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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텐 국가를 말하다 - 국가라면 꼭 해야 할 것, 절대 해서는 안 될 것!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라의눈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국가의 존재 이유 또는 존재 근거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이라는 나의 조국은 왜 있어야 하는 것일까? 역할이 무엇일까?
최근의 여러 가지 사건과 상황들을 접하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국가가 국민들에게 보호와 안전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록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일지라도 국가는 국민을 상대로 기만하거나 속이거나 소수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국의 국민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나 몰라라하고, 국민들을 몰래 사찰하고, 정보를 왜곡하여 분열을 조장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과연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국가를 믿고 이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중톈 국가를 말하다>는 2008년에 출간되었던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의 개정판으로, 중국 춘추전국에서부터 청나라 멸망 이후 20세기 중반까지의 약 2천년의 중국 왕조들의 흥망사와 문화를 제국이라는 국가제도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진시황에 의한 천하통일에서부터 봉건이 끝나고 제국이 시작되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진시황이 만들어놓은 제국이라는 제도의 커다란 틀과 통치방법으로서의 유학 안에서 이후의
왕조들이 흥망성쇄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또한 황제의 대리인으로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 밖에 없는 관료들이 지배하는 제국이라는 제도 안에서는
그 특성상 계속 발전해 갈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전쟁과 같은 방법을 통해 기존의 것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왕조가 들어설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결국 제국이 아닌 공화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참다운 국가가 성립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의심할 바 없이 역대 통치자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유학을 개조하거나
곡해했으며, 단장취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동중서에서부터 시작하여 유학은 이미 공자 시대의 본래 면목을 크게
벗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유학의 기치를 내린 적이 없으며, 오히려 더욱 더 높이 치켜들었다. 북방에서 들어온 만인(만주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 P. 190~191.
“제국의 제도 자체가 황당하고 모순덩어리이다. 제국은 주주도 없고 주식도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회사이다. 회사의 재산권도 분명치 않고 권력의 출처도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부세를 통해 운영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납세자를 주인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분명 폭력을 통해 통치를 유지하면서도 애써 황은이 넓고 크다는 말만 하고
있다. 결국 감독할 자격을 가진 사람(인민)에겐 감독권이 없고, 가장 감독을 받아야 할 사람(황제)은 감독을 받지 않으며, 중간에 끼인 관료 집단이 제멋대로 요령을 피워가며 양쪽에서 이익을 채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 P. 259.
“사실 부패의 뿌리는 제국의 제도이다. 권력 집중 사회의 적은 바로 권력 집중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광활한 국토에서 중앙집권 통치를 유지하려면 관원대리의 제도를 시행하여 직급에
따라 관리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관료 집단 또는 관료 계층이 형성된다.... 왕조가 처음 개국했을 때는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짧은 밀월 기간이 지나면 관료 집단은 불가피하게 급속도로 확장되며 집단적으로 부패하기
시작한다. 결국 부식되기 시작한 제국은 아무것도 남지 않고 쓰러지고 만다.” - P. 265.
저자는 이 책이 비록 자신의 다른 저작들과는 달리 상당히 학술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술은 많은 책 중에서 가장 역작이라고 스스로 자신한다.
그만큼 제국이라는 관점에서 중국 역사 전체를 설명하기 위해 오랜 기간동안 수 많은 자료들을 연구한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고, 이것이 지금까지의 다른 이들의 역사에 대한 이해와는 다른 해석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볼 때, 저자의 중국 역사속 제국에 대한 이해는 현재의 일당 독재를 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과도
연결하여 볼 수 있기에 중국 당국에서 책의 출판을 막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무정법(史無定法), 이는 역사를 표현하고 해독하는 데 각기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무정법’의 또 다른 의미는, 역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P. 7~8.
“중국의 고대 정치 제도에 대한 사변을 다룬 이 책은 필장의 저서 목록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었고 수많은 자료를 수집했으며, 특히 제 피와 땀으로 쓴 감히 ‘이중톈 최고의 역작’이라 자부할 수 있는 저서입니다. 철저하게 학술서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기존의 책들과 달리 난해하다는 점은 피할 수 없지만 중국의
제국 제도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필독서가 되리라 자신합니다.” - P. 418.
다시 우리나라로 와서 생각해보자. 과연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떤 상태일까?
중국의 제국처럼 필연적인 쇠퇴의 길에 깊이 들어선 또 다른 제국은 아닐까?
겉만 민주주의를 말할뿐 국민들의 말과 행동을 모두 통제하고, 권력자의 틀에만 맞추려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99%의 국민보다는 1%의, 1%에 의한, 1%를 위한 대한민국은 아닌지, 무능한 관료들과 정치인들만의 나라는 아닌지, 극우와 친미만을 위한 나라는 아닌지 생각해 본다.
역사는 국민을 돌보지 않는 국가는 모두 사라졌음을 말해준다.
국민이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또한 한가지 사상만을 강요하는 국가 또한 사라질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제 아무리 좋은 사상도 일단 독존하면 반드시 정체하기 마련이다. 국가의 통일과 사상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라는 통일되더라도 사상은 하나로 통일되지 않아야 흥성하게 된다.” - P. 154.
“제국은 이러한 사리사욕의 극대화가 이루어지는 제도이자 정권이다. 그 목적은 우선 제왕의 사리사욕을 만족시키고, 그런 다음에 관료 집단의 여러 가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공개적으로 이를 승인하지 않는다. 그들의 입에선 여전히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고 군주는 가볍다”는 말이 나온다.“ - P. 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