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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딴따라다 - 송해평전
오민석 지음 / 스튜디오본프리 / 2015년 4월
평점 :
얼마전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천만관객을 넘어 천사백만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었다.
내용은 워낙 많은 이들이 봤으니 다 알 것이다. 6.25 전쟁때 피난와서 온갖 현대사의 굴곡을 몸으로 다 겪은, 이제는 70대 중반의 아들이자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의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달팠던 우리 현대사를 대변하는 그의 삶의 여정에 공감하였기에 같이 웃고 같이 눈물
흘렸다고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전쟁을 피해 피난와서 가장으로써 형제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그가
마지막까지 가슴속 깊은 곳에 감춰두었던 것은 아버지였다. 언젠가 아버지가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그를 살게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딴따라다>는 코미디언이자 MC이자 가수인, 영원히 ‘딴따라’로 살겠다고 선언하셨던, 나로서는 <웃으면 복이와요>에서의 기억이 남아있는 송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처럼, 아니 영화속 주인공은 가족이라도 같이 왔지만 선생님은 가족들을 북에 두고 혈혈단신으로 남한에 와서
우리나라 현대사의 시대적 아픔과 장성한 아들을 잃는 개인적인 아픔까지 승화시켜, 30년의 시간동안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모든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는 우리시대 거대한 예능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유랑 70년, 데뷔 60년, <전국노래자랑> 30년.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던, 그래서 소중함을 잘 몰랐던, 작지만 거대한 한 사람.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들려주는 그의 인생사는 그가 왜 유랑하는지, 왜 ‘빨간딱지’ 소주를 좋아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유랑극단의 ‘광대’로 시작해 오늘날에 이른 송해 선생의 ‘성장기’는 그대로 한국 대중 연예사의 굴곡어린 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낄낄거리며 대중문화를 즐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을 ‘딴따라’로 천시해온 한국 사회는, 이제 ‘딴따라’가 자본과 결합하면서 최고의 돈벌이 직업이 되자 선망의 갈채를 보내고 있다.” - P. 26.
“아파보지 않고, 슬픔에 넋을 잃어보지 않고, 이 세상의 약한 것들, 불행한 존재들, 가슴 아픈 사연들과 공감할 수 없다.... 말하자면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졌으나 모든 것을 다 잃은 자’이다. 그는 상실한 자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 사회의 하위주체들, 소위 가난한 ‘서민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를 통하여 이 사회의 변방, 주변부에 밀려 있는 많은 사람들을 문화의 중앙으로 끌어들인다.” - P. 50.
“그가 어머니와의 생이별, 아들의 사망 등 뼈아픈 가족사를 달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그것을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들과 함께 ‘빨간 딱지’ 소주를 마시는 일이다.... 우리가 볼 때 그가 술을 마시는 행위는 일종의 신성한 제의같은 것이다. 그것은 그가 그만의 외로움을 이기는 유일한 통로이고 씻어지지 않는 상처를 달래는 일종의
굿거리다. 술꾼 송해의 ‘호방함’과 ‘유쾌함’ 뒤에는 그래서 늘 적막의 기운이 감돈다.” - P. 128~129.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의 가슴 속에 아버지가 있었다면 송해 선생님의 가슴속 깊은 곳에 감춰진 이는
어머니다.
북에 두고 온 어머니. 그의 모든 그리움과 아픔의 근원, 또한 열정과 소통의 시작점인 어머니.
그리고 또 하나의 아픔인 아들. 교통사고로 장성한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인 그.
90이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통과 아픔, 외로움과 고독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자신을 먼저 망가뜨림으로써 권위의식과 격식을 거부하고 깨는
파격으로, 그리고 아픔과 즐거움의 공감과 소통으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는 진정한
딴따라다.
“선생은 유달리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그의 타고난 친화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외로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에서 지명도가 가장 높은 연예인이고, 주변에 늘 사람들이 넘치지만, 늘 외롭다. 그것은 그가 중요한 어떤 것을 잃어버렸고 그것을 다시는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것은 그의 고향이고 어머니이다.” - P. 115.
“<전국노래자랑>에는 막말로 ‘위아래’가 없다. 말하자면 권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우선 송해 자신부터 망가진다. 송해는 스스로를 격하시킴으로써 관객과 출연자를 모든 형태의 긴장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중심이 무거워지면 주변도 따라 무거워지고 그렇게 되면 모두들 잘 ‘놀’수가 없다. 송해는 자기 자신을 탈중심화시킴으로써 무대를 자유롭게 만든다.” - P. 278.
이제 모든 이들은 선생님의 건강을 염려한다.
더 오래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신명하게 함께 더 놀아주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딴따라’로 조금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울고 웃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아무런 차별없이 모두가 흥의 무대에서 그와 함께 조금 더 즐거이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모두가 공평하게 놀 수 있어야 한다.” - P. 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