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의 후회 수집
미키 브래머 지음, 김영옥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클로버는 다섯 살 때 처음으로 죽음을 목격합니다. 한참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담임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쓰러졌는데, 클로버의 반응은 남달랐어요. 다들 놀라고 공포에 떨고 있을 때 클로버는 담임 선생님의 옆에서 손을 잡아 드렸으니까요. 사건이 있은 후, 학교에서는 클로버에게 심리 상담을 권하지만 방임에 가까운 부모님은 원래부터 이상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며 상담은커녕,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클로버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조용히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책을 읽는데, 갑자기 교장선생님과 두 명의 선생님이 클로버 앞에 다가옵니다. 그리고 비보를 전하지요.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동시에 잃어버린 클로버는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할아버지와 함께 짐을 챙겨 뉴욕으로 갑니다.

그렇게 클로버와 할아버지의 동거가 시작되고, 할아버지는 방치되다시피 자라온 클로버를 보며 죄책감과 부채감을 느끼지요. 이보다 더 현명하고 지혜로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할아버지의 양육자로서의 태도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클로버는 유학 생활을 접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옵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을 떨쳐내지도,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할 뿐이지요. 서른여섯, 클로버는 임종 도우미입니다. 할아버지의 낡은 아파트에서 반려견을 키우며 생활하는데, 유일한 친구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리오 할아버지입니다. 리오 할아버지는 클로버의 꼬꼬마 시절부터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봐 준 사람이자, 이웃의 소식을 전해주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임종 도우미로서 클로버의 태도는 완벽합니다. 클로버에게는 특별한 일에 걸맞은 아주 특별한 노트가 있는데, 임종한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말을 적어 두는 노트였지요. 후회, 조언, 고백이라 이름 붙인 세 권의 노트에는 그동안 클로버가 임종을 도와준 사람들의 마지막 말이 남겨져 있습니다. 클로버의 후회 수집은 죽음을 가장 가까이 바라보고 느끼며, 사람들의 마지막이 편안하게끔 돕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떠나가는 이가 아닌 삶 속에 존재하는 타인들에게는 벽을 치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를 두려워하는 클로버의 내면 성장기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죽음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다음에는 얼마가 되었든 애도의 기간이 필요한 법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슬픔을 흘려보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합니다. 죽음을 직시하기보다 회피하고 외면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임종 도우미라는 직업은 무척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클로버가 어떤 마음에서 그 일을 하고 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제법 두툼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일요일 오후, 책장을 덮기까지 혼자서 울고 웃다가 여운이 깊어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쿵짝 쿵짝 쿵짜라쿵짝, 네 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하던 흘러간 유행가가 떠오를 만큼 클로버의 후회 수집은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그리고 영화 같은 사랑이 다 담겨 있는 소설입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어른들의 말처럼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삶 또한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유한한 인생이기에 죽음은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죽음을 잊고 삽니다. 새로운 아침이 밝아오는 것이 당연하고, 매일 새로운 날이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 사는 법만큼 잘 죽는 법도 중요하지요. 그렇다면 잘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름답게 죽는 방법은 결국 아름답게 사는 것뿐이야.”라고 얘기하던 리오 할아버지의 말이 떠오릅니다. 아름답게, 매일 우리 앞에 펼쳐지는 삶을 아름답게 살아 나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에는 후회도 고백도 아닌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에 가슴 찡한 감동과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까지 더해진 소설을 찾고 있다면, 주저 없이 클로버의 후회 수집을 들어 책장을 펼쳐보시길…. 쿵짝 쿵짝 쿵짜라쿵짝 네 박자 속에~~~가 아니라 클로버의 후회 수집 단 한 권에 그 모든 걸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