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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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블랙 쇼맨 시리즈의 등장에 2년 전에 사두었던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사건'을 부랴부랴 꺼내 읽었다.
전작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글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미리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요와 삼촌 다케시의 관계며 다케시가 운영하고 있는 술집 '트랩 핸드(함정의 손)'의 연관성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니 훨씬 이해도가 빨랐던 것 같다. '블랙 쇼맨'의 정체에 대해서도.

그간 매 작품마다 사회적 이슈를 교묘하고도 절묘하게 녹아내는 게이고님의 글발에 놀라곤 했는데, 이번 작품들은 시선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전지적 개인시점이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그만큼 나역시 평소 즐겨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나 '용감한 형사들' 등 지나간 사건을 재구성해 보여주는 진짜 남의 이야기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 멘션의 여자
낳았다고 다 부모가 아니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다고 다 같은 형제자매가 아니다. 남보다도 못한 그들을 피하기 위해 죽어서도 죽을 수 없는 그녀의 이야기. 현대의학의 기술을 빌리지 않는 한 어려울 것 같은 상황설정이지만, 그들을 향한 분노와 상처만큼은 백만 번도 더 이해가 됐다.

📚 위기의 여자
최근 드라마나 영화 소재를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실제 뉴스에서도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사건. 분위기 있는 바에서 '블루 하와이'도 마시고 '비트인 더 시트'도 마시면 좋겠지만, 현실 속에서 다케시 같은 술집 주인을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작정하고 속이고자하는 이들을 걸러내기란 쉽지 않다. 감언이설에 속지 말자. 직접 보지 않은 건물이나 계좌내역은 믿지도 말자. 휴대폰 속 사진은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 환상의 여자
앞날 창창한 친구의 미래를 위해서 대단한 노력과 섭외력을 보여준 우정은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만일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작정하고 날 속인 것을 알게 된다면 아무리 그 의도가 선하더라도 용서가 안 될 것 같다. 우리 앞에 나타난 이후로 시종일관 모두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시크한 모습을 보였던 다케시가 이런 말도 안되는 연극에 동참했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님의 요청으로 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 공개됐다는데, 전작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사건'의 프리뷰작품 같기도 하고, 다음 작품을 위한 맛보기 같기도 한 느낌이라 곧 다음 이야기가 나오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500쪽 분량의 장편조차도 단편처럼 느끼면서 읽게 만드는 '게이고 신'인지라 신간을 읽을때마다 다음 책 발간에 대한 기대와 목마름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번 책은 짧아도 너무 짧아서 당분간 좀더 심하게 '다음책앓이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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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강원도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7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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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게 강원도는 단순히 '쉼'을 주는 여행지였다. 내가 태어난 곳 전라도에서는 너무 멀어서 여행조차 엄두가 안 났던 곳, 그러나 서울에 살면서 교통까지 발달하고 보니 맘만 먹으면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었다.

그렇다. 단 한 번도 '역사유적지로서의 강원도'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리도 무식할 수가. 황윤 작가님의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강원도 편 덕분에 강원도에 대해 새롭게 배우게 됐다.

역시나 첫 장부터 당황스럽다. 강원도 여행이라더니 시작이 경주다. 교통이 발달한 지금도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경상도에 있는 경주와 강원도는 제법 먼 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를 빼놓고는 강원도의 역사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둘 사이가 긴밀하다.

애당초 후사가 없던 신라의 선덕여왕이 죽자 당시 서열이 가장 높았던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후손 김주원을 왕으로 옹립하고자 했으나 생각지 못한 자연 사태로 선덕여왕의 사촌동생 김경신에게 왕의 자리를 뺏기고 만다. 이 후 김경신(원성왕)이 김주원을 명주군왕으로 봉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명주'가 바로 지금의 '강릉'이다.
또한 우리가 일본과 독도분쟁이 한창이었을 때 그 증거자료로 거론되는 인물인 '이사부'가 활약한 부임지가 강릉, 삼척 일대이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일단 먼저 줄행랑부터 치고, 솟아날 구멍만 찾는 지금의 위정자들과 달리 그때는 귀족들이 앞장서 전쟁에 나가고 위험에 뛰어들었으니 이사부 뿐만 아니라 진골출신 귀족들이 신라의 수도 '경주'가 아닌, 산새도 험하고 위험한 변방 도시 강원도에서 활약한 것도 이해가 된다. 신라의 꽃이라 불린 '화랑'들 역시 낭도들을 이끌고 자주 동해안 일대를 방문했으며, 이때 우연히 부딪친 주변국들의 군사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황윤작가님은 화랑들이 지금으로 치면 G.P.같은 국경지대에 극기훈련을 다닌 것이라고 표현해 바로 이해가 됐다.
이외에도 언젠가 삼척여행길에 보았던 '용을 탄 여인'의 모습이 '수로부인'이라는 것과 책 표지에도 그려져 있는 강릉 월화정의 '편지를 물고 있는 노란 물고기' 이야기의 주인공 '연화부인'까지 기대 이상으로 강원도에 재미난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강원도 여행을 경주에서 출발하는 모습도 신기하고, 뭣보다 대중교통을 통해 당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과거로의 여행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렇게 직접 다니면서 버스도착 시간이나 대중교통 이용, 인적 드문 강원도에서 택시를 이용해 유적지를 돌아보는 방법, 틈틈히 맛집 소개까지 해주니 이 책이 바로 진짜 '여행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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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심조원 지음 / 곰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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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옛이야기를 들려줄 할머니가 없었다. 시골에 살았고, 할머니도 계셨지만 그 때는 이미 옛이야기를 누군가의 입을 빌려 듣기보다는 책으로 읽던 시절이었다.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검열에 검열을 거쳐 정제되고 정제된 이야기들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어린이 책은 '교육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이들 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진짜 '그림책' 읽기에 대한 즐거움에 빠졌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결말과 더 다양한 해석을 가진 옛 이야기들도 만나게 됐다.(다름과 잔인함에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는 저자분이 옛 이야기를 읽고 토론하는 '팥죽할머니' 모임에 제출한 글쓰기 숙제의 일부를 책으로 엮었다길래 그저 내가 또 알지 못했던 옛이야기의 다른 결말을 알게되겠지 하는 궁금증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그냥 내가 생각한 수다모임이 아니었나보다.
우렁이 각시, 방귀쟁이 며느리, 여우 누이, 선녀와 나무꾼, 콩쥐 팥쥐, 팥이 영감과 토끼 등 22편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읽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22편 중 대부분이 여성이 주인공인 듯 보이면서도 철저하게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교훈으로 가르치고 읽혔다면, 이 책을 통해 진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을 수 있다. 무조건 참고 살아야하고 너무나 나약한 나머지 남성의 그늘이 아니고서는 살 수 없었을 것 같은 그 옛날에도 사실은 그 누구보다 독립적이며 생활력 강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두고두고 잘 간직했다가 두 딸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책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다른 옛이야기들을 나 스스로 톺아보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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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안으면 들리는 사과밭 문학 톡 7
로르 몽루부 지음, 김영신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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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올가'가 일곱 번째 이사를 하게 된 집에서 겪게 된 무시무시한 모험이야기다.

