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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2008년 금융 위기를 정점으로 우리나라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경제 회복의 조건인양 거의 모든 부동산 규제를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였다. 즉,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국민들에게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고 유혹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현재로서는 부정적이다.
이젠 더 이상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다.
그 이유는 국민들은 빚을 더 내고 싶어도 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옛날처럼 부동산을 통해 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꿈을 더 이상 꾸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집값 폭락과 결합한 과도한 부채는 이미 크게 벌어져 있는 부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 놓았다. 맞다, 가난한 사람들은 원래 가난했다. 그러나 이들은 집값의 폭락으로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조차 모두 잃어버렸다. 이들이 진 빚이 일으킨 레버리지 승수 효과가 이들의 순자산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빚의 근본적인 특징이다. 빚은 정확히 가장 가진 것이 없는 계층에 엄청난 손실을 입힌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은 보유 자산의 우선 청구권으로 손실을 적게 입었고 상대적 기준으로는 오히려
상황이 개선되었다.” - P. 43~44.
며칠전 전체 가계부채가 1100조에 육박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집값 하락으로 상당수의 아파트가 이미 자기자산을 모두 까먹은 깡통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은행에서 대출을 더 받아 집을 사라고 한다.
과연 정부가 원하는 또는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은 과연 정말로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 믿는
것일까?
국내외의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과 단체에서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말하는 관료들은 뭐하는 이들일까?
“우리가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가계 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험은 우리가 해외의 여러 역사적 사례들에서 살펴본 경우와
유사합니다. 주택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하거나, 가계가 추가로 대출을 받을 여력이 감소하면 한국 경제의 총수요는 부정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그런 만일의 사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 P. 8.
<빚으로 지은 집 – 가계부채는 왜 위험한가>는 경제학자인 두명의 저자가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의 진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왜 금융위기가 일어나게 되었으며, 어떤 전조가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런 심각한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며, 두 번 다시 겪지 않을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레버드 로스 이론 - ‘levered’라는 단어에는 ‘빚을 지다 leveraged’라는 의미와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지렛대 lever’라는 의미가 중의적으로 담겨 있다. 빚 때문에 발생했으며 그로 인해 피해가 증폭된 손실을 의미’ - 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와 경제 대침체의 진짜 원인이 과도한 가계 빚이라고 말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미국내 넘쳐나는 자본은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졌고, 과도한 대출은 과도한 가계 빚과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일게 하였고,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채무 불이행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을 많은 자료와 분석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채무자가 모든 손실을 떠 안게 되는 금융계약 관행과 과도한 대출로 입은 손실에
대해 책임지지 않은 금융기관들이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사례와 국제적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아주 분명한 패턴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경제적 재앙에는 거의 언제나 가계 부채의 급격한 증가라는 현상이 선행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 상관관계는 매우 강해서 거시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일종의 경험적 법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가계 부채의 급격한 증가와 경제 위기는 소비 지출의 급격한 감소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 P. 24.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심각한 불황에는 가계 부채가 급격하게 쌓이고 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선행했다. 대공황과 대침체도 이런 역사적 각본을 충실하게 따랐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금융 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불황은 가계 부채가 심각했던 나라에서
더 심각했다. 가계 부채의 증가, 자산 가격의 폭락, 심각한 경기 후퇴, 이 세가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 P. 105~106.
저자들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채무 불이행과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서 자산의 감소를
채무자가 전부 떠안는 현재의 대출계약 방식을 자산 손실을 채무자와 채권자가 공유하면서 시세에 맞춰 채무가 조정되는 새로운 대출 방식인
(주식 성격의) 책임 분담 모기지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그럼으로써 채무자는 자동적으로 채무재조정이 되어 포기하지 않고 빚을 갚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채권자도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대출을 지양하게 됨으로써, 이후 또 다시 부동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2008년보다는 위기의 파고를 훨씬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빚은 보험과 정반대로 위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빚은 주택소유와 관련된 위험을 분산시키기는커녕 그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전가시킨다.... 빚은 대침체기 동안 부의 불평등을 두드러지게 심화시켰다. 빚은 또한 압류를 통해 자산 가격을 떨어뜨렸다. 떨어진 자산 가격은 모기지 대출을 이용한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을 크게 감소시키며 이는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 P. 51.
“금융 계약에 주식의 성격을 강화하면 경제 전체의 위험 분담 능력은 향상될 수
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득이 발생할 때는 이득을 나누고, 손실이 발생할 때는 손실을 나누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실을 나누는 금융 계약 형태는 거품을 방지할 수 있고 거품이 터지더라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P. 248.
2~3년내에 우리나라에 다시 한번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
저금리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2016년을 기점으로 외환위기가 올 것이고, 그 여파로 1997년과 같은 위기가 다시 닥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게다가 가계부채는 매일매일 그 기록을 바꾸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빚을 더 내서 부동산을
구매하라는 정부가 제정신인가 싶다.
물론 이제는 국민들도 정부를 말을 다 믿지도 않지만 미래보다는 바로 앞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보는
정치인들과 정부관료들이 한심하게만 생각된다.
“우리는 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과도한 가계 부채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재정 지출 확대보다 가계 부채
재조정이 더 효과적인 정책이라 생각한다.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지출을 가장 크게 늘릴 사람들의 손에 현금을 쥐어 주는 것인데 채무가 있는
가계의 한계 소비 성향은 매우 높다.” - P. 238.
이 책의 주요 분석 자료가 미국의 자료들이다. 저자들은 빚이 거시 경제와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최상의 미시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 자료를 분석했다고 말한다.
비록 우리나라와는 조금 맞지 않은 내용도 있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경제 회복의 시작점으로 믿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관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국민들이 빚더미 위에 서 있는 위태한 우리의 현실을 바로 알 수 있기 위해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8, 9, 10장에서 레버드 로스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들을
살펴보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은행을 구제해야 한다는 방안은 비생산적이다.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인 가계 부채를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정책보다 나은 정책은 아니다. 채무를 재조정하는 것이 경제를 되살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 P.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