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여유, 그리스 - 역사여행가 권삼윤의 그리스 문화기행
권삼윤 지음 / 푸른숲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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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기행문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같은 출중한 기행문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으려니와(아니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기행문의 특성상 여행길에 부딪힌 모든 일이 감정의 필터로만 여과될 경우 말 그대로 감상문의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선뜻 이 책을 고르게 된 건 순전히 계절탓이다. 바야흐로 일년에 딱 한번 소중한 휴가를 내서 너도 나도 들로 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마당에 일상에 발목 잡혀 쉬이 여행에 동참하지도 못하는 내가 도서관에 쳐박혀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은 법이다. 게다가 책 겉표지에 떠억하니 박혀 있는 지중해의 쪽빛 바다와 부시게 하얀 성당의 환상적인 사진이 내 눈을 유혹하는 바에야......

그리스는 신화의 나라다. 한글을 깨우치기 시작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통과의례처럼 읽어야 했던 책이 "그리스 로마 신화"이고 보면 지중해의 먼 나라 그리스가 아주 낯선것만은 아닌 듯도 하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든 난 그리스의 신화보다 그리스가 주는 느낌에 더 많이 반응한다. 주위의 모든걸 하얗게 비워버릴것만 같은 작렬하는 태양, 원시적 색감 그대로의 바다, 기질적으로 더없이 낙천적으로 보이는 사람들, 시간마저도 엿가락처럼 쩍쩍 늘어질 것만 같은 여유, 등등......적어도 내게 그리스는 악다구리같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뚝 떨어지고 싶을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나라이다.  

저자는 그리스를 사랑하여 여러번에 걸쳐 신화의 땅을 밟은 여행가라고 한다. 여러번 그리스를 다녀왔다는 것치고 저자의 기행문은 덤덤하다. 아주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아주 지루하지도 않다.

혹시나 이 책을 통해 그리스 문화의 전반에 걸쳐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움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겠다. 책 내용은 우리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내용을 넘어서지 않는다. 그러나 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아주 좋다. 머리 아픈 일은 잠시 제쳐두고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거나, 빡빡한 글씨가 지겨워져서 푸른 바다에 눈동자를 젹셔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소 휴식같은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미덕은 전적으로 사진에 있다. 별 4개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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