올가네 가족, 그러니까 엄마 아빠와 반려묘 무슈는 둥글고 길쭉하고 네모나고 세모난 모양의 크고 작은 창문이 달린 4층짜리 집으로 이사왔다. 3층의 발코니와 꼭데기에 탑까지 있는 궁전같은 집 덕분에 꿈에 부푼다. 다음 날, 올가가 자신의 방 벽 한 켠에서 작은 문을 발견하고 누군가 그곳에 살고 있다는 걸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올가는 하루종일 집안청소와 정리를 마치고 오후산책길에 나선 부모님이 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아 걱정인데, 의사소통이 쉽지않은 이 작은 동거인은 알지못한 그림을 수도없이 그리며 자꾸만 창문밖을 가리킨다.
결국 반려묘 무슈까지 대동해 집밖에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여름인데도 숲 속은 한겨울처럼 매섭게 춥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슈와 작은 동거인마저 정신을 잃고만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올가는 귀를 막은채 서서 돌이 되어버린 자신의 부모님을 발견한다.

처음에 '돌로 굳어버린 모두에게 있는데, 나에게만 없는게 뭘까?' 를 고민하던 올가. 답이 떠오르지않던 올가는 다시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모두에게 없는데, 나한테만 있는게 뭘까?".
결국 올가는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부모님은 물론 새장에 갇혀있던 자신의 작은 동거인 플라트의 부모님까지 구하게 된다.

우리 어릴적 동화책들이 대놓고 교훈을 강요했다면, 이 책은 아무생각없이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될 것 같다. 누구나 남들과 다른 내 약점보다는 남들과 다른 내 강점, 나만 가진 것들을 떠올리며 당당하게 살아갈 것 같다.

#꼭안으면들리는 #로르몽루부 #김영신 #그린애플 #비전비엔피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사랑 #강점 #내안엔내가너무도많아 #오늘부터나도나만가진것을찾아볼테야 #너무사랑스러운아이올가 #순수 #장애가있는데장애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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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끌려! - 우리를 혹하게 만드는 광고와 마케팅의 마법 똑똑교양 6
캐리 슈타인만.로라 시몽 지음, 엘리나 브라스리냐 그림, 박종대 옮김, 옥효진 추천 / 책읽는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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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자마자 궁금증이 일었던 책이다. 짧고 굵은 임팩트가 내 관심을 확 끌었다.

대박! 무려 마케팅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다. 나 역시 '버블 필터'에 갇혀있는 소비자에 가깝기 때문에 '굳이', '일부러' 마케팅 관련 자료나 책을 찾아볼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어른이 되면 공부없이도 어느정도 마케팅이나 마케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을 알고 있다고 믿기에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더욱더 별도의 공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거나 설명할 일이 생겼을 때다. 우리 때와 달리 요즘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경제교육, 마케팅 교육같은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데, 아이들에게 유식해보이면서도 쉽게 설명해 줄 자신이 없없다.

그런 의미에서 책 속에 나오는 빈센트와 파울의 학교 관리인 아줌마의 설명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나는 이래서 그림책이 좋다. 어른들의 눈높이에 쓰여진 책들은 가끔, 혹은 자주 이해 못할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그림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펼쳐볼 수 있는 쉽게 쓰여있다. 우리 생활주변에서 마케팅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기쉽고 재미있게 쓰여있다. 아이들이 신고 온, 같지만 다른 신발에서 시작된 아이들과 학교 관리인 아줌마의 대화를 엿듣다 보면 마케팅의 세계에 깊게 빠져든다.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방법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데도 마케팅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과 어떤 부분을 공유하고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낼지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내 자신이 얼마나 수많은 브랜드마케팅의 홍수속에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하핫, 여러분! 마케팅 이야기가 제일 쉬웠어요."

함께 즐겨요.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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