은 결국 아름답게 사는 것뿐이야.”라고 얘기하던 리오 할아버지의 말이 떠오릅니다. 아름답게, 매일 우리 앞에 펼쳐지는 삶을 아름답게 살아 나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에는 후회도 고백도 아닌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에 가슴 찡한 감동과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까지 더해진 소설을 찾고 있다면, 주저 없이 클로버의 후회 수집을 들어 책장을 펼쳐보시길…. 쿵짝 쿵짝 쿵짜라쿵짝 네 박자 속에~~~가 아니라 클로버의 후회 수집 단 한 권에 그 모든 걸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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