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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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탁에서 밥도 먹고, 책도 읽고, 낙서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 평소에 보는 책들을 치우지 않고 식탁 한 귀퉁이에 모셔 놓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 식탁위에 올려져 있는 책들을 보면 내 현재의 독서 성향을 알수 있다. 이 시집 또한 한달 이상을 식탁위에서 이리저리 뒹구는 수모를 당했으니, 나는 밥을 먹다가 낙서를 하다가 무심결에 아무 페이지나 들춰 읽어보곤 했었다.

이 시집은 잠언시집이다. "잠언"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 찾아보니, "사람이 살아가는 데 교훈이 되고 경계가 되는 짧은 말"이란다.그래서일까.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쉽고 간결하나, 그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하다.

정호승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본인의 인생을 후회스럽게 만든 그 옛날의 결정에 대해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시인의 이 말에 백만번 동의한다.

여기에 글을 올린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성자, 랍비, 수도자, 시인, 수녀, 학생, 이웃집 할아버지, 병자 등......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총 망라되어 있는 느낌이다. 성자나 랍비 같은 지혜로운 분들은 그렇다쳐도 병자나 걸인같은 소외된 사람들도 시를 썼다니 의외라면 의외다. 그러나 여기에 수록된 그들의 시를 보면 그들 또한 옛 성현들 만큼이나 지혜롭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난 "17세기 수녀의 기도"를 읽고 신 앞에서 한없이 겸손한 수녀의 진심에 숙연해지고, 랄프 왈도 에머슨이 말하는 인생에서의 진정한 성공이란 명제에 진지해지며, 스코트 니어링의 유언을 읽고 죽음에 대한 그의 의지에 머리숙인다. 또한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글귀를 다시 만나게 되어 가슴 뛰고, 마스타 스목이 들려주는 "다른 길이 없다"란 시로 현재의 초라한 내 인생을 위로 받으며,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를 읽고 미궁같은 내 삶 또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얻는다.

이 시집은 진정한 행복이란 사회적인 성공도, 물질적인 풍요도 아니라고 말한다. 살아가면서 오로지 자신의 참 모습을 찾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삶이라고 가르친다. 내 삶을 살기위해 다른 사람의 시선은 필요 없으며, 생 앞에서 지나친 두려움으로 움츠러들 필요 또한 없으며, 단지 현재만을 살고 즐기며 무조건 행복하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초라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각자 자신이 인생의 위대한 영웅이며, 지금의 당신 모습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아! 주위의 어떤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던 내 삶이 고귀하다고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누가 내게 좋은 책을 한권 권해달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이 시집을 추천하겠다. 책에서 만큼은 사람들의 기호가 너무 다양하여 일일이 그 구미를 맞출수 없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호소력을 가질수 있는 책은 있을 수 있을테니, 바로 이처럼 용기와 희망과 위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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