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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님, 화날 때 어떻게 하세요?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품게 되는 의문 하나. 책제목은 누가 지은 것일까?...... 책제목만 보자면 달라이 라마가 가슴에 화를 쌓고 살아가는 불행한 현대인을 치유해 줄 당신만의 독특한 수행법을 재미있고 쉽게 풀어 쓴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면 정작 "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가 일본에서 했던 강연을 글로 엮은 책이다. 강연 순서는 대중(일반인), 과학자, 스님(종교인) 순이며, 강연이나 대담 말미에는 청중의 질문과 달라이 라마의 답변이 실려져있다.
달라이 라마의 강연을 읽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사람들과의 문답이 더 흥미를 끈다.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부터 다소 난해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대중이 궁금해하는 모든 질문에 스님은 뭐라고 답변을 하실까...... 막상 답변을 읽고 나면 허탈할 정도로 참 쉽다. 그러고보면 가깝고 쉬운 진리를 우리는 겹겹이 쌓고 에두르고 꼬고하다 아예 진리로 가는 길까지 잃어버린 모양이다. 가끔 어린아이의 대담하고 직관적인 대답에 놀랄때마다 내가 얼마나 쓸데없는 생각나부랭이들을 짊어지고 사는지 회의가 일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책 제목을 보고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는지 모른다. 특히 스님을 대상으로 한 강연부분은 읽는데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큰 수확도 있었는데 반야심경에 대한 스님의 해설은 불교가 지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새로운 면을 보게 해 주었다. 인간의 감각이나 체험이 시간의 연속성위에만 존재하므로 시간을 집적하지 않는다면 고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현대 물리학과 비교하여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책말미에는 아주 간단하게나마 이 시대의 살아있는 생불로 추앙받는 달라이 라마의 소탈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소개되어 있다. 내용은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으면 불교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